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 찢은 아이유, 데뷔 16년만 상암벌 입성 “30대에도 도전합니다”[공연보고서]

황혜진 2024. 3. 10.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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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EDAM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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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황혜진 기자]

체조경기장, 잠실주경기장도 모자라 상암벌이다. 오롯이 사랑받을 줄 아는, 그리고 그 사랑을 더 큰 사랑으로 돌려줄 줄 아는 '유애나의 가수' 아이유가 데뷔 16주년에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 입성한다.

3월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KSPO DOME(케이스포 돔,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가수 아이유 단독 콘서트 '2024 IU H. E. R. WORLD TOUR CONCERT IN SEOUL'(2024 아이유 허 월드 투어 콘서트 인 서울)이 열렸다.

이번 공연은 아이유가 2022년 서울 송파구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진행한 'The Golden Hour: 오렌지 태양 아래'(더 골든 아워: 오렌지 태양 아래) 이후 약 1년 6개월 만에 개최한 단독 콘서트다. 2일과 3일, 9일, 10일 4회에 걸쳐 진행된 이번 서울 공연 티켓은 아이유 공식 팬클럽 유애나 6기 대상 선예매 당일 전석 매진되며 아이유의 막강한 티켓 파워를 실감케 했다.

본 공연 시작 전부터 아이유의 두터운 팬 사랑이 빛났다. 꽃샘추위 속 대기한 팬들을 위해 난방시설과 의자 등을 구비한 홀씨 존(천막으로 제작된 대기 공간)을 설치한 것. 이외에도 장내 4시간여 동안 앉아 있어야 할 모든 관객들을 위해 날짜별로 상이한 색상의 푹신한 방석을 선물했다.

이번 콘서트에는 회당 약 1만 5,000명, 4회 차 총 약 6만 관객이 운집했다. 아이유는 한층 많은 관객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의지로 무대를 360도 개방형으로 기획했고, 전광판 역시 초대형 사이즈를 여러 대 설치해 어떤 구역에서도 무대를 누비는 자신의 모습을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부지런히 무대 곳곳을 누비며 자신을 따스하게 둘러싼 관객들과 눈을 맞추는 일도 잊지 않았다. 메아리치지 않는 음향 역시 흠잡을 데 없었다. 최상의 공연 환경 속 아이유는 앙코르는 물론 앙앙코르(2차 앙코르)까지 진행하며 소중한 휴일 자신을 위해 기꺼이 시건을 내어 준 자신의 'Celebrity'들에게 보답했다.

이날 세트리스트는 남녀노소 불문 대중적으로 흥행한 대표곡은 물론 팬들이 공연에서 가장 듣고 싶어 했던 수록곡, 2월 20일 발표한 신보 'The Winning'(더 위닝) 전곡으로 빼곡하게 채워져 지루할 틈조차 없었다.

무대에 오른 아이유는 신곡 '홀씨'를 필두로 히트곡 '잼잼'을 연달아 열창하며 삽시간에 현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두 무대가 끝나자마자 쏟아지는 열렬한 환호에 아이유는 "오프닝 때마다 점점 소리가 커지는 것 같다. 뭘 해도 소리가 크게 나오니까. 그렇지만 어제 정말 너무 역대급이었기 때문에 오늘은 그것보다는 더 크게 나올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한가 생각을 했는데 과연 '막공'(마지막 공연)이다"고 말문을 열었다.

아이유는 "체조(경기장)은 사실 어디서 봐도 공연이 잘 보이고 잘 들리는 곳"이라며 "오늘 서울 마지막 공연이다. 우선 여러분께서 앉아 계신 방석은 꼭 챙겨가시고 1인당 하나다. 두 개씩 가져가는 분이 보이면 '어 저기 잠시만요'라고 서로 단속을 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히트곡 '어푸', '삐삐', 'Obliviate'(오블리비아테), 'Celebrity'(셀러브리티), 'Blueming'(블루밍), 'Coin'(코인), '에잇', '내 손을 잡아', 신곡 '관객이 될게 (I stan U)', 또 다른 히트곡 'Havana'(하바나), '너의 의미', '금요일에 만나요', 'Strawberry moon'(스트로베리 문) 어쿠스틱 버전, '밤편지', 신곡 'Shopper'(쇼퍼), '시간의 바깥', '너랑 나', 신곡 'Love wins all'(러브 윈즈 올), 신곡 'Shh..'(쉬), '스물셋' 등 무대를 펼쳤다. 공연 내내 지칠 줄 모르는 관객들의 함성에 아이유는 "여러분이 찢어버리셨다. 솔직히 우리 공연은 더 찢길 데가 없다"고 감탄했다.

