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시평] 총선 후 시급한 에너지 문제

2024. 3. 1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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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산단 공약 쏟아지지만
전력공급에 대한 대책 없어
한전 적자와 전기·가스요금
원전과 신재생 법률안 등
국회, 에너지안정 속도내야

총선이 한 달도 안 남았다. 갖가지 공약이 쏟아져나온다. 자기 지역을 첨단지구로 만들겠다는 공약은 거의 모든 후보자의 공통된 공약이다. 첨단산업단지를 만들어 일자리를 늘리고 지역의 미래를 그린다는 것이다. 대부분 재원 대책도 불분명하지만, 더 답답한 것은 산업단지에 공급될 전력 등 에너지 문제에 대한 대책이다.

RE100 등으로 인해 청정에너지를 써야 할 상황에서 원자력발전이나 재생에너지를 쓸 수 있는 용량도 문제지만, 전력 생산지에서 이곳까지의 수송 문제, 즉 전력 계통 문제에 대한 답이 없다. 전력 계통 건설 문제는 여러 해 전 밀양 송전탑 사례와 같은 건설 민원도 난제지만, 투자 및 보상 비용도 천문학적이다. 2년마다 수립하는 전력수급계획에서 현재까지 추산된 전력 계통 건설 비용은 57조원으로, 2년 전 세운 계획의 두 배다. 앞으로도 계속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 민자 유치를 검토하려고 하면 정치권이나 노동계 및 시민단체들이 전력 산업을 재벌에 귀속시키려는 민영화 의도라고 들고일어난다.

올봄은 꽃이 10일쯤 일찍 피고 여름은 더 덥다고 한다. 이상기후 문제는 먼 산의 불 같은 세계의 어젠다가 아니고 당장 우리에게 닥친 발등의 불이다. 작년에는 기상재해로 '잼버리 망신'과 '오송 참사'가 벌어졌다. 올해에도 남부지역 이상기후로 작황 부진이 이어져 채소와 과일이 금값이 돼 서민들은 장보기가 무섭다. 기후변화의 주범은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므로 청정에너지 전환이 절박한데, 우리는 계속 대책 논의를 할 뿐이다.

원전을 늘리려면 원전 폐기물 처리 문제가 진전을 보여야 하는데, 이번 국회에서 결국 관련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 재생에너지 확충도 민원 신속 종합 처리와 국산화 문제 등 핵심 사안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은 현재 주눅이 들어 있다. 수소 등 미래 에너지도 갈 길이 멀다. 이러한 복합적 상황 속에서 올여름 전력 대란이 걱정되기도 한다.

한전과 전기요금 및 전력 시장 구조에 관한 문제도 더 이상 미룰 과제가 아니다. 원유, 천연가스 등 연료가가 많이 안정됐고, 작년에 전기요금도 어느 정도 인상돼 적자 규모가 많이 줄기는 했지만, 아직도 하루 이자 비용만 100억원대이고 빚으로 이자를 갚는 구조다. 세계에 이런 기업은 없다. 전기요금 연료가 연동제가 있지만, 작동하지 않아 미수금만 33조원이다. 도입가 이하 가스 판매로 인한 가스공사의 누적 미수금도 15조원이 넘는다. 전기·가스요금과 한전의 정상화가 모두 총선 이후로 미루어졌다. 분산 전원 체제 도입으로 급해진 전력 시장 개방 문제나 전력요금의 독립적 결정 체계 개선 등 예민하고 논란이 있거나 국민 부담이 될 수 있어 역시 총선 이후로 넘어간 주제들도 더는 미룰 수 없다. 이런 것을 담을 11차 전력수급계획이 이미 통상적인 발표 시기를 넘겨 계속 미뤄지고 있다. 원자력, 풍력, 전력망 등 예민한 핵심 법률안들이 결국 폐기될 상황이다. 직무유기가 따로 없다. 그러니 행정부의 정책도 대부분 동작 정지 상태다. 에너지 문제는 수급 안정과 경제성뿐 아니라 환경, 안보, 국민 수용성, 에너지 산업의 미래와 혁신, 또 보편적 에너지 복지 문제 등 복합적이고 다층적이다. 또 각 고려 요소 간의 이해관계 충돌도 심하다. 그래서 대부분이 입법 사항일 수밖에 없다. 에너지의 모든 현안은 골든타임이 있고, 늦어지면 제방 둑이 터질 수도 있다.

총선 후 정치 일정도 순탄치는 않겠지만, 아무쪼록 정치력을 발휘해 빠른 원 구성과 여야 대화를 통해 에너지 문제 해결을 바란다. 정부 차원에서도 미리미리 준비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에너지 안정 없이 국가의 안전이나 미래는 없다.

[조환익 유니슨 회장·전 한국전력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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