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 조각으로 재탄생한 건축자재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4. 3. 1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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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에서 벽과 벽 사이를 가리는 마감재인 몰딩이 미술로 재탄생했다.

'용도 없음'은 몰딩을 테이블처럼 정육면체로 얼기설기 쌓아올려 다리까지 만든 조형 작품이다.

심지어 '레르베리'는 이케아(IKEA) 가구 레르베리의 강철 다리를 가져다 몰딩을 덧대 예술 작품으로 만들었다.

앉을 수도 없는 이 작품 또한 아름답지만 무용(無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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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표 지갤러리 개인전
강철·MDF·아크릴 등 활용
홍정표 개인전 전시 전경. 지갤러리

건축물에서 벽과 벽 사이를 가리는 마감재인 몰딩이 미술로 재탄생했다. '용도 없음'은 몰딩을 테이블처럼 정육면체로 얼기설기 쌓아올려 다리까지 만든 조형 작품이다. 제목처럼 쓸모는 없다. 심지어 '레르베리'는 이케아(IKEA) 가구 레르베리의 강철 다리를 가져다 몰딩을 덧대 예술 작품으로 만들었다. 앉을 수도 없는 이 작품 또한 아름답지만 무용(無用)하다. 그것이 바로 예술의 본질 아니던가.

일상과 예술의 경계에서 조각적 형식 실험을 이어온 조형작가 홍정표(48)의 개인전 '다르게 느끼는 우리'가 서울 청담동 지갤러리에서 4월 6일까지 열린다. 표갤러리, 탈영역우정국, 313아트프로젝트 등에서 개인전을 연 중견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고집해온 '완벽주의' 성향을 포기하며 시도한 실험이 'Hidden Edge' 시리즈다. 몰딩을 마치 레고처럼 쌓아올려 소위 기성품을 예술로 만드는 실험을 벌인다. 과정상의 실수 혹은 제작을 하며 펜으로 적어놓은 가이드라인 등이 미완성품처럼 작품에 그대로 남아 있다.

지난 6일 만난 작가는 "작업의 시작과 끝을 알기 힘들었다. 미완성 상태일 때가 더 아름다울 때가 있더라. 흠집이 생겨도 가려야 하나 고민하고 기존의 레이어를 가리며 쌓아올렸다"면서도 "전시장에서 내 손을 떠나면 그게 완성이더라. 그런데 작업실로 돌아오면 계속 마음에 안 든다. 여기서 돌아가면 다시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위트가 엿보이는 작품 '바닥이 더러워지는 것이 싫다'는 마땅히 닿아야 할 바닥의 면적을 최소화한 채 비스듬히 서서 관객을 맞는다. '나라공원 가로수'는 공원의 풍경을 부조처럼 추상적으로 표현했다. 강철과 스테인리스, MDF와 아크릴 등 재료 실험이 다채롭다. 작가는 "조소를 하다 보면 아무래도 물성에 집착하게 된다. 기성품과 기존 재료들을 다른 방식으로 사용한 건 그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야심작 'Loading in 9 times'는 대형 식탁 위에 닮은 듯 다른 9점의 작품을 만찬 요리처럼 진열했다. 작가는 영화 '사랑을 블랙홀'처럼 매일 같은 날이 반복된다면 어떤 작업을 만들까라는 실험을 했다. "매일 작업실에 출근해 9시부터 2시까지 같은 루틴으로 작업했다. 내가 9번의 실패를 겪은 걸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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