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대 병원 '비상경영' 선언까지···정부 "4주간 군의관 20명·공보의 138명 파견"

박효정 기자 2024. 3. 1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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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공백 장기화···격화하는 의정 갈등]
전공의 이탈률 93%·병상 반토막
의대교수 동참시 현장 혼란 커져
대전협, 타 의사단체와 접촉 늘려
정부 "대화 열려있다" 입장 유지
전공의 이탈 등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계속되는 가운데 10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입구에 야간·휴일 비상진료 안내문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이탈로 의료공백이 장기화하면서 현장의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대화를 위한 테이블은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급기야 의료공백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일부 병원은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비상진료체계 가동을 위해 11일부터 4주간 20개 병원에 군의관 20명, 공중보건의사 138명을 파견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일부 의대 교수와 전문의들은 시국선언문을 내고 “정부와 의료계 대표가 허심탄회하게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달라”고 촉구했다.

10일 부산대병원에 따르면 정성운 병원장은 8일 병원 내부 게시판에 ‘부산대병원 임직원께 드리는 글’을 올리고 “전공의 진료 공백으로 인한 여러 어려움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임직원 여러분의 헌신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러한 노력에도 최근 현실적인 문제들로 비상 경영 상황까지 맞게 돼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전했다. 부산대병원에서는 전공의 246명 중 약 87%인 216명이 사직했다. 이달 1일부터 출근 예정이었던 전임의 27명 중 22명이 임용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부산대병원의 수술 건수와 병상 가동률은 평시 대비 40~50% 이하로 떨어졌다.

이에 앞서 울산대병원도 지난 8일 사내 소식지에서 전공의 부재에 따른 경영악화로 비상 경영체제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울산대병원은 휴가 사용 촉진과 무급휴가 도입, 연장근로 제한 등과 함께 병동 통합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5일부터 병원에 복귀하지 않고 있는 전공의들에게 ‘면허정지 사전통지서’를 보내고 있지만 복귀율은 미미해 의료 현장의 피로도는 극에 달한 상태다. 보건복지부가 100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점검한 결과 이탈 전공의 수는 8일 오전 11시 기준 1994명으로 이탈률은 직전일 같은 시간 기준과 같은 92.9%였다.

의대 교수들의 사직 행렬이 이어지며 의료 현장의 혼란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의대 측과 증원을 신청한 대학 본부 간 갈등으로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을 포함한 울산대 의대 교수 전원과 경북대 의대 학장단 교수 14명은 일괄 사의를 표했다.

이에 전국 33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장이 모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주말인 9일 비공개 총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전공의들이 병원에 돌아오지 못하고 학생들이 휴학하는 상황이 되면 교수들이 자발적 사직 등 행동을 취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있었다”며 “정부가 의대 증원 규모 2000명 같은 조건을 걸지 말고 전공의들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계와 정부의 강대강 대치 지속으로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이번주 중으로 근무지 이탈 전공의 1만여 명에 대한 사전통지서 발송을 마무리한다. 통지서를 받은 전공의들은 이달 25일까지 처분에 대한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 통지서를 받은 이후 의견 제출 기한을 넘기면 별다른 이견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관련 규정에 따라 면허 정지가 이뤄진다.

정부는 의료계가 반발하는 진료지원(PA) 간호사 제도 개선 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9일 “보건의료기본법을 근거로 PA 간호사 시범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필요하면 제도화하는 부분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 실장은 2000명이라는 의대 증원 규모와 관련해 “실제로는 3000명 이상이 필요하지만 여러 여건을 고려해 2000명으로 한 것”이라며 “이 부분의 변화는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이대서울병원·고대안암병원 분당차병원 등 8개 병원 교수와 전문의 16명은 소속과 실명을 밝힌 채 ‘의료 붕괴를 경고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모든 이해관계자들은 이성을 되찾고 정부와 의료계 대표는 함께 허심탄회하게 합리적 방안을 논의하여 해법을 도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최근 다른 의사단체들과 접촉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대전협은 그동안 의료계 내 다른 단체들과의 소통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 박단 의대협 비대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비상대책위원회,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전국 의과대학 교수 협의회 회의에 연달아 참여해 얘기를 나누고 왔다”고 적었다.

정부는 의료계와의 대화에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10일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불법적인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법률과 원칙에 따른 처분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정부는 의료 개혁 추진과 관련해 모든 의료인들과 함께 언제든지 진지하게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며 조속한 복귀와 대화를 촉구했다.

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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