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의 메타어스] 기후와 에너지와 탄소와 숲

한겨레 2024. 3. 10. 18: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김형준 |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지구는 열려 있을까 닫혀 있을까? 지구는 물질 측면에서 닫힌계다. 운석이 떨어지고 로켓이 날아가기는 하지만 예외적인 일일 뿐 우주와 꾸준한 물질 교환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물을 보더라도 지구 표면에서 증발한 수증기는 높이 상승해 구름이 되어 비로 내렸다가 다시 증발해 대기로 돌아가는 영원한 순환 고리로 존재한다. 그렇다면 에너지는 어떨까?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끊임없이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약 30%는 바로 반사되어 우주로 돌아간다. 남은 양의 일부는 지구를 데우는 데 쓰이고 나머지는 물의 고체, 액체, 기체 상태간 변화를 일으키는 데 쓰인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은 에너지를 방출하고 지구 또한 끊임없이 에너지를 우주로 방출한다. 이렇듯 지구는 에너지 측면에서 열린계다.

들어오는 에너지가 증가하거나 나가는 에너지가 감소하면 지구가 더워진다. 가계의 수입이 늘거나 지출이 줄면 자산이 늘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2023년에 출판된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 제6차 기후변화 보고서는 지구가 더워지는 이유가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영향으로 우주로 나가는 에너지가 줄기 때문임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지구 표면에서 흡수된 태양 에너지의 절반가량은 물의 상태변화에 이용된다. 즉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물, 에너지, 탄소의 순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식물은 기후 시스템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성장한다. 광합성은 빛 에너지, 물, 이산화탄소가 필요하다.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포도당을 합성하는데 땅속에 존재하는 액체 상태의 물을 빨아올려 절반은 이용하고 절반은 수증기로 방출한다. 다시 말해 물, 에너지, 탄소 순환의 접점에는 식물이 존재한다. 식물의 광합성은 매년 내리는 1000억톤 이상의 육상 강수 중 삼분의 일 가량을 기화시켜 대기로 돌려보낸다. 또한 인간이 배출하는 약 400억톤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 중 삼분의 일 가량을 다시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식물은 기후 시스템의 핵심 요소이며 기후변화 대응 전략의 필수 고려 사항이라 할 수 있다.

나무도 수명이 존재한다. 성장기 나무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만 노년기 나무는 그렇지 않다. 시간이 가면 숲에서 식물이 호흡하고 사체가 분해되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광합성으로 흡수하는 양보다 더 많아지는 때가 도래한다. 산불도 간과할 수 없다. 2023년 전세계에서 산불로 방출된 탄소는 20억톤이 넘었다. 이산화탄소로 환산하면 80억톤 상당이다. 이는 인간이 배출한 양의 오분의 일에 가깝다. 따라서 보존도 중요하지만 산림을 젊고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고 재해 위험을 최소화하는 게 더더욱 중요하다. 흡수량을 극대화하고 방출량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목재의 효율적인 이용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육상 식물은 약 4500억톤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다. 이는 지구 대기에 존재하는 탄소의 절반에 상당하는 양이다. 따라서 이를 고체 상태에서 보존하고 활용하는 일 또한 기후변화 대응의 완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나무를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바이오매스 발전은 이미 주요한 재생에너지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장기적 측면에서는 대기에서 흡수한 탄소가 연소하며 다시 대기로 돌아가는 닫힌계 순환이다. 즉 과학적으로는 “넷 제로”라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연료로 이용하는 양을 숲의 성장보다 적게 유지하거나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기술로 제거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기후변화 시계는 더 빨리 돌아갈 것이다.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평가할 때 단편적인 면만 보면 안되는 이유이다. 그리고 변화하는 기후 속에서 우리한테 주어진 길을 잘 선택해 걸어가야겠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