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삼성물산 표 대결 키 쥔다···의결권자문사 권고 따를 지 촉각

황정원 기자 2024. 3. 10.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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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들의 의사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의결권 자문사들이 행동주의펀드를 지지하면서 3월 삼성물산의 주주총회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5개 의결권 자문사 중 2곳은 행동주의펀드가 요구한 5000억 원의 자사주 매입안에 대해 반대했지만 삼성물산 자체 배당안보다 3200억 원 더 많은 7364억 원의 배당에 찬성했다는 점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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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로고. 사진 제공=삼성물산
[서울경제]

주주들의 의사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의결권 자문사들이 행동주의펀드를 지지하면서 3월 삼성물산의 주주총회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물산이 자체적으로 주주 환원책을 강화했음에도 소수주주로 무게 추가 기울었다는 점은 다소 의외다. 시티오브런던 등이 삼성물산에 요구한 현금 배당 등 주주 환원 규모는 삼성물산 잉여 현금 흐름의 100%가 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삼성물산 지분 7.25%, 2023년 기준), 외국인투자가(25.5%)의 의사 결정이 표 대결 시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밸류업을 등에 업고 행동주의펀드 공세가 강화되는 상황이지만 과도한 주주 환원 정책에 대한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기관투자가의 현명한 판단이 중요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일단 시장에서는 국내외 5곳의 의결권 자문사들이 삼성물산에 대한 행동주의펀드의 배당정책에 모두 지지 의사를 드러낸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업마다 사정이 달라 일률적으로 평가하기 어렵지만 지난해만 해도 의결권 자문사들은 행동주의펀드의 배당 요구가 과도하다며 반대 견해를 피력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JB금융지주·BYC 등에 대한 행동주의펀드의 요구안을 비토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의결권 자문사들은 올해 삼성물산에 대해 다른 판단을 내렸다. 삼성물산의 경우 3개년 주주 환원 정책을 시행 중이라는 점에서 여력이 있음에도 그간 배당, 자사주 매입에 인색한 기업과는 거리가 있다. 물론 5개 의결권 자문사 중 2곳은 행동주의펀드가 요구한 5000억 원의 자사주 매입안에 대해 반대했지만 삼성물산 자체 배당안보다 3200억 원 더 많은 7364억 원의 배당에 찬성했다는 점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의결권 자문사의 달라진 판단에 정부의 ‘밸류업’ 드라이브가 영향을 준 게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15일 열리는 삼성물산 주총은 공격적인 행동주의펀드의 성적표를 확인할 수 있는 올해 첫 주총이라 상징성 또한 크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정부의 밸류업에 (의결권 자문사들도) 이때다 싶어 동조하는 데 거리낌 없는 모습”이라며 “경제 상황은 나아진 게 없어 기업들로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국민연금 등이 이들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를 그대로 따를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국민연금 측은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 내용을 참고는 하더라도 자체 논의를 통해 의결권 행사를 최종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밸류업 드라이브에 적립금 부족에도 시달리고 있는 국민연금이 행동주의펀드의 손을 들어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내놓고 있다. 다만 삼성물산이 2020년부터 관계사 배당 수익의 최대 70%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등 모범적인 정책을 실시했다는 점에서 단기 차익을 노리는 헤지펀드와 다름없는 행동주의펀드에 국민연금이 부화뇌동하기는 부담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삼성물산 측 우호지분은 40% 수준이고 행동주의펀드 지분은 2%에 불과하다. 이 구도 때문에 시장에서는 행동주의펀드가 승부를 뒤집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국민연금(7.25%)과 소액주주(39.21%) 지분이 모두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를 따라 행동주의펀드에 붙으면 뜻밖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권종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어떤 결정에 대한 편향 시비나 입장이 난처할 때 자문사의 견해는 기관투자가들이 명분을 쌓는 논리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도한 배당이 기업 활동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자문사의 권고안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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