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더 좁지만, 일관성 있다" 더 바빠진 80억 포수, 불만스런 최정…'첫선' 보인 ABS+피치클락 어땠나 [부산초점]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솔직히 타자로는 편해졌다. 투수들이 많이 힘들 것 같다."
포수는 오묘한 포지션이다. 분명 포지션 플레이어지만, 투수와 타자 사이에 걸친 가교 느낌이다.
개인 기량 평가 또한 자신의 타격 성적과 별개로 투수의 기록 영향을 받는다. 투수와의 소통 능력이야말로 포수에게 요구되는 필수 덕ㅁ목이다.
4년 80억원이란 유강남의 몸값에는 20홈런을 기대하는 장타력도 있지만, 캐칭과 블로킹, 투수와의 소통 능력 호평의 지분이 더 크다.
올해 시범경기는 KBO리그 공식전 역사상 처음으로 ABS(자동 볼판정시스템)와 피치클락이 적용된채 치러지고 있다. 피치클락의 경우 아직은 시범 적용이지만, 어길시 '경고'가 나오기 때문에 선수들의 기량이나 마인드에 영향을 줄수밖에 없다.
장비의 문제로 스프링캠프조차 이 같은 변화에 대비할 수 없었다. 팀당 10경기에 불과한 시범경기가 정규시즌을 앞두고 치를 수 있는 유일한 시험무대다.
아직 1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현장에서는 '생각보다 존이 좁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ABS는 실측한 신장에 따라 타자마다 다른 스트라이크존이 적용된다. 예전에 비해 3차원적인 존이 적용되는 만큼 전체적으로 존이 넓어질 거란 예상도 나왔다.
첫날만 보면 예상과는 다른 모양새다. 유강남은 "생각보다 좁은 느낌"이라면서도 "같은 코스의 공은 끝까지 안 준다. 그런 일관성은 있다"며 웃었다. 유강남은 전날 5경기 하이라이트를 모두 챙겨봤다고.
첫날이라 그런지 ABS의 스트라이크, 볼 콜이 2~3번 나오지 않는 등 오류도 있었다. 유강남은 "우타자 바깥쪽은 좀 박한 것 같고, 몸쪽은 후하게 느껴진다. 존이 조금 비틀어진 느낌"이라며 "기계마다, 구장마다 존이 다르면 혼란이 더 커지지 않알까"라며 걱정했다.
하루종일 주의깊게 관찰했다며 뜻밖의 지점도 지적했다. 피치클락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타이밍에 대한 노하우다.
"무조건 투수가 공을 잡는 순간부터 돌아가기 시작한다. 파울이 나왔을 때 주자가 아직 채 1루로 복귀하지 않았더라도, 내가 공을 주워서 투수에게 넘겨주면 그때부터 18초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투수가 너무 빠르게 준비하느라 경기력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 포수 입장에선 시간을 좀 벌어줘야할 것 같다."
포수 출신인 김태형 감독은 "포수의 경우 장비를 해제하고 나갈 시간을 충분히 줘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전날 경기 때는 유강남이 선두타자로 나설 타이밍이 되자 김태형 감독이 직접 주심에게 문의, 타석에 들어서는 시간을 늘려주기도 했다.
유강남은 "일부러 좀 천천히 나가봤는데, 심판 분들이 포수는 좀 혜택을 주시는 거 같다. 점차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포수 입장에서도 저 뒤에 숫자가 돌아가니까 마음이 급해지더라. 균안이는 템포가 빨라서 괜찮았는데, 박진형은 거의 3~4초 정도 남았을 때 투구에 들어갔다. 그러다 경고받으면 흐름이 뚝 끊기는 느낌이다."
유강남은 "확실히 투수가 훨씬 힘들어보인다. 내가 봐도 스트라이크인데 볼 같은 케이스다. 스트라이크존 앞면 뒷면에 걸치는 것도 아직 일관성은 없어보인다. 공의 회전이 좋은 백도어 던지는 왼손 투수 같은 경우는 존 끝에 걸려도 스트라이크가 나오더라. 조심스럽게, 정교하게 리드해야할 것 같다"고 돌아봤다.
추신수와 최정을 비롯한 몇몇 타자들은 ABS에 대한 부정적인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이들은 "타자에게 타격폼이란 게 있는데, 가령 앞으로 숙이면서 치는 타자의 경우 불리할 수 있다"며 걱정스런 속내를 드러냈다.
반면 나승엽, 윤동희 등 롯데 타자들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평했다. 윤동희는 "몸쪽 높은 쪽에 뜻밖의 스트라이크가 나올 때가 있는데, 그것 말곤 괜찮은 것 같다"고 했다. 두 선수는 피치클락 역시 "여유가 있진 않은데, 적응할만하다. 그런데 '딴짓' 하면 바로 경고"라고 설명했다.
ABS는 일명 '로봇심판'으로 불린다. 컴퓨터로 공의 궤적을 트래킹하고, 이에 맞춰 AI가 스트라이크, 볼 여부를 판단한다. 심판은 이어폰을 통해 전달받은 결과를 입으로 말할 뿐이다.
미국프로야구(MLB)조차 마이너리그 시험 운용에 그친 제도를 KBO리그가 전격적으로 1군 무대에 도입했다. 무엇보다 '공정성'에 초점을 맞춘 변화다. 앞서 4년간 퓨처스리그 운영을 통해 기술적인 안정성에 도달했다는 자평이다. 특히 양팀 공히 100% 일관된 존을 적용함으로써 공정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것.
선수들의 키를 일일이 실측하고, S존의 상단은 선수 신장의 56.35%, 하단은 27.64%다. 중간면과 끝면을 모두 통과해야 스트라이크로 판정된다.
좌우기준은 홈플레이트 크기(43.18㎝)에 좌우 2㎝를 확대적용하고, 중간면에서만 1번 판정한다. 그간의 스트라이크존과 최대한 비슷하게 맞춰가고자 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받아들인 결과다.
피치클락도 시범 운영되고 있다. 포수 뒤쪽에는 투수용, 중견수 뒤 담장쪽에는 타자용 피치클락이 설치됐다.
투수는 주자가 없을시 18초, 있을 시 23초안에 공을 던져야한다. 타석 사이에는 30초 이내에 투구해야 한다. 타자는 8초가 되기 전까지 타격 준비를 끝내야한다. 아직은 경고에 그칠 뿐이다. 하지만 본격 시행시 규정을 지키지 못할 경우 수비는 볼, 타자는 스트라이크가 선언된다.
주자가 있을 경우 발을 빼거나 견제를 하면 피치클락이 초기화된다. 하지만 투수판 이탈(견제 포함)은 총 3번까지만 가능하다. 4번째 견제 때 주자가 세이프되면 보크가 선언된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ABS에 대해선 "갈수록 좋아질 거라고 본다"며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반면 피치클락은 "아직 시기가 너무 빠른 것 같다. 경기시간을 줄이는 건 맞다. 불필요한 부분은 줄여야한다. 하지만 사인 안 맞는 걸 어떻게 하나. 피치클락까지 하는 건 선수들에게 혼동이 올 것 같다"고 했다. 너무 한꺼번에 여러 제도를 도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이숭용 SSG 김독도 ""생각보다는 스트라이크존이 크지 않다. 높은 쪽 존이 넓어지리라 봤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피치클락에 대해서는 "경기에 영향이 있을까봐 걱정했었다.(시간을 줄이는 것도 좋지만)선수들이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이는데 초점을 맞췄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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