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펀드레이징 고전···‘대박 실적’의 역설

천민아 기자 2024. 3. 1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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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KL 신규 자금 규모 결정 못해
PEF 업계 “지난해보단 나은데···”
연기금, 대체투자 비중 조절 나서
추가 자금 수혈 시 차츰 활기 돌 듯
[서울경제]

사모펀드(PEF) 업계가 올해도 펀드 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EF의 돈줄을 쥐고 있는 기관 투자자(LP)들이 지난해에 이어 2년째 사모펀드에 보수적으로 자금을 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는 역설적으로 PEF의 수익률 호조가 자리한다. 주식·채권 등 다른 투자처 대비 사모펀드의 투자 실적이 뛰어났던 탓에 연기금의 자산 배분에 맞춰 PEF로 투자할 여력이 줄어 들었고 PEF의 자금 모집 난항은 그 결과라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PEF의 형편이 올 하반기는 돼야 나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주요 PE와 벤처캐피털(VC)이 모집하려고 계획 중인 자금 규모는 약 21조 원에 달한다. 다만 실제 실탄 모집은 지난해에 이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022년 하반기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 사태 이후 LP들이 보수적으로 돌아선 데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한앤컴퍼니(한앤코)는 올 상반기 4조3000억 원 규모의 4호 펀드레이징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끝날 것으로 기대했었지만 결국 해를 넘겨 마무리하는 셈이다. JKL파트너스는 다음 달 신규 펀드 자금 유치를 계획하고 있었으나 시장 상황을 고려해 자금 규모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 VIG파트너스는 지난해 조성을 시작한 5호 펀드를 1조5000억 원 수준으로 목표를 잡았으나 현재까지 5000억 원이 모집된 것으로 파악됐다.

IMM PE의 5호 펀드는 목표액 2조6000억 원 중 아직 1조5400억원을 모으는데 그쳤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IMM PE는 가장 많은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출자를 받고 있는 PE인데, LP들의 출자 규모 자체가 줄어든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며 “요즘 같은 시장 상황에서는 그나마 선방한 편이라고 봐야 한다”고 귀띔했다.

PE 업계에서는 ‘지난해보다는 낫지만 올해도 신규 자금 유치가 쉽지는 않다’는 목소리가 공통적으로 나온다. 특히 트랙레코드가 부족한 소규모 PE로 갈수록 펀드레이징은 더 힘든 실정이다.

사모펀드 업계에 자금이 메마른 데는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3대 연기금이 돈을 풀기 주저하고 있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약 5년 마다 중장기 자산배분 운용방안을 세우고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사모펀드, 부동산 등)별 포트폴리오 목표 비중을 정해둔다.

문제는 수익률이다. 재작년 주식과 채권 시장 수익률이 나빴던 반면 사모펀드·부동산 등 대체투자 수익률은 비교적 선방을 했다. 이 때문에 자산 배분을 해야 하는 연기금으로서는 대체투자 비중이 목표치보다 너무 높아져 투자를 줄여야 할 상황이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기금을 운용할 때는 수익성과 안정성을 모두 고려해 자산군 별로 목표 비중을 결정하고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포트폴리오를 설정한다”며 “사모펀드 투자 비중을 당초 목표치에 맞추기 위해 지난해 PEF 출자 보따리를 꽁꽁 싸맸는데 그 기조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LP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경우 올해 사모펀드 투자 목표 금액이 작년보다는 좀 더 올라갔지만 여전히 재작년에는 못 미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식이나 채권에 비해 좋은 수익을 냈다는 점이 추가 자금 유입을 막은 역설적인 상황”이라고 짚었다.

PEF 입장에서는 주요 공제회들이 올해 수익률이 높은 대체투자 비중을 높이겠다고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선 점이 위안거리다. 군인공제회의 경우 지난해 블라인드 펀드에 역대 최대 규모의 출자를 단행하고 최고 수준의 실적을 내 올해에도 대체투자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경찰공제회도 올해 대체투자에 좀 더 무게를 두기로 결정하고 향후 2년 간 리스크 관리 위원으로 활동할 외부 전문가를 물색 중인 상태다.

특히 주식 등의 투자 수익률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계속 나아지고 있어 연기금의 자산 배분에 따른 PEF 투자 비중 축소 현상도 점차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PEF들이 그간 쌓아온 드라이파우더(미투자 자금)에 더해 추가 자금이 수혈되면 차츰 M&A 시장에 활기가 돌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내 M&A 업계에는 상조업계 1위 기업인 프리드라이프,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 제뉴원사이언스, 이커머스 플랫폼 11번가 등이 매물로 나와있는 상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딜 자체도 시장에 씨가 말랐던 상황인데 점차 시장에 매물이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천민아 기자 mina@sedaily.com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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