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투수는 생소하죠"…'경쟁자도 인정' KKKK 황준서의 특급 무기, 1만2000명 앞에서 입증했다
[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좌투수한테 생소한 변화구인 스플리터를 던져서 조금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한화 이글스 좌완 기대주 황준서(19)의 무기는 스플리터다. KBO리그에서 스플리터를 활용하는 선수는 많지만, 좌완은 잘 쓰지 않는 무기다. 올해 신인왕 경쟁자이자 청소년국가대표를 함께하며 친분을 쌓은 두산 베어스 우완 김택연(19)은 황준서의 강점을 언급하면서 스플리터를 강조했다.
김택연은 "일단 (황)준서는 왼손 투수인데도 시속 150㎞까지 던질 수 있는 그런 능력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제구력도 좋고, 변화구는 스플리터같이 좌투수한테 생소한 변화구를 던져 조금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경기 운영 능력이나 이런 것들은 고교 2학년 때부터 워낙 뛰어났기 때문에 프로에 와서도 잘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황준서는 10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스플리터의 위력을 유감없이 뽐냈다. 정규시즌은 아니지만, 2024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를 자랑하는 슈퍼루키 황준서의 투구를 직접 보기 위해 많은 한화팬들이 경기장을 직접 찾았다. 오후 1시 6분을 기점으로 1만2000석이 모두 팔려 9일 삼성과 시범경기에 이어 연이틀 매진을 기록했다.
황준서는 만원 관중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자기 공을 씩씩하게 던졌다. 3이닝 57구 5피안타 1사사구 4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을 떠안긴 했지만, 투구 내용 자체는 합격점을 받을 만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6㎞까지 나왔고, 평균 구속은 142㎞를 찍었다. 쌀쌀한 날씨 탓에 시속 160㎞ 강속구를 자랑하는 한화 문동주도 지난 7일 청백전에서는 최고 구속 148㎞를 기록했다. 이 정도면 정상적으로 개막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황준서는 직구 35개를 던지면서 스플리터 15개나 활용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섞었다. 커브는 7개를 던졌으나 볼이 6개였다. 커브 활용도가 떨어지는 대신 직구와 포크볼의 위력에 힘입어 마운드에서 버텨 나갔다.
1회 시작부터 스플리터의 위력을 보여줬다. 황준서는 1회초 선두타자 김현준을 볼카운트 2-2에서 스플리터를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2사 후 구자욱에게 중전 안타를 얻어맞으면서 처음 출루한 뒤로도 결정구로 스플리터를 선택해 위기에서 벗어났다. 삼성 4번타자 데이비드 맥키넌을 삼구 삼진으로 처리했는데, 스플리터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2회에는 신인답지 않은 위기 관리 능력도 보여줬다. 황준서는 1사 후 전병우에게 좌월 2루타를 얻어맞으며 위기에 놓였다. 이때는 스플리터가 전병우의 방망이에 제대로 걸렸다. 황준서는 류지혁을 볼넷으로 내보내고, 1사 1, 2루에서 김재성에게 2루수 오른쪽 애매한 코스에 떨어지는 적시타를 얻어맞아 0-1 선취점을 내줬다.
실점 이후 황준서는 정신을 바짝 차린 듯했다. 계속된 1사 1, 2루 위기에서 김영웅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숨을 골랐다. 다음 김현준 타석 때 2루주자 류지혁이 3루를 훔치면서 흔들어도 신경 쓰지 않았다. 황준서는 피치클락 위반 경고를 받으면서 호흡을 가다듬는 데 집중했고, 볼카운트 2-2에서 7구째 스플리터를 던져 김현준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황준서는 안타를 한번 허용했던 타자에게 또 얻어맞는 경향을 보였다. 3회초 1사 후 구자욱에게 우익수 오른쪽으로 빠지는 2루타를 내줬고, 4회초에는 선두타자 전병우에게 좌익수 왼쪽 안타를 맞았다. 추가 실점은 없었으나 황준서는 두 타자와 승부에서 밀렸던 이유를 복기할 것으로 보인다. 황준서는 4회초 선두타자 전병우를 내보내면서 투구 수가 57개에 이르는 바람에 4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이후 장민재가 황준서의 공을 이어 받았다. 1사 1루에서 김재성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1사 1, 2루 위기에 놓였으나 김영웅을 중견수 뜬공, 김현준을 투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황준서의 추가 실점을 막았다. 한화는 이날 1-6으로 졌지만, 황준서라는 미래를 확인한 데 만족할 수 있었다.
한화는 황준서를 5선발 후보군에 두고 스프링캠프를 진행했다. 황준서는 키 185㎝에 몸무게가 78㎏에 불과한 마른 체형인데도 힘 있는 공을 던지며 최원호 한화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당장 개막 5선발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현재 5선발 경쟁자인 김민우의 구위와 페이스가 워낙 좋기 때문. 최 감독은 현재 김민우가 5선발 경쟁에서 가장 앞선다고 이미 밝혔다. 김민우가 5선발을 최종적으로 차지하면 황준서는 불펜으로 시즌을 맞이할 예정이다. 최 감독은 황준서의 구위면 불펜으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고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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