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아이스하키팀 ‘고양아이스워리어스’를 아시나요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서 값진 은메달 얻어
‘고양아이스워리어스’는 경기도에 하나뿐인 장애인 아이스하키팀이다. 지난달 21일 막을 내린 ‘제21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 경기도 대표로 나서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5연승으로 결승까지 올랐지만 마지막에 국내 최강이자 유일한 실업팀인 강원도청팀의 벽을 넘지 못했다. 강원도청팀은 12명이 국가대표다. ‘고양아이스워리어스’는 5명이다. 결승전 패배는 ‘강원도청팀을 이기자’는 단단한 목표를 만들어줬다.
최근 고양어울림누리 빙상장에서 사성근 감독과 선수들을 만났다. 대회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여러 선수가 부상으로 입원 중이지만 훈련은 다시 시작됐다.
장애인 아이스하키는 슬레지(썰매)에 몸을 고정하고 2개의 스틱으로 썰매를 지치고 퍽을 치는 경기다. 경기장 규격은 비장애인 아이스하키와 동일하다.
준우승한 소감을 묻자, 사 감독은 “기쁘기보다 지난 2년 동안 대관료 걱정, 선수들 밥 먹일 걱정 속에 진짜 힘들게 한 달 한 달을 버텨왔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그냥 담담했다”고 말했다.
강원도청팀 선수로 소치올림픽에서 뛰었던 그는 2019년 이 팀의 감독을 맡았다. 월급은 없다. 사비를 털어 빙상장 대관료를 내고 훈련 후 선수들 밥을 챙긴 덕분(?)에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훈련 후 식사 메뉴는 항상 김치찌개와 라면사리다. 이제 선수들은 김치찌개라면 손사래를 친다.
선수 14명 중 6명은 고양특례시에 산다. 경기도 곳곳에 사는 선수들은 2시간씩 걸려 훈련에 참여한다.
4년 넘게 사용한 보호장비는 고정끈이 떨어져 퍽을 맞으면 충격 흡수가 안 되고, 슬레지와 스틱은 흠집투성이다. 갈아입을 유니폼이 부족해 다른 팀이 두고 간 유니폼을 가져다 세탁해 입는다.
경기도장애인체육회가 식비와 교통비 일부를 지원하지만 부족하고 장비 지원은 가뭄에 콩 나듯 이뤄진다.
그는 “취임 초기에는 관심과 지원을 약속하지만, 어느새 나 몰라라 하는 협회장과 정치인들을 많이 봤다”며 “장애인들이 왜 이렇게 스포츠를 많이 하냐는 말도 들어봤고, 비장애인은 스틱을 한 개만 쓰는데 왜 장애인은 비싼 스틱을 두 개나 쓰냐는 타박도 들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 팀의 주장 이용민 선수는 트럭 사고로 두 다리를 잃고 8년 동안 방 안에서만 지냈다. 그를 다시 세상 밖으로 불러낸 게 바로 아이스하키다.
8년 만에 방을 나왔을 때 햇살에 눈이 너무 부셔 머리가 핑 돌았다는 그는 “선수라면 승리해 메달을 따는 것이 당연한 목표”라며 “강원도청팀을 이기자는 우리의 최종 목표를 이루기 위해 평일에도 훈련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아이스하키는 남녀 혼성 경기다. 이 팀에는 2명의 여자 선수가 있다. 이날 훈련에 참여한 김소연 선수에게 아이스하키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김 선수는 “평창 동계 패럴림픽 때 아이스하키 경기를 직관했는데 너무 멋있었다. 그날 나도 아이스하키를 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고, 그 꿈을 이뤄 행복하다”며 웃었다.
남자 선수들과 몸싸움, 말싸움 모두 절대 피하지 않는다는 그는 이번 체전에서 1골을 넣었다.
온몸에 멍이 들고 스틱 끝 ‘픽’에 찍혀 상처가 나도 아이스하키가 마냥 좋다는 그는 훈련 내내 쉬지 않고 썰매를 지치고 슛을 날렸다.
마지막으로 사 감독에게 앞으로 계획을 물었다.
그는 “모든 여건이 어렵지만 선수들 분위기가 워낙 좋고 아이스하키를 계속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 팀을 어떻게든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욱 기자 jwshi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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