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관중 불러모은 린가드 "한국 팬들에게 받은 사랑, 반드시 돌려드릴 것" (일문일답)

김건일 기자 2024. 3. 10.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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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 하나은행 K리그1 2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경기로 홈 데뷔전을 치른 제시 린가드 ⓒ연합뉴스
▲ 10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 하나은행 K리그1 2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경기에 앞선 환영식에 참석한 제시 린가드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서울 월드컵경기장, 김건일 기자] 5만 관중 앞에서 FC서울 선수로 데뷔전을 치른 영국 출신 축구 스타 제시 린가드가 소감을 이야기했다.

린가드는 10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 하나은행 K리그1 2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경기가 끝나고 기자회견에서 팬들을 향한 애정을 이야기했다.

린가드는 0-0으로 맞선 전반 30분 교체로 투입되어 60분 가량 그라운드를 누볐다. 지난 2일 광주와 개막전에서 교체로 15분 가량 뛴 뒤 두 경기 연속 출전이다. 다만 이날 경기에선 팀 상황을 고려해 투입 시기가 앞당겨졌다.

'린가드 효과'로 이날 경기엔 관중 5만1670명이 들어서 2013년 승강제 도입 이후로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존 기록은 2016년 6월 18일 슈퍼 매치(FC서울-수원삼성)에서 집계됐던 4만7899명.

린가드는 "(입국) 첫 날부터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며 "경기장에서 활약으로 내가 받은 사랑과 행복을 돌려드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 10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 하나은행 K리그1 2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경기로 홈 데뷔전을 치른 제시 린가드 ⓒ한국프로축구연맹

다음은 일문일답

-"이길 수도 있었고 질 수도 있었던 경기라고 생각한다. 골 기회를 많이 만들어 내지 못했다. 그렇지만 시작일 뿐이다. 경기 끝나고 선수들끼리 이야기했다. 조금 더 자신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팀적으로도 그렇다. 바로 내일부터 훈련에 들어갈 것이다. 다음 제주전에서 승점 3점을 반드시 따겠다"

-예상보다 빠르게 경기에 투입됐는데 이 부분이 감독과 이야기됐던 부분인지(외신 기자)

"맞다. 감독님께서 10번 포지션에서 뛰기를 원했다. 라인에서 볼을 받아서 기회를 만들기를 원했다. 전반전보다 후반전이 어려웠다. 인천이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사이드에서 풀어야 했는데 잘 안됐다. 선수들이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피치 위에서 상대를 빠르게 파악해야 한다. 일단 선수들이 조금 더 빨리 훈련에 복귀해서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기동 감독이 후반전에 체력이 떨어져보인다고 말했는데, 스스로 생각하는 몸 상태는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분명히 몸을 만들어야 한다. 100%는 아니다. 동계까지 포함하면 7경기를 소화했다. 몸을 만들어가고 있다. 오랜 기간 90분을 뛰지 않았기 때문에 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90분을 뛸 체력이 조만간 만들어질 것이다. 후반 막판엔 감독님 말씀처럼 조금 지쳤다. 하지만 5만 명이 넘는 팬들이 들어오면서 에너지를 받았다. 실질적으로 받는 피로는 적었다. 응원이 큰 힘이 됐다.

▲ 아쉬워하는 제시 린가드 ⓒ연합뉴스

-후반전에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놓쳤는데, 어떤 상황이었나

"완벽한 패스였다. 강성진이 그 타이밍에 패스를 넣어줄 것이라고 생각해서 내 움직임도 완벽했다. 슈팅 직전에 볼이 튀어올라서 생각한 대로 되지 않았다. 내가 적응해야 할 부분이다. 경기 일부고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 자신감에 영향을 줘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시도해야 좀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고 팀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시작이다. 문화적으로도 그렇고. 동료들도 많이 바뀌었다. 적응이 어떤지(외신 기자)

"제가 생각했던 것보단 적응이 빠르다. 개인적으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적응엔 큰 문제는 없다. 구단에서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집을 계약해서 조만간 이사를 한다. 스태프, 선수들도 나를 잘 반갑게 잘 대해준다. 현재까지는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10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 하나은행 K리그1 2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경기로 홈 데뷔전을 치른 제시 린가드 ⓒ한국프로축구연맹

-2경기를 치르긴 했지만 K리그 경기를 뛴 소감과 특징이 무엇이라고 생각한가

"이른 감이 있지만 굉장히 경쟁력 있는 리그라고 생각한다. 피지컬적으로 빠르고 강한 리그라고 생각한다. 내가 평생동안 해왔던 축구이기 때문에 새롭게 다가오지 않지만 내가 적응해야 할 부분이다. 전술적으로 축구적인 부분에서도 내가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5만 명이 넘는 관중이 들어왔다. 경기력 등으로 더 많은 관중을 몰고 싶은 생각이 있나

"굉장했다. 정말 많은 관중이 왔다. 선수들에겐 엄청나게 큰 에너지다. 많이 올 수록 좋다. 오늘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팬 분들이 경기장에 찾아준다면 힘이 더 많이 날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우리에게 달렸다고 생각한다. 경기력으로 팬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팬들을 위해 하루 빨리 승점 3점을 선물해주고 싶다."