아이유는 '관객이 될게' 무대를 마무리한 후 자신만 소유한 한정판 응원봉을 자랑했다. 아이유는 "제가 이 공연을 위해 단 하나 제작한 유애나 응원봉이다. 이건 나만 가질 수 있는 거. 여러분 거랑은 다르지. 바디도 야광색인 데다가 핑크 야광색 불이 들어온다"고 뿌듯해했다.

이어 "살면서 힘든 일이 있거나 '내가 잘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드는 날, 뭔가 좀 불안하거나 그런 날 여러분께 이 응원봉 흔들고 있는 아이유가 있다는 걸 잊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그룹 뉴진스, 라이즈, 르세라핌의 바통을 이어받은 마지막 공연 게스트는 배우 박보검이었다. 아이유와 박보검은 연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인 임상춘 작가, 김원석 감독의 신작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 동반 출연한다.

아이유는 박보검에 대해 "이 친구는 가수는 아니다. 근데 가수만큼 노래를 잘한다. 그리고 화면으로 봐도 정말 믿기지 않게 잘생겼지만 실물로 보면 눈을 비비실 거다. 너무 멋진, 고마운 제 친구를 소개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보검이 등장하자 관객들은 뜨거운 환호로 그를 환영했다. 아이유는 "원래는 제가 들어가는데 가수 분도 아닌데 무대를 맡아 주시는 게 부담스러운 결정이었을 수도 있어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다. 실제로 제가 너무 좋아하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제 '짱친'과 제 '짱친'을 소개해 주는 의미에서 퇴장 안 했다"고 밝혔다.

박보검은 "유애나 여러분 정말 반갑구만~ 반가워요"라고 자신의 출연작인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식 첫인사를 건넸다. 또 "저도 쑥스럽지만 유애나의 날인 만큼 즐기며 좋은 시간 보냈으면 좋겠다"며 아이유가 그룹 하이포와 함께 발표한 '봄 사랑 벚꽃 말고'를 열창했다.

그는 "오늘 응원의 힘을 보태고 싶어 오게 됐다. 아이유 씨와 작년 한 해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열심히 촬영했다. 드라마 촬영을 하며 월드투어를 준비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니까 아이유 씨가 참 대단하고 멋지고 부지런한 친구라고 느껴지더라. 그런 친구를 만나게 된 것도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 모두의 하루가 반짝반짝 빛나라는 의미에서 적재의 '별 보러 가자'를 들려드리겠다. 행복한 시간 보내시고 여러분 삶에 늘 감사한 일이 가득하길 축복하겠다"고 덧붙였다.

공연 중후반부 아이유는 "제 체감상 주경기장 공연 때보다 살이 더 빠져 있더라. '왜 이러지?' 싶었다. 주경기장 무대가 진짜 크기도 했고. 근데 만보기를 차서 측정해 보면 여기서 더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유는 자신이 손에 꼽을 만큼 아끼는 곡 중 하나인 메가 히트곡 '밤편지'에 대해 "일흔한 살까지 체조경기장을 채우는 할머니가 되는 게 제 꿈이다. 이 곡은 그때까지 세트리스트에서 빠질 일이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크게 애정하는 곡이다. 우리가 이 곡을 함께 부를 때마다 마음이 진짜 정화된다고 해야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 곡 중 그런 곡이 3곡이 있다. 그 곡을 관객들의 목소리와 섞어 같이 불렀을 때 나쁜 것들이 싹 걸러지고 정화되는 곡이 '무릎'과 '마음', '밤편지'다. 여기서 여러분과 노래를 같이 부르면 그날 밤 자기 전 결국 생각나는 건 그 순간이더라"고 덧붙였다.

만 나이 적용으로 올해 재차 서른이 된 아이유는 신곡 '홀씨' 노랫말처럼 화려하게 만개한 꽃도, 수수한 잔꽃도 아닌 하늘에 홀홀히 나부끼는 홀씨처럼 살아 나갈 계획이다. 세상 모두가 꽃이 될 필요도 없을뿐더러 적당히 미끈한 곳에 뿌리내린 꽃보다 기어코 하늘에 피어난 홀씨가 자신에게 걸맞은 결말이라는 깨달음에 도달했기 때문. 버젓이 홀씨가 된 그가 누울 자리는 숱한 유애나들이 마련해 준 광활하고도 아늑한 '오렌지 태양 아래'다.

