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저승사자' 컴백 2년 … 검은돈 2조 되찾아

최예빈 기자(yb12@mk.co.kr) 2024. 3. 1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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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
2022년 부활 후 성과 발표
테라 폭락·SG 주가조작
굵직한 금융범죄 도맡아
추징보전액·기소 급증
"신뢰 훼손행위 뿌리 뽑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여의도 증권가를 관할하며 증권·금융범죄를 집중적으로 다뤄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소속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현 합동수사부)이 부활한 지 약 2년 만에 추징보전액이 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평균 구속기소 인원도 합수단이 폐지됐던 기간과 비교해 3배 가까이 늘어났다. 불공정 금융범죄를 발본색원해 민생 안정을 챙기고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해소하겠다는 현 정부 정책 기조와 맞물려 향후 추가 활약이 기대된다.

10일 서울남부지검에 따르면 이곳에 금융·증권범죄 합수단이 2022년 5월 복원된 이후 22개월 만에 351명을 기소하고 1조9796억원을 추징보전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여의도 증권가를 관할하고 있어 금융·증권범죄 중점 검찰청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 동안 합수단은 부침을 겪었다. 2020년 1월 검찰 직접 수사부서 축소 방침에 따라 당시 합수단을 폐지했다. 하지만 대형 금융범죄가 연이어 터지자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1호 지시'로 비직제 임시 조직인 합수단을 복원시킨 바 있다. 이후 검찰은 지난해 5월 합수단을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로 정식 직제화하고 전담 수사과를 산하에 설치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코인 유통 활성화에 따른 신종 범죄를 전담하기 위한 가상자산범죄 합동수사단도 신설했다.

합수부 체제를 구축한 이후 금융·증권범죄 적발 실적과 수사 역량이 눈에 띄게 강화됐다. 합수부는 가상화폐 '테라' '루나' 폭락과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하며 각각 2333억원, 7305억원을 추징보전했다. 추징보전이란 범죄로 얻은 것으로 의심되는 수익을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피고인의 유죄 확정 전까지 동결하는 절차를 말한다. 전체 추징금액은 합수단이 폐지됐던 28개월(2020년 1월~2022년 4월) 추징금액(4449억원)과 비교해 4.4배 증가했다.

구속·기소 인원도 크게 늘어났다. 합수단 복원 후 남부지검은 금융·증권범죄로 94명을 구속기소했고, 351명을 재판에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복원되기 이전 174명을 기소했고 46명을 구속했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늘었다. 월평균 기준으로 구속기소 인원은 합수단 폐지 시절 1.6명에서 부활 후 4.3명으로 2.7배 늘어났다. 같은 기간 기소 인원도 6.2명에서 16명으로 2.6배 증가했다.

합수부의 수사 대상은 무자본 인수·합병(M&A)을 통한 주가조작, 선행매매는 물론 불법 주식리딩방, 전환사채를 악용한 회사자금 횡령뿐만 아니라 코인과 같은 가상자산 이용 범행과 가상자산 거래소 상장 비리 등이 포함된다. 남부지검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과 협력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수사권을 간접적으로 확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유관기관과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합동수사팀을 구성한 것은 날로 지능화·고도화되는 금융·증권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최근 금융·증권범죄의 특징으로 △대규모·지능화 △전문직 등 가담 범위 확산 △악의적 수사 방해 등을 꼽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는 것이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건이다. 합수부는 시세조종에 가담한 변호사·회계사와 고객들을 끌어모은 시중은행 팀장, 고객 명의 계좌 대여를 알선한 증권사 간부 등을 구속한 바 있다.

영풍제지 주가조작 일당은 330여 개 증권 계좌를 이용해 6616억원 규모의 부당이득을 얻었는데 이는 단일 종목 주가조작 범행 사상 최대 규모로 꼽힌다. 일당은 10개월간 집중적인 시세조종으로 1800억원에 불과하던 시가총액을 2조2400억원까지 뻥튀기하며 투자자들을 현혹했다. 합수부는 수사 착수 직후 거래 정지 조치로 이익 실현을 차단하고 2789억원 상당의 범행수익을 추징보전한 바 있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국내 주식 시장은 시총이 2800조원대로 세계 10위권에 달할 정도로 외형상 성장했지만 금융·증권범죄가 시장의 신뢰를 훼손하고 선량한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등 그 해악이 심각하다"며 "남부지검은 금융범죄중점검찰청으로서 전문 수사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금융·증권사범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고, 범죄수익은 한 푼도 챙길 수 없다'는 메시지가 확실하게 전달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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