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등 압박에도 '사표' 확산 조짐… 의료대란 최악 치닫나 [출구 안보이는 '의정 갈등']
전문의와 시국선언 나서기도
애타는 환자들 "밥그릇 싸움 그만"
의협 관계자 등 수사 나선 경찰
"전공의 블랙리스트 의혹도 조사"
■'교수 사직' 의대 '폭풍전야'
지난 8일 가톨릭대 의대 로비는 한산했다. 의대 개강이 2주 연기되면서 로비에는 의대생들이 보이지 않았다. 학장단이 사퇴서를 제출했지만 교수들은 여전히 출근, 로비를 간간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앞서 가톨릭대 의대가 '100%를 증원해달라'고 신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학장단은 지난 6일 전원 사퇴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날 만난 교수 A씨는 "학장단 차원에서는 교육여건이 안 된다는 점을 본부에 얘기했음에도 수용되지 않으니 답답했을 것"이라며 "주요 의대에서도 힘들다는 것은 상당수 의대가 무리한 증원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 병원 매출 1위 아산병원이 3조~4조원 수준이다. 수술이 30% 줄었는데 정부가 예비비 1200억원을 주는 것은 두달치 손해를 보전해 주는 정도"라며 "의대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못 박는 태도를 고수하면 주요병원은 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톨릭대 의대뿐 아니라 다른 의대에서도 교수들이 잇따라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빅5' 병원인 서울아산병원이 속한 울산대 의대는 지난 7일 긴급총회를 열고 전 교원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데 합의했다. 울산지역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인 울산대병원은 이미 전공의 이탈 여파로 입원환자가 20% 감소하고, 수술환자도 기존에 비해 50% 줄었다. 울산대병원은 사내 소식지에서 "현재 병원은 전공의 부재 등으로 인한 수술 및 입원 환자 감소에 따른 경영악화로 위기에 처해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인근의 부산대병원도 마찬가지다. 지난 8일 오후 병원 내부 게시판에 정성운 병원장 이름으로 '부산대병원 임직원께 드리는 글'을 통해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했다. 최근 전공의 236명 중 216명이 사직한 부산대병원은 병상 가동률을 50~60%로 축소 운영하면서 100억원대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의료 붕괴를 경고하는 시국선언' 사이트가 개설돼 의사들의 연대서명을 받고 있다. 해당 사이트 개설자는 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이대서울병원·고대안암병원·분당차병원 등 8개 병원 교수와 전문의 16명으로, 이들은 소속과 실명을 밝히고 서명을 했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환자 및 보호자들의 불안감은 커지는 분위기다.
60대 환자 보호자 C씨는 "신경외과 수술을 하고 병원에 입원한 지 2주째인데 진전이 없어서 답답하다"며 "담당 의사는 잘 안 보이고 다른 의사들만 오니 신뢰가 안 생긴다. 의사들 밥그릇 싸움을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수사강도 높이는 경찰
의료대란이 장기화 국면에 들어가면서 경찰도 수사 강도를 높였다.
현재 경찰은 보건복지부의 고발을 접수해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을 조사하고 있다. 이들에겐 전공의 집단파업 교사 및 방조 혐의가 적용됐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6일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을 불러 조사한 데 이어 지난 9일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을 불러 조사했다. 주 위원장은 6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께까지 약 10시간, 노 전 회장은 9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11시간여 동안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이들이 직접 전공의들과 연락해 파업에 관여했는지 조사했다.
노 전 회장은 조사를 마친 뒤 "경찰이 제시한 증거는 100% 내가 SNS에 올린 글이었고 이외에 어떠한 근거도 없었다"며 "개인적 사견을 올린 것뿐인데 11시간 넘는 시간을 조사했다. 생각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대한민국에서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는 12일에는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과 박명하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에 대한 소환조사가 예정돼 있다.
경찰은 파업에 불참한 전공의들의 소속 병원과 진료과, 실명 일부를 밝힌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yesyj@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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