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곳곳서 총격전 “개들이 시체를 먹고 있다”…극단 치닫는 아이티
갱단이 국토 대부분을 장악한 아이티의 폭력 사태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거리 곳곳에서 대규모 총격전이 발생하며 길에는 시체들이 방치되고 있고, 주민들은 식량과 생필품·의료 서비스 부족 등으로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했다.
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수도 포르토프랭스 거리에서 시체 타는 냄새가 풍기며 악취가 진동한다고 전했다. 현재 정상적인 장례가 어렵기 때문에 거리에 놓인 시신들이 수습되지 않고 길바닥 위에 널려 상황이다. 병원에는 시신을 수습해달라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지만, 갱단들이 거리를 장악하고 있어 병원 직원들도 함부로 밖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거리에 있는 시신을 직접 옮기거나 불태우고 있다.
한 병원 관계자는 “오늘 내가 목격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면서 “천으로 덮인 시체들의 모습과 개들에게 시체가 먹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가슴 아픈 일”이라고 전했다.
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가 케냐를 방문한 사이 갱단들은 지난 2일 교도소에서 4000여명의 수감자들을 탈옥시켰고, 정부의 비상사태 선포에도 불구하고 폭력 사태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날엔 대통령궁과 내무부 청사를 비롯한 주요 정부 기관들이 공격 당하면서, 경찰과 갱단들의 총격전이 벌어졌다.
국가의 공공서비스는 거의 마비 상태다. 학교·은행·병원 등 대부분의 공공 시설이 문을 닫았고, 최소 12개의 경찰서에 갱단이 불을 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도주의적 위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현재 1100만명의 아이티 주민 중 절반가량이 식량 부족을 겪고 있다. 또 갱단의 폭력을 피해 집을 떠나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추가로 난민으로 전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현재 집에서 굶주리고 있으며, 갱단이 동네를 장악하고 있어 물을 구하러 가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한 30대 주민은 AP통신에 “모든 지역이 고통받고 있다”면서 “우리는 물을 전혀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곧 모든 것이 부족해질 것”이라며 “깨끗한 식수가 공급되지 않으면 사람들이 콜레라에 걸릴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주요 공항과 항구가 갱단의 공격을 받아 수도가 봉쇄되면서 식량과 보급품 전달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굶주림으로 인한 아이티 주민들의 고통이 극도로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지금 아이티가 수십년 만에 최악의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0년 지진으로 약 22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긴 했지만, 당시에는 국내외에서 적극적인 대응과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 아이티 주민들은 국내외에서 누구도 자신들을 도와주지 않고 있으며, 의지할 곳 없이 버림받았다는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한 전문가는 지적했다.
케냐를 방문했던 앙리 총리는 지난 5일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 도착했으나 여전히 아이티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갱단들은 앙리 초임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고, 미국과 인근 국가들도 앙리 총리가 권력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득하기 위해 애써왔다. 그러나 총리실은 앙리 총리가 사임을 거부했으며, 그가 아이티로 귀국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앙리 총리는 이전부터 갱단 폭력에 맞서기 위해 국제군을 배치해달라고 국제사회에 간청해왔으나, 국제사회는 이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케냐는 아이티에 케냐 경찰병력을 투입하려고 했으나 법원의 결정으로 제동이 걸렸고, 미국은 자금 지원 의사는 밝혔으나 자체 군대를 파견하는 데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카리브해 국가 지도자들은 아이티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오는 11일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회의에는 미국, 프랑스, 캐나다, 유엔, 브라질도 초대됐다.
아이티 주민 프란츠 루이스(35)는 “아이티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느낀다”면서 “현재 청년들에게 가장 좋은 해결책은 나라를 떠나는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그러면서 “이 나라에 머문다면 먹을 수도 없고, 이동도 자유롭게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282419?type=journalists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