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영 ‘전국노래자랑’ 마지막 녹화 몰려든 시민들···“최연소 여성 MC 하차 아쉬워”

강한들 기자 2024. 3. 1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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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5개월 간 <전국노래자랑> MC를 맡은 코미디언 김신영씨. KBS 제공

9일 오후 인천 서구 인재개발원 운동장에 설치된 무대에서 11세와 41세의 ‘키 재기’가 벌어졌다. 한국방송공사(KBS) <전국노래자랑> 진행자(MC) 김신영씨(41)는 “5학년 학생, 저랑 키 재고 싶다고요?”라면서 허리를 굽힌 채로 A양(11)에게 다가갔다. 김씨는 A양에게 “울면 안돼요. 생각보다 진짜 커요”라면서 굽힌 허리를 쭉 폈다. 결과는 A양의 승리. 김씨는 자신보다 키가 큰 A양에게 “12년 살았죠? 저는 42년을 살았어요. 오늘 두꺼운 양말을 안 신었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빈 좌석이 없어 근처 언덕 위에서 지켜보던 노윤철씨(71)는 김씨에 관해 “항상 같이 어울려서 놀고, 노래도 하는 게 재밌다”라고 말했다.

이날은 김씨가 <전국노래자랑> MC로 무대에 서는 마지막 녹화 날이었다. KBS는 MC 교체 이유로 ‘시청자 민원을 통해 프로그램 경쟁력 하락에 대한 우려’ 등을 들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인천서구문화재단은 좌석을 2000개 준비했지만 4000여명이 찾아온 것으로 추산했다. 늦게 온 시민들은 좌석에 앉은 관객을 ‘ㄷ’자 모양으로 둘러싸고 서서 무대를 지켜봤다. 운동장 담장 바깥쪽이나 운동장 우측 언덕 위 같이 조금 높은 곳에서 무대를 즐기는 이들도 많았다.

방송인 김신영씨가 9일 인천 서구 인재개발원 운동장에 설치된 한국방송공사(KBS) <전국노래자랑> 무대에서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

경향신문이 현장에서 인터뷰 시민 10여명은 모두 ‘김신영 MC 교체가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손주들과 함께 온 서용석씨(63)도 “처음에는 어색하다가 잘 배워서 더 나아지고 있는 게 눈에 보였는데 갑자기 교체돼버렸다”라고 말했다. 남편·자녀와 함께 온 김미옥씨(50)도 “딸이 김씨가 교체됐다고 알려줘서 이미 바뀐 줄 알고 왔는데 볼 수 있게 됐다”라며 “4~5년은 본 뒤 평가했어야 하는데 맡은 기간이 너무 짧아서 서운하다”라고 말했다.

김씨의 MC 교체 소식을 듣고 일부러 찾아온 시민들도 있었다. 류해숙씨(77)는 “더 기회를 줬어야 했는데 아쉽게 교체돼 마지막으로 봐야겠다고 생각해서 왔다”고 말했다. 또래 직장 동료와 온 변광일씨(29)는 “3~4일 전에 김씨 교체 소식을 보고 전국노래자랑을 검색하다 보니 우리 동네여서, 마지막이니까 보러오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KBS는 지난 4일 ‘김신영 MC 교체’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청원에 답하며 2022년 10월부터 지난 3일까지 전화, 이메일로 들어온 시청자 의견이 불만 616건, 칭찬 38건이었다면서 ‘경쟁력 하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라고 했다. 김씨가 진행을 맡았던 1년 5개월간 평균 시청률이 수도권 기준 4.9%로 떨어진 점도 언급하며 “타개책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요양원 관리자로 일하는 김명애씨(59)는 “요양원 어르신들은 다들 김씨를 보고 예쁘다고 얼마나 관심을 많이 두고 보시는지 모른다”라며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그 자리에 누가 와도 긍정적인 부분을 안 보고 불만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미씨(39)는 “불만 메일 616건은 전국 시청자 중에서 많은 숫자도 아니고, 근거를 만들어 내려고 한 것 같다”라며 “김씨에게도 안티가 있을테고, 이를 MC 교체의 근거로 드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양미경씨(59), 김은지씨(29)와 양씨의 어린 조카가 9일 인천 서구 인재개발원 운동장에서 전국노래자랑 무대를 지켜보고 있다. 양씨는 “김신영씨는 농담을 해도 농담 속에 진중한 마음이 담겨 있어, 전국 노래자랑에 잘 맞는 진행자”였다며 “볼 때마다 그냥 웃음이 나오곤 했다”고 전했다. 강한들 기자

<전국노래자랑>의 최연소 여성 MC가 교체되는 데에 대해 아쉬워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어머니, 조카와 함께 현장을 찾은 김은중씨(30)는 “최연소 여성 MC에서 중년 남성 MC로 바뀐다는 게 아쉽다”라며 “전임자가 워낙 오래 했으니 시청자들의 취향도 그에 맞춰져 있었을 텐데 1년 5개월 만에 시청자 불만을 이유로 MC를 교체한 건 성급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주미씨(39)는 “부담스러운 자리를 김씨가 기꺼이 맡았던 것인데 갑자기 교체된다고 하니 젊은 여성 MC라서 빨리 교체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라고 말했다.

무대가 끝나고, 양손을 흔들며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김씨에게 “김신영 수고 많았다”라고 거듭 외치던 황석원씨(55)는 기자에게 “나이가 아직 젊으니 나중에 또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할 수 있지 않겠냐”라며 “돌아오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날 무대를 마무리하는 노래는 가수 김원준의 ‘Show(쇼)’였다. “Show, 끝은 없는 거야 지금 순간만 있는 거야. 난 주인공 인 거야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라는 가사가 김신영의 마지막 <전국노래자랑> 녹화 무대에 울려퍼졌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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