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가 망쳤다"… 바이든, 이스라엘 향해 폭탄발언
민간인 피해 외면 큰 실수"
마이크 켜진지 모르고 저격도
라마단 전 휴전목표 물건너가
유혈사태 발생할 가능성 커져
가자 구호품 바닷길 운송 임박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휴전 협정이 네타냐후 총리의 강경한 태도 때문에 교착 상태에 빠져 라마단 기간 이전에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가자지구의 난민·기아 상황이 악화되면서 국내외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져 주요 지지층인 이민자와 젊은 층이 이탈하는 것도 대선을 목전에 둔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MSNBC와 인터뷰한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가 전 세계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것에 반대하게 만들어 이스라엘을 돕기보다는 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을 보호하고 하마스를 뒤쫓을 권한이 있다"면서도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외면하는 것은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라마단 기간(3월 10일~4월 8일)에 대규모 팔레스타인 죄수와 인질 석방, 6주간의 휴전을 골자로 한 휴전 협상 타결을 이루려고 하는 것"이라면서 "지금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중동 지역에서 여전히 협상을 논의하고 있고, (협상 타결이) 항상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추가적인 대규모 인명 피해를 초래하는 것은 일종의 '레드라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 피란처로 거론되는 라파 지상전은 레드라인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 팔레스타인인 3만명이 더 죽게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일 국정연설을 한 뒤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네타냐후 총리를 저격한 데 대해선 "그의 행동에 따른 결과로 사라지고 있는 무고한 생명들에 대해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주의 우려를 피력한 민주당 의원과 대화하면서 "이것을 (다른 곳에) 전하지 말라"며 "비비(네타냐후 총리의 애칭)에게 당신과 나는 '예수 앞으로 나아가는 만남(come to Jesus meeting)'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 관용구는 그동안 잘못을 고백하고 새롭게 마음을 바꿔 기독교인으로 전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강경론으로 지속적인 인명 피해를 내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불만과 실망감을 표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의 정책 변화를 요구하며 최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인 이스라엘 야당의 베니 간츠 대표를 만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이 나선 휴전 회담은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당초 라마단 전에 6주간 휴전과 인질 석방을 기대했던 서방세계의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있다.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랍 중재국들이 휴전 협상 교착 문제로 먼저 이틀간의 잠정 휴전방안을 밀어붙일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중재국들은 라마단 기간에 갈등 폭발과 유혈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예루살렘에 있는 알아크사 사원은 이슬람과 유대교 모두 성지로 여기는 곳으로, 매년 라마단 때 무력 충돌이 발생해왔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예루살렘과 알아크사 사원 일대를 점령한 뒤 무슬림의 사원 예배를 막고 있다. 라마단 기간 무슬림이 몰려올 경우 충돌이 불가피하다.
미국 측은 라마단 기간에 이스라엘 극우 정치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 지휘로 현장에서 도발적인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알아크사 사원 등 동예루살렘 성지 담당 경찰 조직을 관할하는 벤그비르 장관은 지난달 라마단 기간에 예배자들의 모스크 출입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스라엘은 협상 불발의 책임을 하마스에 돌리면서도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하마스가 (협상에서) 여전히 확고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하마스가 라마단 기간 가자지구에서 폭력 사태를 증폭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하마스 측이 "팔레스타인은 자유와 독립을 다시 얻을 때까지 이스라엘과 계속 싸울 것"이라고 밝혀 역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하마스 측은 영구적인 휴전, 구호품 허용, 이스라엘군 철수 등을 요구하고 있다.
휴전 실패와 가자 난민·기아 상황이 악화하자 국제사회는 해상 선박을 통한 구호품 전달 계획까지 마련했다. 육로 운송 과정에서 사고로 수백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비행기를 통해 하늘에서 낙하시킨 구호품이 민가를 파괴하거나 난민이 구호품에 맞아 사망하는 사태가 벌어진 탓이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국제구호단체 오픈 암스(Open Arms)와 월드센트럴키친(WCK)은 아랍에미리트(UAE)의 지원으로 키프로스 라르나카 항구에서 오픈 암스호에 식량과 물 등 생필품 200t을 선적하고 출항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니코스 흐리스토둘리디스 키프로스 대통령은 "앞으로 24시간 내로 구호품 선박이 라르나카에서 출항할 것"이라며 "안보상의 이유로 구체적인 출항 시간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앞서 키프로스와 가자지구를 잇는 해상 통로로 구호품을 운송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가자지구에서 북서쪽으로 370㎞가량 떨어진 키프로스는 EU 회원국 중 가자지구와 가장 가까운 국가다.
다만 가자지구 해안에는 아직 항구가 없다. 구호품을 실은 선박이 수백 t의 물품을 하역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방부는 임시 항구 설치 계획을 발표했지만, 건설하는 데 약 60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그동안 가자지구 해안은 하마스가 집권한 2007년부터 통제가 시작되면서 선박을 활용한 교류나 무역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월드센트럴키친 측은 "가자 구호에 선박 한 척보다 더 많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며 구호 손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첫 선박 출항 이후 추가로 500t의 구호품 전달이 이어지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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