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연일 사상 최고치 찍자… “골드바 사자” 금테크 들썩

김수미 2024. 3. 1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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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들어 1g당 9만원 처음 돌파
美 조기 금리인하 기대 ‘매수’ 자극
5대銀 2월 골드바 판매 66억
2023년 11월 연중 저점 이후 급증세
“강남 고객 1억짜리 몇개씩 사 가”
차익실현 매물도 20배 수준 늘어
전문가 “단기 조정도 염두에 둬야”

“지난달 1㎏짜리 골드바가 12개 팔렸는데 강남 지점에서 한 분이 8개를, 다른 지역에서도 한 고객이 4개를 사 갔습니다.”(A은행 PB센터 관계자)

금(金)값이 1g당 9만원대를 돌파하며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골드바 등 실물 상품을 사들달이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투자 목적으로 미리 금을 사뒀다가 비싼 값에 되파는 차익실현 매물도 20배 가까이 증가했다.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과 중국·인도 등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기조가 ‘금테크(금+재테크)’ 심리를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 붙어 있는 골드바 홍보물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한국금거래소에서 1㎏짜리 금 현물의 1당 가격은 지난 7일 9만1874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재문 기자
10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개 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지난달 66억2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판매액이 34억1000만원으로 연중 최저치를 찍은 뒤 12월 50억8000만원, 지난 1월 56억원 등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들어 더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국금거래소에서도 올해 금 현물 판매액이 1월 2007억원, 2월 21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를 넘었다. 골드바 등은 보통 금값이 하락할 때 투자 목적으로 사두지만,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 등으로 금값이 계속 우상향할 것이라고 믿는 투자자들은 치솟는 가격에도 계속 사들이고 있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1㎏짜리 금 현물의 1당 가격(종가 기준)은 지난 5일 9만643원으로 처음 9만원을 돌파한 뒤 7일에는 9만1874원까지 기록했다. 이는 2014년 한국거래소의 KRX 금시장이 거래를 시작한 뒤 최고치다. 8일에는 9만1686원으로 소폭 하락했다.

금 1돈(3.75g)의 가격도 지난 8일 기준 43만6653원으로 올랐고, 100g짜리 골드바는 1049만5000원에 달했다, 1㎏짜리 골드바(1억454만원)는 1억원을 돌파했다.

은행에서는 강남 지점을 중심으로 개당 1억원이 넘는 1㎏짜리 골드바를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B은행 관계자는 “대부분 개인 고객이고 강남지역 60대 이상 자산가들이 많다”면서 “투자 자산의 일부로 금의 비중을 늘리는 경우가 많고 증여 목적으로도 구입하신다”고 전했다.

자산가들만 금 사재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저중량의 카드형 미니 골드바를 찾는 젊은 고객도 급증하고 있다. 송종길 한국금거래소 대표는 “5만원 이하의 0.2g짜리 미니 골드바가 지난해 11∼12월 702개 팔렸는데, 올해 1∼2월에는 1201개나 판매됐다”고 밝혔다.

금값이 급등하자 차익실현 매물도 기록적으로 늘고 있다.

송 대표는 “차익 매물이 보통 하루 평균 5000만원 미만이었는데, 지난 5일부터 하루 7억∼10억원어치가 유입되며 드라마틱하게 늘었다”며 “2021년 1월에 금을 사서 이번에 내놓은 고객은 부가세를 내고도 30% 정도의 차익을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도 MZ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금 실물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주가마저 폭락하자 젊은 세대들이 안전자산인 금 투자로 몰리고 있는 셈이다. 중국 외환보유고 중 금 보유량이 15개월 연속 늘어나는 등 신흥국 중앙은행들도 꾸준히 금 매입에 나서고 있다.
반면 은행의 금 통장(국제 금값 연동 통장)이나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등의 판매는 크게 늘지 않고 있다. 골드바 등 금 실물 투자는 부가가치세와 수수료가 비싼 편이지만, 배당소득세가 없고 매매 차익에 세금이 없으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장점이 있다.

최근 들어 단기간 투기자금이 빠르게 유입되면서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 가격이 본질적으로 상승하기 위해서는 실질 금리가 하락하고 미 달러가 약세를 보여야 하는데, 미 달러와 금리 모두 아직 방향성을 명확하게 잡지 못한 상황”이라며 “금 가격은 연말까지 강보합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나, 현재 가격은 밴드 상단에 근접한 것으로 보여 단기 조정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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