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고물가 주범 과일·채소값 폭등 대비할 수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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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고금리 속에 내수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일 "수출회복세에도 고금리 기조로 소비와 설비투자가 부진하다"고 진단했다.
내수부진은 고물가·고금리 여파가 크다.
사과 등은 병해충 검역 이유로 수입도 거의 불가능한 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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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못하고 안이한 정부 대처 문제
내수부진은 고물가·고금리 여파가 크다. 실질임금이 쪼그라들면서 빚을 갚고 나면 소비여력은 줄어든다. 물가는 더 올라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기조차 겁이 날 정도다. 과일·채소 등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가파르게 올라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다시 3%대를 찍었다.
특히 과일·채소 물가상승률이 지난달 각각 41.2%, 12.3%나 치솟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망으론 이달에도 토마토, 딸기, 참외 등 주요 과채류 가격이 전년보다 큰 폭으로 오를 것이 확실하다. 작황부진 탓에 출하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토마토는 5㎏ 기준 2만3000원, 딸기는 2㎏ 기준 2만2000원으로 1년 전보다 각각 43.9%, 17.7%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3년치 평균보다 각각 52%, 33% 이상 치솟은 가격이다.
채소 값은 더하다. 대부분 음식에 사용되는 대파는 도매가격이 ㎏당 2950원으로 평년 가격의 배를 넘어섰다. 이달에도 더 올랐으면 올랐지 내리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식물가는 어떤가. 2월 외식물가 상승률은 전체 평균(3.1%)보다 0.7%p 높은 3.8%에 달했다. 햄버거 8.2%, 김밥 6.4%, 냉면 6.2%, 치킨 5.4% 등 안 오른 게 없다. 농산물 가격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애그플레이션' 현상 그대로다.
치솟은 물가 탓에 근로자 실질임금도 2년째 쪼그라들었다. 외식·식음료 물가는 한번 오르면 밀가루, 과일, 채소 등 원재료 가격이 하락해도 다시 내려가지 않는 특성이 있다. 또 제품 용량을 줄여 사실상 판매가격을 올리는 식품업계의 꼼수인상도 많아진다. 이러니 서민이 체감하는 외식·식탁 물가 압박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사과·배 등 '국민과일'의 작황부진, 공급 감소로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했다. 사과 등은 병해충 검역 이유로 수입도 거의 불가능한 과일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그동안 뭘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소극적으로 사태를 본 건 아닌가 의심스럽다. 600억원 규모의 할인지원으로 가격을 조정했던 설 명절이 끝나면 과일 값 폭등이 진정될 것으로 봤던 정부의 명백한 오판이다.
물가상황을 더 엄중히 보고 물가안정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시장경제에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독이 될 수 있지만, 할 수 있는 역할은 해야 한다. 농산물 유통 과정에 가격왜곡이 없도록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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