그리고 올가을 그 '오렌지 태양 아래'가 한층 넓어진다. 데뷔 후 최초로 상암벌에 입성하는 것. 아이유는 공연 말미 신곡 'Shopper'(쇼퍼) 무대 직전 전광판을 통해 오는 9월 21일과 22일 이틀간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상암벌)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깜짝 발표해 더 큰 환호를 불러일으켰다. 뮤지션으로서 스스로 짜놓은 계획들과의 한판승에서 번번이 승리를 거두고 싶다는 욕망에 대해 천명한 'Shopper'에 걸맞은 행보다.

무대를 끝낸 아이유는 "타이밍 좋았죠? 제가 잠깐 청력을 상실했다. 여러분 대박이었다. 더 이상 찢길 게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나. 태워야 하나"라며 웃었다.

아이유는 "제가 처음으로 월드투어를 하게 됐는데 저도 이렇게 많이 공연하고, 매주 여러 도시에 가서 팬 분들 만나는 게 처음이라 설레고 걱정도 많고 그렇다. 근데 너무 감사하게도 다 매진이 되고 있다. 제가 투어 한 바퀴 열심히 돌고 오는 동안 한국 팬들이 저 많이 보고 싶을 거 아닌가. 그래서 앙코르 공연을 해야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곳으로 간다. 30대 정말 끊임없이 도전한다. 이번에는 상암으로 가는데 아직 공연을 하려면 시간이 좀 남았지만 그때는 체조와는 다른 분위기의 공연, 비슷하지만 또 다른 공연을 준비해보고자 한다. 또 모실 수 있는 객석 수가 좀 더 많기 때문에. 오늘 이 공연에서 힘을 받고 (투어를) 한 바퀴 돌고 여러분과 다시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그렇게 됐다"며 환하게 미소 지은 아이유는 "오늘 일요일 관객 분들께 가장 먼저 알려드릴 수 있어 기쁘다. 이 소식을 제일 먼저 듣지 않은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먼저 티켓팅을 준비할 수 있지 않겠나. 그렇게 됐다. 이렇게까지 좋아해 주실 줄 몰랐다"고 덧붙였다.

'너랑 나' 무대에서는 관객석 곳곳에서 "아이유 참 좋다"라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에 아유는 "아이유가 참 좋아요? 저도 여러분의 사랑을 받는 아이유가 좋아요"라며 웃었다.

아이유는 "솔직히 2주 연속 공연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어제 제가 조금 달렸다. 그래서 오늘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오프닝에서 '홀씨'를 부르며 내려오는 순간. 이런 날은 사실 관객들이 다 해주는 날이고, 가수 입장에서도 자주 만날 수 없는 날이다. 뭐랄까, 운 좋게 얻어걸린 날이랄까. 물론 마지막 공연이라 기대를 한 것도 있긴 있었지만 그 기대를 뛰어넘을 정도의 호흡을 보여 주셔서, 말로 표현하기 쉽지 않은 '아이유 참 좋다'를 외쳐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하다"고 진심을 털어놨다.

이어 "서울 4회 공연 그래도 잘 마쳤다. 너무 감사드린다. 투어를 하며 시차 적응을 하고 컨디션이 안 좋은 날도 있을 텐데 이 힘으로 하면 될 것 같다. 가수 입장에서 링겔 한 3시간 맞는 것보다 이게(관객들의 환호) 훨씬 낫다"고 덧붙였다.

앙코르 시작 전 펼쳐진 마지막 무대 'Love wins all' 무대를 앞두고는 "여러분을 제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하는 것보다 이 곡을 목이 터져라 부르는 게 나을 것 같아 마지막 곡으로 선곡했다"고 밝혔다. 끝으로 "제가 힘닿는 데까지 저도 노래로 여러분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는 가수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 공연을 성황리에 마무리한 아이유는 요코하마, 타이페이, 싱가포르, 자카르타, 홍콩, 마닐라, 쿠알라룸푸르, 런던, 베를린, 방콕, 오사카, 뉴어크, 애틀란타, 워싱턴 D.C, 로즈몬트, 오클랜드, 로스앤젤레스 등 세계 각 도시를 순회하며 월드투어 열기를 이어간다.

(사진=EDAM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엔 황혜진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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