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자유로운 선으로 작품 표현… 무궁무진한 변모에 매료"

안소현 2024. 3. 1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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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그림 작가
고무 튜브·실리콘·금속 등 활용 선으로 공간 채우는 '모노 시리즈'로 주목
이탈리아 '보테가 베네타' 작품 제작 후 호평… 세계 곳곳서 전시회 열어
정그림 작가. 본인 제공
정그림 작가의 작품. 북한산 전경과 어우러지는 게 특징이다. 본인 제공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는 대한민국의 한 젊은 작가에게 빠졌다. 그 작가는 이탈리아, 중국 등 다양한 곳에서 전시회를 열어 세계인의 관심을 모았다.

정그림(30·사진)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정그림 작가는 고무 튜브, 실리콘, 금속 등으로 이뤄진 선으로 공간을 채우는 작품을 만드는 '모노' 시리즈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작가 생활 6년 차로 어린 나이부터 작가세계에 뛰어든 그는 여전히 다양한 재료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며 오브제와 가구, 조각 등 여러 작품을 만들고 있다.

보테가 베네타는 디지털 저널 '이슈 02'에 게재할 조각 작품을 찾고 있었다. 보테가 베네타의 패션 아이템과 정 작가의 작품은 닮아 있었다. 강렬한 색감과 자연스러움이다. 정 작가는 작품을 제작한 뒤 호평을 받았다. 작품을 직접 받은 본사의 반응도 좋아 같은 작품이 '쇼디치' 팝업 스토어에 전시되기도 했다. 게다가 최근 롯데백화점은 K-패션을 선도하는 브랜드 '마르디 메르크디' 유통사 1호 매장을 최초로 오픈했는데, 당시 인테리어에 정 작가의 모노 시리즈 작품을 설치했다. 여러 브랜드가 정 작가의 작품에 속속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정 작가는 10일 디지털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어릴 적부터 무언가 만드는 걸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미술을 전공하게 됐다"며 "흔히 말하는 아트와 디자인, 그 사이 경계를 오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리 사회는 예술에 열광한다. 예술이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이 중요한 이유다. 정 작가는 작품에서 중요하게 보는 지점을 "관객과 작품과의 상호작용, 대화"라고 강조했다. 작품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며 예술을 향유한다는 것이다. 정 작가는 "작품을 만들 때 구상과 추상을 동시에 지니고 가려고 노력한다"며 "모호한 부분이나 상상할 수 있는 지점을 남겨 남녀노소 누구나 작품을 감상하면서 작품을 응용해 더 다양한 상상을 하곤 한다. 누구나 예술을 향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모노' 시리즈를 만들게 됐을까. '모노' 시리즈에는 의자, 테이블, 조명 등이 포함된다. 가구를 선으로 표현한 것이다. 대중은 이러한 새로움에 신선함을 느꼈다. 정 작가는 대학생 때 고무 튜브에서 영감을 얻어 모노 시리즈를 제작했다.

선을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정 작가는 "조형의 기본 요소인 점, 선, 면 중 하나이며 선이 모이면 면이 되기도, 선은 점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라며 "선이라는 요소를 자유롭게 사용하다보면 무궁무진하게 변모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기도 하다. 짧고 작은 선이 되기도 하고 굵고 거대한 선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 "작품을 만들다보면 동물적인 감으로 선의 심미성을 찾아가는데, 그러다 보면 결국 '자연스러운' 형태를 따르게 되고 본능적으로 그것이 아름답다고 느낀다"며 "바람, 물, 넝쿨처럼 (작품이) 자연의 형태를 모방하고 있는 걸 깨닫게 된다. 그러한 끌림을 느낄 때마다 인간도 어김없이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 작가 스스로 자연에 빠져들고, 그 자연스러움과 호기심이 작품에 배어나와 세계인을 놀라게 한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K-컬쳐'와도 맞닿아 있다.

정 작가는 "천장에 매다는 대형 작업을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전시장 창밖으로 보이는 북한산 자락의 전경을 빌려와 경관과 공간, 작품을 한데 어우러지도록 했던 작품"이라며 "사람들이 내 작품에 주목하는 이유는 생동감 있는 색감, 선의 모습이 흥미로워서라고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자연물을 닮은 것이 끌리게 하는 요소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 작품은 사람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며 유명해졌다.

최근까지도 꾸준히 전시회를 열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장하고 있는 정 작가의 도전은 계속된다. 정 작가는 "최대한 다양한 작업을 하고 싶다. 기능이나 크기, 재질에 구애받지 않고 끊임없이 작업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안소현기자

ashrigh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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