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연일 사상 최고치 찍자… “골드바 사자” 금테크 들썩
美 조기 금리인하 기대 ‘매수’ 자극
5대銀 2월 골드바 판매 66억
2023년 11월 연중 저점 이후 급증세
“강남 고객 1억짜리 몇개씩 사 가”
차익실현 매물도 20배 수준 늘어
전문가 “단기 조정도 염두에 둬야”
“지난달 1㎏짜리 골드바가 12개 팔렸는데 강남 지점에서 한 분이 8개를, 다른 지역에서도 한 고객이 4개를 사 갔습니다.”(A은행 PB센터 관계자)
한국금거래소에서도 올해 금 현물 판매액이 1월 2007억원, 2월 21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를 넘었다. 골드바 등은 보통 금값이 하락할 때 투자 목적으로 사두지만,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 등으로 금값이 계속 우상향할 것이라고 믿는 투자자들은 치솟는 가격에도 계속 사들이고 있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1㎏짜리 금 현물의 1당 가격(종가 기준)은 지난 5일 9만643원으로 처음 9만원을 돌파한 뒤 7일에는 9만1874원까지 기록했다. 이는 2014년 한국거래소의 KRX 금시장이 거래를 시작한 뒤 최고치다. 8일에는 9만1686원으로 소폭 하락했다.
금 1돈(3.75g)의 가격도 지난 8일 기준 43만6653원으로 올랐고, 100g짜리 골드바는 1049만5000원에 달했다, 1㎏짜리 골드바(1억454만원)는 1억원을 돌파했다.
은행에서는 강남 지점을 중심으로 개당 1억원이 넘는 1㎏짜리 골드바를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B은행 관계자는 “대부분 개인 고객이고 강남지역 60대 이상 자산가들이 많다”면서 “투자 자산의 일부로 금의 비중을 늘리는 경우가 많고 증여 목적으로도 구입하신다”고 전했다.
자산가들만 금 사재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저중량의 카드형 미니 골드바를 찾는 젊은 고객도 급증하고 있다. 송종길 한국금거래소 대표는 “5만원 이하의 0.2g짜리 미니 골드바가 지난해 11∼12월 702개 팔렸는데, 올해 1∼2월에는 1201개나 판매됐다”고 밝혔다.
금값이 급등하자 차익실현 매물도 기록적으로 늘고 있다.
송 대표는 “차익 매물이 보통 하루 평균 5000만원 미만이었는데, 지난 5일부터 하루 7억∼10억원어치가 유입되며 드라마틱하게 늘었다”며 “2021년 1월에 금을 사서 이번에 내놓은 고객은 부가세를 내고도 30% 정도의 차익을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단기간 투기자금이 빠르게 유입되면서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 가격이 본질적으로 상승하기 위해서는 실질 금리가 하락하고 미 달러가 약세를 보여야 하는데, 미 달러와 금리 모두 아직 방향성을 명확하게 잡지 못한 상황”이라며 “금 가격은 연말까지 강보합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나, 현재 가격은 밴드 상단에 근접한 것으로 보여 단기 조정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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