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이성 되찾자" 교수들 시국선언까지 나왔지만...보이지 않는 돌파구
의대교수협 이어 서울대 의대도 대응 논의
면허정지 대상 전공의 25일까지 의견 내야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장기화에 의사 선배이자 스승인 대학병원·의대 교수들이 본격적으로 사태 수습에 뛰어들었지만 돌파구는 뚫리지 않고 있다. 교수들 사이에서도 강경론이 우세해 중재 시도나 대안 제시 등 제3의 목소리는 설 자리를 잃은 분위기다. 전공의들은 버티기에 들어갔고, 정부는 경고한 대로 면허정지 등 법적 절차를 밀어붙이고 있다.
시국선언, 교수 총회… 의사계 결집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아산병원, 여의도성모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이대서울병원, 분당차병원, 고대안암병원,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소속 교수·전문의 16명은 '의료붕괴를 경고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빠른 시일 내에 이 사태가 종식되지 않을 경우 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심각히 위협받을 것"이라며 "모든 이해관계자들은 이성을 되찾고, 정부와 의료계 대표는 허심탄회하게 합리적 방안을 논의해 해법을 도출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 정책에 대한 비판적 논의를 열어 놓고 전공의를 향한 위압적 발언과 위협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수련병원 교수·전문의 3,566명, 의원·병원 의료진 1,670명 등 5,200여 명이 시국선언 연대 서명에 동참했다.
33개 의대 교수협의회장이 모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도 전날 비공개 총회를 열어 의대생 수업 거부 문제, 전공의 사직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협의회 차원에서 집단행동 여부를 결정하진 않았으나 개별 사직까지 막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전북대 의대, 원광대 의대, 경북대 의대, 가톨릭대 의대, 아주대 의대, 울산대 의대 등에서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 또는 보직 사퇴를 결의한 상태다.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도 11일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에서 각각 총회를 연다. 자유 토론 방식으로 진행되나 집단 사직 요구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분당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자체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5%는 "전공의와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집단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답했다.
의사계는 '전공의·의대생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워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면허정치 처분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공의들에게 퇴로를 열어주기 위해 의사계 전체가 결집하는 분위기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도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비대위, 대한의사협회 비대위,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회의에 연달아 참여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간 개별적으로 대응했던 의대생, 전공의, 교수, 개원가가 합종연횡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전공의 면허정지 임박… 정부 비상진료대책 강화
반면 중재 시도는 뚜렷한 성과가 없다. 서울대 의대 학장단은 자체적으로 해법을 찾겠다는 취지에서 8일 의대생들과 타운홀미팅을 마련했으나 학생들이 불참 의사를 전해 행사가 취소됐다.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해서도 "연간 500명 이하 점진적 증원"(대한외과의사회) "500~1,000명 증원"(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 "연간 1,000명씩 10년간 1만 명 증원"(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위원) 등 여러 전문가들이 절충점을 내놓았지만 정부는 "타협 불가"를, 전공의는 "증원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어 논의에 진전이 없다.
보건복지부는 조만간 근무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3개월 면허정지 처분 사전통지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통지서를 받은 전공의들은 오는 25일까지 의견서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전공의들 사이에선 면허정지 처분도, 의견서도 다 무시하겠다는 강경한 여론이 많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1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불법적인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법률과 원칙에 따른 처분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하며 "조속한 복귀와 대화"를 거듭 촉구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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