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저평가주’ 삼성생명 상승랠리, 왜?
‘만년 저평가주’로 불리던 삼성생명의 주가 상승세가 가파르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실망감으로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에 대한 열기가 한풀 꺾였음에도 삼성생명 주가는 주주환원책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최근의 호실적이 펀더멘털(기초체력) 개선보다는 새 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효과가 적지 않아 상승세가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생명 주가는 장중 10만8500원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10만8000선을 넘긴 것은 2018년 6월 이후 5년9개월만이다. 삼성생명 주가는 지난 1월19일 장중 6만원까지 떨어졌는데 두 달도 안돼 80.8% 오른 것이다. 연초 이후 삼성생명의 주가 상승률은 52.1%로 코스피200 지수 종목 중 3번째로 높았다.
지지부진하던 삼성생명 주가가 올초 들어 급등한데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존재감이 컸다. ‘저성장 저평가’ 주식으로 불리는 보험주는 대표적인 저PBR 수혜주로 꼽히며 밸류업 프로그램의 기대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시가총액 기준 상위 10개 보험사로 구성된 KRX보험 지수는 연초 이후부터 지난달 23일까지 20.53% 올랐다. 삼성생명은 같은 기간 38.35% 상승했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안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지난달 26일 이후 KRX보험 지수 상승률은 0.08%에 그쳤다. 반면 삼성생명은 이후로도 주가가 9.94% 오르며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삼성생명 주가가 유독 고공행진을 펴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삼성생명의 주주환원 정책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열사이자 대주주인 삼성물산이 최근 전체 자사주의 3분의 1에 달하는 약 1조원어치를 3년에 걸쳐 소각한다고 밝히면서 삼성생명에도 기대감이 커졌다. 삼성생명도 지난 2월 컨퍼런스콜에서 PBR·ROE(자기자본이익률) 개선, 자사주 소각 검토를 약속하며 주주환원 확대를 시사했다. 외국인들은 지난 한 달간 123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호응,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삼성생명의 주주환원 여력이 충분한 것도 영향을 줬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보험사의 경우 자본 비율 규제를 충족해야 해 주주환원을 늘릴 수 있을 만한 자본을 갖춘 곳은 삼성생명, 삼성화재, DB손해보험 정도”라며 “삼성생명과 달리 삼성화재, DB손해보험이 주주환원 확대에 미진한 반응을 보인 것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자사주 비율이 10.2%로 높고,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조8953억원으로 전년 대비 19.7% 증가하는 등 양호한 실적을 보인 것도 호재로 꼽힌다.
다만 호실적이 지난해 새로 도입된 회계기준(IFRS17)에 크게 영향을 받은 만큼, 장기적으로 성장세가 이어지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은 지난해 보험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거둔 배경엔 새 회계제도 도입의 영향이 큰 것으로 판단한 바 있다. IFRS17은 보험사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데, 고금리 시기엔 할인율이 높아져 부채가 줄고 자본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또 회계기준의 자율성이 커져 수익성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을 크게 산출할 여지가 컸다.
안 연구원은 “회계제도가 바껴 이익이 많이 늘어났지만 일시적 현상”이라며 “앞으로 크게 성장세를 보이긴 어렵겠지만 투자이익에 따라 변동하는 모습을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주주환원책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것도 향후 주가 변동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생명이 추후 내놓는 주주환원책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주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주주환원 정책은 현재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https://www.khan.co.kr/economy/finance/article/202308301400001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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