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어딜 도망가나”···공항에서 이종섭 출국 규탄

신주영 기자 2024. 3. 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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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박주민 의원 등 당직자들이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이종섭 주호주대사 출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10일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해병대원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출국을 “명백한 수사방해이자 윤석열 대통령의 직권남용”이라고 규탄했다. 주호주대사에 임명된 이 전 장관은 이날 저녁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민주당은 이 전 장관 출국 과정에 관여한 외교부·법무부 장관 탄핵 카드를 꺼내들며 강경 투쟁 방침을 밝혔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 약 20명은 이날 오후 이 전 장관의 출국을 막기 위해 출국 게이트마다 조를 나눠 기다렸다. 홍 원내대표 등은 B게이트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마친 뒤 오후 5시40분쯤부터 각 게이트 앞에 진을 쳤으나 이 전 장관의 게이트 입장을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다. 민주당은 이후 이 전 장관이 출국장에 입장한 것을 확인하고 오후 7시12분쯤 A게이트 앞에서 2차 회견을 열었다.

이 전 장관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으로 고발돼 지난 7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부터 소환조사를 받았다. 조사 시간이 4시간에 그쳐 사건의 복잡성에 비해 짧다는 지적이 나왔다.

홍 원내대표는 회견에서 “(이 전 장관이) 모든 출입국 절차를 마치고 기내 탑승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편법을 이용해서 특혜적으로 출입국장으로 들어갔는지는 이후 과정을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다시 법과 원칙, 공정과 상식은 대한민국에서 허물어졌다”며 “윤 대통령은 중대 범죄 피의자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전 장관을 외교관 신분으로 해외로 도피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원내대표는 공항 도착 뒤 연 긴급 회견에서도 이 전 장관의 출국을 “명백한 수사방해” “피의자를 국가기관이 해외로 도피시킨 사건” “윤 대통령의 직권남용”으로 규정하며 성토했다.

외교부·법무부 장관 탄핵을 거론하며 전면적인 투쟁 방침도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해외출국 강행시 윤석열 정부에 대한 전면적인 투쟁을 실시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 사실상 관여했던 외교부 장관과 외교부 관계자, 해외 출국 금지를 담당하는 법무부 장관과 관계자들에 대해 직권남용과 수사방해 혐의로 전원 고발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필요하다면 해당 장관들에 대해서는 국회를 즉시 열어 탄핵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해병대원 순직과 관련한 외압 의혹을 두고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20대 청년이 군에 입대했다가 자신의 목숨을 희생한 사건”이라며 “책임져야 될 주요 당사자는 호주대사로 임명돼서 해외로 도피하고 관련자들 몇 분은 여당 공천을 받아서 이번 4월 총선에 출마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공항에는 민주당 의원들 약 20명을 비롯해 안귀령·노종면 대변인 등 민주당 공천장을 받은 인사들도 참석했다. 이들은 ‘피의자 이종섭 어딜 도망가!’ ‘윤석열 방탄! 범죄은닉 범인도피’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이 전 장관의 출국을 규탄했다.

이날 민주당 의원들을 비롯해 취재진, 유튜버, 경호 인력까지 대거 한곳에 몰리면서 인천공항 이용객들은 “누가 왔나보다”하며 궁금해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외교관 게이트 앞에 진을 친 민주당 의원들을 보고 외국계 항공사 승무원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지나갔다. 조국혁신당측 인사와 해병대예비역전국연대도 자리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경향신문과 만나 “조폭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조용해질 때까지 잠시 바깥에 좀 나가있어’라는 말을 조폭 두목이 하는 장면 같다”고 말했다.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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