▲ 제시 린가드 유니폼을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는 팬들. ⓒ연합뉴스

-'린가드 존'이 생겼다. 사람들이 4시간 이상 기다리는 엄청난 열기를 보여줬다. 팬들의 엄청난 사랑을 느끼고 있는지

"사실 '린가드 존'은 오늘 경기 직전에 알았다. 4시간 씩 줄을 섰다는 것은 몰랐다. 첫날부터 환영받고 사랑받는 느낌을 받았다. 공항에서 굉장히 많은 분이 환영해주셨다. 덕분에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큰 힘이다. 큰 사랑과 자신감을 주는 것처럼 하루빨리 좋은 모습 보여드려 팬들도 자신감과 행복을 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마음 같아선 모든 팬들에게 유니폼에서 사인하고 사진을 찍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에 경기장에서 보여주겠다."

▲ ⓒ연합뉴스

이날 경기에서 린가드는 전반 30분 만에 그라운드에 투입됐다. 서울은 린가드를 넣으면서 중앙 미드필더 시게히로를 불러들였다. 일주일 동안 준비한 포메이션을 30분 만에 바꿨을 만큼 흐름을 빼앗고자 하는 의지가 컸다.

린가드를 투입한 효과는 순식간에 나왔다. 전반 34분 기성용으로부터 공을 받은 린가드는 간결한 스루패스를 시도했다. 린가드의 패스는 인천 스리백을 단번에 지나 강상우에게 절묘하게 연결되어 일대일 기회를 만들었다. 강상우의 슈팅이 이범수 골키퍼에게 막히면서 득점이 무산됐다. 강상우는 땅을 치며 아쉬워했고 린가드는 강상우를 툭 치며 격려했다.

후반 추가 시간에도 린가드가 번뜩였다. 역습 상황에서 공을 잡은 린가드는 원터치로 공을 띄운 전방 패스로 기회를 이어갔다.

▲ 아쉬워하는 제시 린가드 ⓒ연합뉴스

경기가 막바지로 향하는 시점 린가드가 데뷔골 기회를 놓쳤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가 페널티박스 안에 있는 린가드에게 닿았다. 결정적인 득점 기회. 린가드가 논스톱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대 위로 멀리 날아갔다. 린가드는 애꿎은 잔디를 차며 아쉬워했다.

김기동 감독은 "초반에 흐름을 가져가다가 인천에 넘겨주면서 플레이가 안 됐을 때 변화가 필요했다. 그래서 계획보다 일찍 투입했다. 그러면서 전반전에 우리 흐름으로 조금 가져왔다. 아직은 후반전 막판으로 가면서 체력적인 부담이 있었다. 후반전에 성진이가 린가드에게 패스했을 때 치고 들어가면서 위협적인 부담을 줄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고 잃어버린 골이 나왔다"고 돌아봤다.

▲ 경기가 끝나고 팬들에게 인사하는 제시 린가드 ⓒ연합뉴스

린가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소년 팀 출신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만 통산 232경기에 출전해 35골과 21도움을 기록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포함해 2021년까지도 잉글랜드 국가대표로 뛰며 A매치 32경기 6골을 쌓았다. 41주년을 맞이한 K리그 역사상 가장 이름값이 높은 선수다.

프리미어리그 노팅엄포레스트에서 지난 2022-23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린가드는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적을 추진했다. 스티븐 제라드 감독이 이끄는 알 이티파크에 입단이 가까웠지만 사우디아라비아 리그 외국인 선수 보유 규정에 발목잡혀 계약이 무산됐다.

▲ 10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 하나은행 K리그1 2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경기에 앞선 환영식에 참석한 제시 린가드 ⓒ연합뉴스

여전히 새 팀을 찾지 못한 린가드는 이번 겨울 여러 구단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린가드 영입을 희망했던 구단은 15개로 알려졌는데 여기엔 UEFA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이탈리아 팀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린가드는 유럽 팀 러브콜을 마다하고 FC서울을 선택해 화제를 모았다.

린가드는 입단 기자회견에서 "다른 해외 구단에서도 여러 제안이 왔지만 FC서울이 계약 내용을 문서에 담아 훈련하는 현장까지 찾아오는 등 열성을 보여주었다. 그 순간에 계약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 "지금 몸상태는 최상은 아니지만 좋다. 빨리 경기장에서 팬들과 만나고 싶다. 목표는 있지만, 경기장에서 뛰면서 승점 3점을 따는 게 중요하다. FC서울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싶은 꿈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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