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 린가드 "하루빨리 팬들께 보답하고 싶다…K리그는 굉장히 경쟁적"
[상암=스포츠투데이 김영훈 기자] 제시 린가드(FC서울)는 무승부에 만족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는 하루빨리 제 실력을 찾아 팬들께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서울은 10일 오후 4시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2라운드 인천유나이티드와 홈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1라운드 광주에게 0-2로 패한 서울은 이날도 승점 3점을 따내지 못했다. 더욱이 이날 경기장에는 5만 1670명의 팬들이 운집해 K리그 역대 관중 수를 기록했음에도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남겨야만 했다.
이날 최대 관심사는 린가드의 홈데뷔전 출전 여부였다. 출전 가능성이 높았던 가운데 김기동 감독이 언제 그를 투입하느냐가 관건이었다.
린가드는 이번 경기 예상보다 빨리 경기장에 들어섰다. 전반 30분 신입생 시로히게를 대신해 경기장을 밟았다. 서울은 인천에게 밀리는 분위기 속 빠르게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고 린가드의 투입으로 공격적으로 나섰다.
2선에 배치된 린가드는 공격과 수비의 연결고리 역할을 맡으면서도 적재적소에 패스를 찔러 넣으며 인천의 촘촘했던 수비를 공략했다. 특히 전반 33분 기성용의 패스를 받은 뒤 수비 사이를 파고든 강상우를 향해 센스 있는 패스를 선보이며 상암월드컵경기장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후반전으로 가면서 체력적인 부담감을 느꼈던 탓인지 지친 모습도 있었다. 서울 이적 전까지 반년 이상 무직으로 있던 터라 여전히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있어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경기 후 린가드는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던 경기라 생각한다. 골 찬스를 살리지 못해 아쉽다. 오늘 경기는 시작일 뿐이다. 선수들끼리도 경기 후 많이 이야기를 나눴다. 조금 더 자신감이 필요할 것 같다. 다음 경기를 빠르게 준비해 제주유나이티드전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오늘 이른 시간 교체 출전에 대해 "예상보다 빠르게 투입된 것은 맞다. 감독님께서 10번 역할을 원하셨다. 인천 수비 사이에서 볼을 잡고 공격을 풀어주길 주문했다. 측면을 통해 공격을 잘 풀어갔어야 했는데 이런 부분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저를 비롯해 선수단 모두 성장해야 한다. 경기장 내에서 이런 부분을 빠르게 파악하고 준비해야 한다. 훈련에 복귀해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데 있어 중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후반전 들어서며 체력적인 부담감을 느낀 린가드는 "아직 몸상태가 100%라고 말할 수 없다. 분명 몸을 더 만들어야 한다. 동계 훈련을 준비하면서 몸을 만들었지만 오랜 기간 경기를 뛰지 않아 준비가 안 되어있다. 그럼에도 오늘 경기장을 찾아주신 팬들에게 에너지를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실질적으로 느끼는 피로가 보다 적다"고 말했다.
이번 경기 린가드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후반 37분 우측면 강성진이 수비를 파고든 뒤 정확한 패스를 넣어줬고, 박스 안 린가드가 곧바로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높게 떠오르며 아쉬워했다. 이에 대해 린가드는 "(강)성진이의 패스는 훌륭했다. 정확히 패스를 해줄 것이라고 알고 있었고 제 움직임 또한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는데, 바로 앞에서 볼이 튀어 올랐다. 하지만 이 부분은 제가 적응해야 되는 부분이다. 경기 도중 실수의 일부분이다. 실수를 통해 자신감을 잃으면 안 된다. 실수하고 또 실수해도 계속해서 시도해야 성장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제 본격적인 K리그를 맞이하는 린가드다. 아직 2경기 만 뛰었으나, 린가드는 K리그를 두고 '경쟁적인 리그'라고 평가했다. 그는 "피지컬적으로 빠르고 강한 리그다. 평생 동안 해왔던 축구라 새롭게 느껴지지 않지만 팀, 동료, 문화 등 새롭게 적응할 필요가 있다. 축구적인 부분 역시 다른 부분이 있기에 제가 적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뒤 "생각보다는 빠르게 팀에 녹아들고 있다. 새로운 도전을 선호하는 편이다. 현재 구단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린가드는 마지막까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이날 경기에 앞서 서울 구단은 '린가드존'을 만들었다. 린가드의 굿즈를 수령할 수 있는 이벤트 공간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린가드는 "'린가드존'에 대해서는 경기 직전 들었다. 그리고 4시간씩 팬들이 줄을 섰다는 건 처음 들었다. 감사하다"며 "서울에 온 첫날부터 너무 많은 환영과 사랑을 받고 있다. 정말 많은 팬들의 사랑 속에서 빨리 적응하고 싶고, 팬들께 큰 사랑과 자신감을 드리면서 보답하고 싶다. 마음 같아서 모든 팬들께 사인해드리고, 사진 찍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기에 하루 빨리 제 컨디션을 찾아 좋은 활약을 펼치고 싶다"고 다짐했다.
[스포츠투데이 김영훈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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