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돌봄절벽, 외국인 외에 대안없다

가사도우미 파견 업체 '이봉재 대리주부&그린고라운드'는 2018년부터 영유아 돌봄 서비스를 중단했다. 아이 돌봄을 하겠다는 인력 풀이 줄어 서비스를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 구로구 더세인트요양병원의 임성재 원장은 "수도권 요양병원의 간병인은 이제 대부분 해외동포"라고 했다.

국내 돌봄인력은 2022년 기준 이미 공급이 19만명 부족했다. 2042년에는 적게는 61만명에서 많게는 155만명 부족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5일 발표한 추산치다.

가족 간병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2042년 국내총생산(GDP)의 3.6%에 달할 것이란 수치는 그다지 와닿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가족 간병으로 인한 가족 간 갈등과 행복도 저하, 육아에 따른 여성의 경력 단절, 이로 인한 출산 기피는 매일 마주치는 우리 현실이다.

외국인 돌봄인력 도입이 우리에게 주어진 많지 않은 선택지 중 가장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이미 해외동포 인력 의존도를 높이고 있는 돌봄인력을, 인구 감소 국면에 선 지금에 와서 내국인만으로 늘린다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 돌봄인력 숙련도를 높이고 돌봄 로봇을 개발·보급하는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국은행의 제안대로 최저임금법이 보장하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을 돌봄 업종에 적용하면,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저촉 위험도 피할 수 있다. 서울시가 올해 시범 도입할 필리핀 가사도우미는 최저임금 이상을 보장받는데, 전일 돌봄 이용 시 인건비가 월 200만원을 훌쩍 넘는다.

한국어가 유창한 내국인·해외동포 돌봄 종사자 소득이 일반 최저임금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재 돌봄·가사 서비스의 시간당 인건비는 최저임금의 1.5~1.8배가량이다. 돌봄 업종 최저임금을 낮추고 외국 인력을 도입하면, 중산층은 물론 서민들도 작은 부담으로 육아·간병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 언어 소통 문제를 들어 외국인 간병인 도입에 머뭇거리던 고용노동부도 한국은행의 연구 내용을 들여다보고 있다. 중앙은행의 용기 있는 제안이 돌봄 인력난을 해소할 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이윤식 경제부 leeyunsik@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