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MVP에는 다 이유가 있다… 150㎞ 유망주의 변신과 절치부심, 마지막 기회는 잡는다

김태우 기자 2024. 3. 10.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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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좋은 페이스와 성적으로 SSG 퓨처스팀 대만 전지훈련 투수 MVP로 선정된 김주온 ⓒSSG랜더스
▲ 김주온은 대만 프로팀과 가진 연습경기에서 호투를 거듭하며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았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자이(타이완), 김태우 기자] “내일 선발이요? 김주온입니다. 어제도 김주온이고요, 내일도 김주온입니다”

SSG 퓨처스팀(2군) 관계자는 10일로 끝난 대만 전지훈련 연습경기 예정 선발을 묻는 말에 김주온(28‧SSG)의 이름을 반복해서 꺼내며 웃었다. 손시헌 감독이 이끄는 SSG 퓨처스팀은 대만 전지훈련 기간 중 대만프로야구 팀과 총 다섯 차례의 연습경기를 진행했다. 그런데 그 중 네 경기 선발이 김주온이었다. 물론 전형적인 선발은 아니었다. 경기가 띄엄띄엄 잡힌 가운데 2이닝 정도를 던지는 팀의 첫 투수로 나섰다.

이 때문에 무리할 만한 일정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 ‘첫 투수’ 등판은 팀에서 김주온의 현재 구위를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 같았다. 무리하는 선에서 되도록 많이 던지고, 기록지가 깨끗한 상황에서 등판해 자신의 기량을 점검하라는 배려였다. 김주온이 퓨처스팀에서 그나마 1군 전력과 가까이 있는 투수라는 확신을 가졌기에 더 집중적인 실전 경험을 치르게 했다. 그리고 김주온은 그 기대치를 충실하게 채웠다.

대만프로야구 팀들은 SSG 퓨처스팀을 상대로 1군과 2군이 섞인 라인업을 보여줬다. 경기 시작은 1군 선수들이 열었다. 그리고 2~3타석 정도를 소화한 뒤 경기에서 빠지고, 실험이 필요한 선수들이 그 바턴을 이어받아 경기에 나갔다. 즉, 상대 투수로서는 경기 초반에 나가느냐 후반에 나가느냐에 따라 상대하는 타자들의 수준이 달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만 1군 주축 타자들을 상대하는 김주온의 어깨가 무거웠다. 하지만 경쟁력을 보여줬다. 그래서 고무적이었다.

김주온은 2월 27일 라쿠텐전에서 2이닝 1실점, 2월 29일 웨이취안전에서는 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3월 4일 푸방전에서는 2이닝 무자책점을 기록하며 힘을 내더니, 3월 7일 중신전에서는 3이닝 무실점 호투를 선보이며 이번 연습경기 일정을 마쳤다. 9이닝 동안 자책점은 단 하나, 평균자책점은 1.00이었다. SSG 퓨처스팀은 10일 캠프 종료에 앞서 투수 최우수선수(MVP)로 김주온을 선정했는데 그만한 자격이 충분했다. 아마도 많은 관계자들이 일찌감치 김주온의 수상을 예상했을지 모른다.

사실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예전에, 어렸을 때는 시속 150㎞를 던질 수 있는 유망주였다. 입대 일자가 이미 나와 있는데도 이 매력적인 패스트볼을 보고 구단이 2차 드래프트에서 지명했다. 이후 많은 지도자들이 김주온의 패스트볼, 그리고 커브처럼 떨어지는 각이 큰 슬라이더에 매력을 느꼈다. 일부 지도자들은 그를 차세대 마무리 후보로도 불렀다. 그러나 이상하게 뻗어 나가지 못했다. 1군의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았다. 2020년 29경기에 나간 게 가장 많이 던진 경력이었다. 2021년 2경기, 2022년 5경기, 2023년은 1경기 출전에 그쳤다.

매년 2군의 추천을 받고 1군에 올라갔지만 그 벽을 깨뜨리지 못한 셈이다. 김주온은 “내 자신과 싸우고 있었다”고 지난 3년을 솔직하게 돌아봤다. 김주온은 “사실 지금도 구속은 나온다. 140㎞대 후반은 던질 수 있다. 하지만 자신감 문제가 가장 컸던 것 같다. 처음에 이 팀에 왔을 때는 제구에 대한 압박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컨트롤에 대한 압박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내 자신과 싸우고 있었다”고 돌아봤다. 제구에 너무 신경을 쓰고, 잘 안 되다보니 자신감이 떨어지고, 이는 가지고 있던 구위까지 영향을 주며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 셈이다.

▲ 김주온은 포심에서 탈피해 투심과 커터를 적극적으로 던지며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투구 패턴을 가진 선수로 거듭났다 ⓒSSG랜더스
▲ 지난 3년간 1군에서 큰 활약을 남기지 못한 김주온은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절박함으로 시즌을 열고 있다 ⓒSSG랜더스

그것을 깨뜨리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했다. 하나의 전환점도 생겼다. 코칭스태프들이 싹 바뀌며 새로운 분위기가 만들어줬고, 새로 부임한 류택현 퓨처스팀 투수코치와 의기투합했다. 김주온은 “류택현 코치님과 캠프 오기 전부터 노력했던 것들이 있다. 원래 폼이 (투구시) 조금 들리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 리듬감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코치님께서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지금은 폼이나 구위 자체에 안정감이 많이 생겼다”고 고마워했다.

선발로 나가면서 그간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분위기도 접해보고, 분위기 전환도 많이 했다. 김주온은 “신인이 된 느낌도 들었다”고 웃었다. 구단에 입단할 때와는 또 많은 것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포심으로 150㎞을 던졌다면, 지금은 포심은 잘 던지지 않고 투심패스트볼로 타자를 상대하는 선수가 됐다. 김주온은 투심으로도 현재 최고 146㎞를 던졌다. 포심과 구속에는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 자신하는 만큼, 시즌에 들어가면 150㎞ 투심도 기대할 만하다. 컷패스트볼도 위력적이다. 이번 대만 캠프에서 관계자들이 가장 호평한 구종이었다. 각이 큰 커브까지 장착했다. 절치부심 속에 입단 당시와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김주온은 “지금까지는 너무 단조로웠다. 공 빠른 것 하나만 믿었다. 슬라이더밖에 없으니 타자들도 나를 상대하기 진짜 좋았을 것 같다”면서 “150㎞라는 그 구속이 안 나오면 나는 약한 투수였다. 그래서 공을 좌우로 찢기로 했다. 구속도 더 올라갈 수 있다는 느낌이 있다. 투심으로 150㎞ 가까이를 던지면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당장 1군에 올라가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묵묵하게 기다리며 기회를 잡는다는 생각이다.

사실 기회는 알게 모르게 계속 왔었다. 김주온도 인정한다. 그래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유망주 나이도 아니다. 김주온은 “이제 마지막이다. 주위에서도 그렇게 말하고, 나 스스로도 그것을 잘 안다. 그래서 마음이 더 편하다. 목표가 편해졌다. 그냥 미련 없이 야구를 해보고 싶다”면서 “내가 하던 대로 자신을 믿고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기회도 오고, 1군에서 잘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2군에서 던지던 내 공을 던져보고 싶다”고 그 시기를 고대했다. 마지막 기회는 반드시 잡겠다는 김주온의 의지가 대만을 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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