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겐하임·휘트니 후원하는 대기업 … 정작 국내 미술관은 찬밥
현대차, 테이트 이어 휘트니 후원
LG는 구겐하임과 어워즈 신설
한화도 퐁피두센터 분관 유치
마케팅 효과 앞서는 해외만 선호
국립현대미술관 후원처 못찾아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현대차, LG, 한화 등 국내 대기업이 미술 전시와 작가를 후원하는 '아트 마케팅'에 공들이고 있다. 뉴욕·런던의 세계적인 미술관을 장기 후원하는 협약을 앞다퉈 맺고, 작가 후원에도 열심이다. 반면 한국을 대표하는 국립현대미술관(국현)은 후원사를 찾지 못해 안타까운 상황에 놓였다.
아트 마케팅의 선두 주자는 현대차다. 이미 차량의 해외 판매 점유율이 80%를 넘어서 내수보다 해외 마케팅이 유리한 상황이 되면서 현대차는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2월 건축 거장 렌초 피아노가 설계한 미국 뉴욕의 휘트니미술관과 10년 장기 후원 협약을 체결했다. 3월 20일 개막하는 휘트니 비엔날레의 공식 후원사로 2032년까지 5차례 비엔날레를 지원한다.
또한 '현대 테라스 커미션'을 통해 휘트니미술관 5층 야외 테라스에 매년 조각, 퍼포먼스, 멀티미디어 등 다양한 장르의 대형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영국 테이트미술관, 미국 LA 카운티 미술관(LACMA)에 이어 세 번째 해외 미술관 후원이다. 매년 테이트모던 터바인홀을 장식하는 스펙터클한 전시로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린 전례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오는 10월에는 30대 작가 이미래가 '현대 커미션' 작가로 선정돼 터바인홀을 장식할 예정이다. 스콧 로스코프 휘트니미술관 관장은 "휘트니미술관 야외 테라스 전시장은 뉴욕 지역사회 커뮤니티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큐레이터, 예술가들의 자유롭고 활발한 실험을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뉴욕을 대표하는 구겐하임미술관에는 LG가 깃발을 꽂았다. 가전기업 정체성에 맞게 기술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예술 활동을 펼치는 작가들을 발굴하는 상금 10만달러(약 1억3300만원)의 'LG 구겐하임 어워드'를 신설해 5년간 이를 후원한다.
1회 수상자인 인공지능(AI) 아티스트 스테퍼니 딘킨스는 올해 1월 전시에서 LG 올레드 디스플레이를 통해 작품을 구현했다. 두 번째 수상자로는 최근 가상현실(VR), 코딩 등 신기술을 활용해온 '넷 아트(Net Art)'의 선구자 슈리칭을 선정했다. 나오미 벡위스 구겐하임 수석 큐레이터는 "슈리칭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를 아우르는 대담한 탐구를 이어왔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2025년 63빌딩에 퐁피두센터 분관을 개관하는 한화문화재단도 '영민 해외 레지던시 지원 프로그램'을 작년부터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신진 작가 5명을 선발해 미국 뉴욕의 나스 파운데이션과 영국 런던 애크미 등 3개국·4곳 레지던스에 파견한다. 삼성·아모레퍼시픽·롯데의 뒤를 이을 대기업 미술관인 '퐁피두센터 한화 서울'은 개관 이후 4년간 퐁피두센터의 대표작 전시를 연 2회 개최할 계획이다.
반면 국내 기업이 해외 미술관을 적극 후원하는 동안 국내 미술관은 소외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현대차 시리즈' 등을 통해 10년 동안 120억원을 후원한 현대차와의 계약이 올해로 끝나 새 후원사를 찾느라 잰걸음 중이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해시태그' 전을 끝으로 현대차의 후원이 종료된다. 기업과 미술관이 함께 만든 성과를 연구하고 공유하는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관은 "뒤를 이를 후원사를 찾느라 기업과 만나고 있지만 아직 찾진 못했다"고 밝혔다.
기업 입장에선 한국 미술을 후원하는 '메세나'도 의미가 있지만, 미술관의 체급이 마케팅 측면에선 더 중요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은 2022년 기준 방문객 약 180만명으로 세계 20위권까지 올랐지만 여전히 테이트모던(세계 4위)과 체급 차가 있고 해외 방문객 수는 격차가 크다. 전시의 질도 중요하다.
리움미술관은 작년 9월 강서경 개인전을 명품 회사 보테가베네타의 후원을 받았고, 2월 필립 파레노 개인전도 메르세데스-벤츠의 후원을 받았다. '명품 전시'를 기획하면 국내 미술관도 기업 후원의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방증이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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