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확률 아이템`… 속타는 중소게임사들

MS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제작

8일 경기 판교기업지원허브에서 열린 게임 정보 사후관리 업무 설명회에서 김규철 게임위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영욱 기자

게임 속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 시점이 열흘 정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소 게임업계에서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유예 없이 바로 제도가 도입되다 보니 초기 시행착오를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제도를 시행해 가면서 정부와 기업들이 불투명성을 줄여가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게임업계에서는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제로 인해 주로 중소 게임사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오는 22일부터 유예기간 없이 규제가 바로 적용되는데 지난달 19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낸 '확률형 아이템 확률 정보 공개 해설서'를 인력이 부족한 중소 게임사가 모두 반영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특히 우려가 커진 것은 확률형 아이템 표시 예외 대상이 매우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등급분류를 받는 게임을 출시하면 3년간 연평균 매출 1억원 이하 게임사 외에는 모두 지켜야 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3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1억 미만 게임사는 약 12%에 불과하다.

게임사와 이용자 간에 해석이 엇갈리는 부분도 있다. 해설서에 포함된 부분 중 '유상+무상'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온전히 무상으로 얻는 확률형 아이템만 정보 공개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 외에 게임 플레이로 재화를 벌고 소모해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을 유료로 구매할 수 있다면 정보 공개를 해야 한다. 무료 아이템이라도 유료로 얻을 수 있으면 정보 공개 대상이 되다 보니 모호한 부분이 있다.

넥슨 '메이플스토리'의 '큐브'가 대표적인 예다. 게임 플레이로 얻을 수 있는 재화인 '메소'로 구매할 수 있도록 변경해 '무료'라는 넥슨 측의 해석과, 게임 내 '메소마켓'에서 메소를 유료로 구입할 수 있으니 확률을 공개해야 한다는 이용자의 입장이 엇갈린다.

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8일 열린 관련 설명회에서 "확률형 아이템의 무상·유상 여부에 대해 소비자가 어느 정도 동의하느냐가 관건이다. 공급자인 게임사는 확률형 아이템의 어떤 점이 문제였는지 인식을 공유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게이머의 동의'를 수차례 강조했다.

게임위는 확률 정보 공개 모니터링단, 전담 창구, 법률 자문단 등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용자의 목소리가 중요해진 만큼 게임업계는 제도 시행을 앞두고 이용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공유할 예정이다.

다만 일부 이용자가 무리한 주장이나 요구를 할 경우 이를 여과없이 반영하는 것은 산업 전체에 득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부 이용자들은 "특정 가챠(뽑기)를 전면 금지하자" 등 극단적인 주장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용자 사이에서는 산업과 이용자들이 함께 윈윈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적정선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보 공개 의무화 시행 후에도 사회적인 합의점을 꾸준히 찾으면서 제도를 발전시켜 가야 한다는 의견들도 제기된다. 해설서 규정대로 한다면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청한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규정대로 하면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이모탈'에 있는 유료 입장권 같은 경우 던전에 들어가서 얻을 수 있는 물약 하나까지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며 "오히려 게임의 몰입감을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적정한 선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확률을 잘 알아볼 수 있게 표시해야 한다는 것도 주관적 해석의 여지가 있다. 제도가 안착하기까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여다 보며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욱기자 wook95@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