“수술 일정 잡아 천만다행”...전공의 비중 낮은 중형병원이 구세주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으로 대형병원의 진료 차질이 갈수록 커지면서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되는 중형병원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현상을 완화하고 중형병원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할 방침이다.
10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이달 7일 기준 대형병원의 응급의료기관을 찾은 중등증(중증과 경증 중간 정도)·경증 환자는 지난달 1∼7일 평균 대비 32%가량 감소했다. 반면 중증환자는 평소 대비 변동없이 유지되고 있다.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이 본격화한 후 대형병원들이 수술실 가동률을 절반으로 줄이고 중증질환자 위주로 집중 수용하면서 상대적으로 증상이 경미한 환자들은 중형병원으로 분산되는 모양새다.
수도권 소재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예전엔 그냥 받았을 경증환자를 다 돌려보내고 있다”며 “요즘도 수술 취소나 응급실 치료 거부 등에 반발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초반보다는 그 정도가 좀 누그러진 상태”라고 말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관은 중증질환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의료행위를 하는 3차 의료기관인 ‘상급종합병원’과 이보다 중증도가 낮은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병원 및 종합병원’(2차), 외래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의원’(1차)으로 분류된다. 앞서 A씨가 찾은 일산차병원은 종합병원 중 한곳으로, 전공의 상당수가 수련교육을 받는 상급종합병원보다 전공의 비중이 낮다. 일산차병원 관계자는 “올해부터 전공의를 받기 시작했는데 그 수가 굉장히 적다”며 “전공의 의존도가 낮아 집단 이탈에 따른 영향도 미미한 편”이라고 말했다.
전공의가 아닌 전문의 위주로 운영되는 중형병원들은 의료대란 속에서 ‘든든한 허리’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수도권 소재 한 종합병원의 경우 이달 들어 전체 환자가 지난달 초 대비 30%가량 늘었다. 현재 국내 2차병원은 400곳이 넘는다. 서울 소재 한 소아전문병원 관계자는 “단순 감기 환자보다는 초음파 등의 검사나 입원을 해야 하는 소아들이 평소보다 20%정도 증가했다”며 “특히 심장 초음파의 경우 사람이 몰리면서 예약 후 검사까지 보통 1주일 걸리던 것이 3주정도로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3차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게 어려워지다 보니 환자들이 전문병원을 찾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의료전달체계를 정상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수도권 소재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경증환자도 제한없이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할 수 있으니 큰 병원 쏠림이 일상화된 것”이라며 “그 여파로 종합병원들이 많이 사라진 상태인데 이번 일을 계기로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원래 3차 병원은 지금처럼 중증·응급환자를 담당해야 하는데, 환자가 수입이 되니까 이들 병원이 ‘환자 쏠림’을 조장한 측면도 있다”며 “이번 사태로 지역전문병원 등 중소병원이 역할을 할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정부도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세우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강구하고 있다. 2차병원의 검사와 의뢰를 거친 환자만 상급종합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대표적이다.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실 피로도를 덜기 위해 스스로 응급실을 찾아왔거나 직접 구급차를 부른 환자의 경우 중증질환으로 분류하지 않고 다른 병원으로 안내하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또 1차에서 3차 병원으로 갈 경우 진료비의 80~100%를 환자가 부담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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