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번째 생일에 생애 첫 우승 김재희 "평소에는 친구들과 놀기만 했는데...큰 추억"

김지섭 2024. 3. 10.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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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의 큰 키에 힘과 기술을 두루 갖춘 김재희(23)가 생일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첫 우승 감격을 누렸다.

김재희는 10일 싱가포르의 타나메라 컨트리클럽 탬피니스 코스(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2024시즌 개막전인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총상금 110만 싱가포르달러)에서 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우승했다.

2001년 3월 10일에 태어난 김재희는 이로써 생일에 우승한 KLPGA 투어 역대 세 번째 선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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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투어 2024시즌 개막전 정상
실력과 인기 겸비했지만 승운 안 따라
90전 91기 끝에 이뤄낸 결실
2022년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 첫 홀인원
김재희가 10일 싱가포르의 타나메라 컨트리클럽 탬피니스 코스에서 열린 KLPGA 투어 2024시즌 개막전인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재희는 이날 자신의 스물세 번째 생일을 생애 첫 우승으로 자축했다. KLPGA 제공

170㎝의 큰 키에 힘과 기술을 두루 갖춘 김재희(23)가 생일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첫 우승 감격을 누렸다. 정규투어 4년 차, 91번째 도전 끝에 이뤄낸 정상 등극이다.

김재희는 10일 싱가포르의 타나메라 컨트리클럽 탬피니스 코스(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2024시즌 개막전인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총상금 110만 싱가포르달러)에서 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우승했다.

김재희가 4라운드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KLPGA 제공

공동 2위로 마지막 4라운드를 시작한 김재희는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잡아 2위 방신실(16언더파 272타)과 아마추어 돌풍을 일으킨 오수민(15언더파 273타)을 따돌렸다. 2001년 3월 10일에 태어난 김재희는 이로써 생일에 우승한 KLPGA 투어 역대 세 번째 선수가 됐다.

앞서 박세리와 김예진이 각각 1997년 9월 28일 제일모직로즈 오픈, 2016년 8월 28일 하이원리조트 오픈에서 생일을 우승으로 자축했다. 우승 상금은 19만8,000싱가포르달러(약 1억9,600만 원)다. 김재희의 2022시즌 상금 총액(1억9,904만 원)과 비슷하다.

2022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던 김재희.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재희는 실력과 인기를 겸비한 기대주로 인정받는다. 국가대표 상비군과 국가대표를 거쳐 2020년 KLPGA 드림투어 상금왕을 차지하고 2021년부터 KLPGA 정규투어를 뛰었다. 2022년에는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 초대 대회 1라운드 16번 홀에서 생애 첫 홀인원과 함께 1억2,000만 원 상당의 고급 승용차를 부상으로 받아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특히 프로 모델 못지않은 패션 감각 등으로 팬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다만 우승 운은 좀처럼 따르지 않았다. 첫 2년 동안 56개 대회에서 준우승 한 번을 포함해 '톱10'에 네 차례밖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2023시즌 11월 에쓰오일 챔피언십에서는 4라운드 전반까지 단독 선두를 달려 첫 승에 바짝 다가서는 듯했지만 당일 폭우로 경기가 취소되면서 2위로 마쳤다. 당시 대회는 1~3라운드 성적으로 우승자를 가렸다.

그러나 김재희는 2023시즌에만 두 차례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자신감을 쌓았다. 그리고 이번 시즌을 앞두고 전지훈련에서 스윙 궤도를 교정하고, 퍼트 연습에 집중해 첫 대회부터 우승 한을 풀었다. 이날 김재희는 4~6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아 오수민과 공동 선두에 올랐다. 이어 13번 홀(파4)과 14번 홀(파3)에서도 연속 버디를 낚아 단독 1위로 치고 나갔다.

승기를 잡은 건 17번 홀(파4)이다. 김재희가 오수민과 방신실에게 1타 차 앞선 상황에서 오수민은 보기를 범했고, 방신실은 버디 기회를 놓쳤다. 파를 지킨 김재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18번 홀(파5)에선 2타 뒤진 오수민이 세컨샷을 드라이버로 공략하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파로 마쳤고, 방신실도 버디를 추가하지 못해 승부가 끝났다.

김재희가 4라운드 2번 홀에서 파 세이브를 한 뒤 홀아웃하고 있다. KLPGA 제공

김재희는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2024시즌 첫 대회부터 우승해 남은 시즌 마음이 정말 편안할 것 같다"며 "평소 생일 때는 친구들이랑 놀기만 했었다. 이번 시즌에는 생일에 대회가 있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우승까지 해서 정말 큰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시즌 두 차례 준우승을 차지한 것에 대해선 "확실히 챔피언 조나 우승 경쟁 경험이 있어야 긴장을 덜한다는 걸 느꼈다"며 "그래서 이번에 긴장이 덜 됐고, 우승이 가까워 보였다"고 설명했다. 우승 목표를 이뤄낸 그는 "승 수를 하나씩 추가해 상금왕과 대상을 노려보겠다"고 다짐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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