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나의 배터리ON] 금양의 `4695 배터리`, 게임체인저 될 수 있을까

박한나 2024. 3. 1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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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배터리 2024' 현장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금양의 4695 배터리. 박한나 기자.

[편집자주] '박한나의 배터리ON'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배터리 분야의 질문을 대신 해드리는 코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을 비롯해 배터리 밸류체인에 걸쳐 있는 다양한 궁금증을 물어보고 낱낱이 전달하고자 합니다.

"금양이 '4695(지름 46㎜·95㎜) 배터리'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당장 내년부터 4695 배터리의 양산을 시작한다는 목표인데, 금양의 야심 찬 움직임이 기존 배터리 산업의 경쟁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규모의 배터리 산업 전시회인 '인터배터리 2024' 현장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한 부스가 있었다. 그곳은 현대차와 기아의 부스 크기에 견주는 금양의 전시 공간이다.

금양이 이번 전시회를 통해 세계 최초로 공개한 4695 원통형 배터리는 그 크기가 지름 46㎜와 길이 95㎜임에도 관람객들 사이에서는 '꿈의 이차전지'라 불리며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금양의 4695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를 높여 주행 거리는 한 번 충전에 600km를 달릴 수 있다. 완충 시간 역시 테슬라 4680 배터리보다 10분 빠른 약 20분이다.

전시장 분위기는 마치 축제와도 같아 관람객들로 북적였고, 대화 소리가 전시장을 가득 메웠다. 4695 배터리의 기술 설명을 듣기 위해 모인 이들의 눈빛은 진지했다. 금양의 배터리 기술에 대한 설명이 시작되자 관람객들은 귀를 의심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관람객들은 "양산 계획은 언제냐", "완성차와 계약은 이뤄졌냐"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금양은 우선 내년 1월에 2170 배터리의 양산부터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기술 개발은 완료한 상황으로 현재 파일럿 단계로 일부 양산을 진행하고 있다. 2170의 연 생산규모는 2억셀에 이른다다.

이후 내년 8월부터는 라인별로 4695 배터리의 양산을 본격화한다는 목표다. 금양의 4695 배터리 특징은 테슬라의 4680 배터리보다 길이를 늘리면서 용량도 약 20% 확대했다는 점이다.

이날 현장에서 금양 측은 "내년에 2170과 4695 배터리의 양산을 위해 현재 부산시 기장군에 올해 말 준공을 목표로 이차전지 공장의 건설을 진행 중"이라며 "4695 셀에 대한 레시피 등 개발은 완료했고, 파일럿과 양산 단계 등에 따라 기술 난이도가 다른데 설비가 마련되면 바로 시운전 등으로 시행착오를 줄일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기장 공장이 건설되면 금양으로써는 사실상 첫 번째 이차전지 공장이 된다. 본사에 연 700만셀 생산규모의 공장이 있지만, 기장 공장은 최첨단 설비를 갖춰 빠른 생산 속도로 2170과 4695 등 연간 3억셀 규모의 배터리 생산라인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때문이다. 금양의 계획을 현실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완성차업체와의 계약 여부를 묻는 말에는 "전부터 이야기하는 업체들고 있고, 이제 개발을 했으니 이야기를 더 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며 "공시 사항으로 구체적으로는 답변을 드릴 수 없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 미국의 전기차 제조사인 리비안은 최근 자사의 신형 SUV 모델인 R2에 4695 원통형 배터리 셀을 탑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양의 4695 배터리 셀의 탑재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콕 집어 4695로 명기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금양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 세계 시장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금양이 단순히 제품 개발에만 그치지 않고 몽골과 콩고 민주공화국의 광산을 개발하는 전략을 취했다는 것이다. 실제 전시회 한 편에는 금양이 투자한 몽골 광산과 관련된 VR 체험 코너로 몽골 광산을 관람객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금양은 기존에 철광석을 생산하던 몽골 광산에 투자해 현재 배터리 필수 원재료인 리튬을 탐사하는 단계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불안 요인이 있지만 상업화 단계까지 빠르게 진행한다는 목표인 데다, 여기에 콩고까지 향후 2~3년을 투자해 핵심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양극재의 원가를 절감한다는 구상이다.

또 1차 가공한 리튬을 국내에 들여와 자회사인 SMLAB에 공급하는 밸류체인이다. SMLAB은 니켈 함량 95%를 초과하는 '울트라 하이니켈'과 리튬과 망간이 풍부한 'LMR 양극재'를 건식 생산공장으로 양산한다.

발포제 전문 회사가 '원통형 이차전지 기업'으로 방향을 바꾼 이유에 대해 묻자 금양 측 관계자는 "2000년 초부터 중국에서 발포제를 생산하면서 리튬은 이미 2016년부터 상용화가 돼 있었다"며 "발포제와 이차전지 모두 베이스가 화학인 만큼 류광지 회장님이 공부를 먼저 시작해 2000년도 말부터 인력들을 모았고 원통형 배터리의 개발까지 3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금양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엇갈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양이 앞으로 증명해갈 기술적 혁신과 시장 진입 전략이 기존 업체들과 어떻게 경쟁하며 시장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에 행보에 달린 것 같다"며 "일단 2170 배터리의 개발에 성공한 것 자체가 기술력이 있는 것으로 4695 배터리의 양산도 기술적 장벽을 극복할 저력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2170 배터리 시장이 이미 대량 공급 수준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내년에 양산되는 제품이 시장에서 어떤 경쟁우위를 가질지 의문은 있다"며 "또 4695 역시 어떤 구체적인 기술로 셀 용량을 안전하게 높인 것인지는 밝히지 않아 더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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