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기점수 ‘60점 미만’인데… 채용기준 임의로 바꿔 합격시킨 서울시 공공기관

서울시 감사위원회, 산하 공공기관 대상 채용실태 조사

서울경제진흥원(SBA)이 경력직 채용 때 서울시와 자체 인사위원회가 승인한 채용계획과 다른 합격 기준을 임의로 적용해 당초 채용 계획 상 불합격에 해당하는 지자를 최종 합격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 감사위원회는 산하 공공기관 10개를 대상으로 채용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시 산하 공공기관 9곳과 공직 유관단체 1곳이 2022년 시행한 신규·경력직 채용과 정규직 전환 업무 전반을 살폈다. 감사에서 부정청탁·부당지시·금품수수 등 중대한 비위행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10개 기관에서 14건의 지적사항이 적발됐다.

SBA는 2022년 상반기 경력직 채용 당시 때 감독부서와 자체 인사위원회에서 승인한 필기 전형 점수 기준를 준수하지 않았다. 당초 채용계획에서는 인성검사와 직무수행계획서로 이뤄진 필기 전형에서 평균 60점 미만을 받으면 불합격 처리하도록 했으나, 평균 60점 미만을 획득한 응시자 6명을 합격 처리해 면접시험 응시 기회를 제공했다. 이들 중 1명은 면접 전형을 거쳐 최종 합격해 직원으로 임용됐다.

서울경제진흥원 본사 전경. 네이버지도 거리뷰 캡처

SBA는 필기 전형 응시자 수가 1차 면접자 배수에 미치지 못하면 직무수행계획서의 평가결과를 면접대상자 결정기준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사항을 공고문에서 누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시 감사위는 “필기시험 응시생 수가 선발배수 이내인지 여부에 따라 평가결과 적용여부를 결정한다는 주장은 시험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는 것으로써 근거가 없을뿐 아니라 그러한 의도를 증빙할 수 있는 자료도 없는 상태”라고 판단했다. 또 해당 업무 관련자 2명에 대한 징계처분 등의 신분상 조치를 내렸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2022년 1월 사무기술전문가 공공디벨로퍼 2명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모호한 기준으로 서류심사를 생략한 점을 지적받았다.

해당 분야 채용계획을 보면 서류심사 점수 60점 이상(100점 만점 기준)인 지원자 중 고득점자순으로 채용인원의 5배수 이내를 선발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서류접수 결과(인원·상황 등)에 따라 서류심사를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SH 인사부는 공공디벨로퍼 A(업무총괄) 부문의 접수 인원이 서류 합격 인원의 5배수 이내(지원자 4명)이고 제출서류만으로 지원 자격에 충족한다고 자체 판단한 뒤 서류심사 없이 면접시험만 시행해 1명을 선발했다.

시 감사위는 “서류심사 절차 중 2단계 실질 심사를 통해 전문지식·경험, 직무 역량·발전 가능성, 인성·조직 적응 가능성을 평가할 수 없어 평가점수가 60점 이상인지 등 적격 여부를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모호한 기준으로 서류심사를 생략했다”고 봤다.

또 서울연구원은 내부규정과 채용 공고문에 비위면직자 취업 제한 내용을 안내하고 채용 전 이를 확인해야 했지만, 결격 사유를 확인하지 않은 채 최종합격자를 결정한 점이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시는 향후 동일·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당 기관에 주의·통보를 내렸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