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엄청난 속도로 발전할 것 … 본사 부분이전 검토"
'캄코모터' 인수로 캄보디아 사업시작
치열한 경쟁 거쳐 車판매시장서 선전
"인구증가 속도빨라…산업전반 큰 기회"
케이씨, 글로벌 배터리사 2곳에 납품
대주코레스는 기술력 앞세워 상장계획
◆ 비즈니스 리더 ◆
"캄보디아는 앞으로 10년간 엄청난 속도로 발전할 시장입니다. 대주·KC그룹 본사 기능 일부를 캄보디아로 이전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박주봉 대주·KC그룹 회장은 1980년대 초반 트럭 한 대로 인천항에서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연탄공장까지 무연탄을 운반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은 연 매출 수조 원대, 10여 개 계열사로 이뤄진 그룹을 운영한다. 문자 그대로 맨손에서 시작해 큰 성공을 거둔 입지전적 인물이다.
최근 박 회장의 관심은 온통 캄보디아에 쏠려 있다. 박 회장과 캄보디아의 인연은 2014년 시작됐다. 지인에게 "캄보디아 현지에서 현대차를 부품 상태로 조립해 판매(DKD)하는 '캄코모터'를 인수하지 않겠냐"는 제안이 들어온 것이다.
박 회장이 인수한 뒤 캄코모터는 압도적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던 일본 도요타, 미국 포드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현재 연 매출 1000억원, 캄보디아 연간 자동차 판매 시장의 두 자릿수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 캄보디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 중 가장 큰 규모다. 최근에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시내에 떡볶이·어묵 등을 파는 분식점을 차렸다. 박 회장은 "동남아시아에서 K푸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며 "식품 등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전초기지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1700만명인 캄보디아 인구는 10년 후 25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산업 전반에 걸쳐 큰 기회가 열리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훈센 전 캄보디아 총리와 그의 아들인 훈마넷 현 총리가 한국에 애정이 크다는 점을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훈센 전 총리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박정희 대통령일 정도로 한국과 한국의 경제 성장에 관심과 애정이 크다"며 "캄보디아 경제에 갈수록 큰 영향력을 미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한국 기업이 더 많이 진출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운송회사를 키워 1988년 대주개발을 설립한 뒤 1989년 철강업, 2000년에는 건설업에 진출하면서 사세를 키웠다. 고층 빌딩이나 공장을 지을 때 사용하는 철 구조물을 만들어 시공해주는 업무가 이때 시작됐다. 2001년에는 공기업 민영화로 시장에 나온 한국종합화학을 인수했다. 박 회장은 "주변에서 인수를 말렸지만 한국에서 유일한 수산화알루미늄 제조기업이란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현재 케이씨로 이름을 바꾼 한국종합화학은 그룹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성장했다. 국내 수산화알루미늄 관련 제품 1위, 세계에서도 일본 스미토모화학에 이어 2위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는 "글로벌 배터리 업체 두 곳에 내년부터 새롭게 우리 제품을 공급하게 된다"며 "생산과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케이씨를 중심으로 그룹을 한 단계 도약시키겠다는 생각이다. 케이씨가 생산하는 수산화알루미늄은 정제와 가공의 정밀도에 따라 가격대가 천차만별이다. 케이씨가 생산하는 수산화알루미늄 파생 원료(뵈마이트·슈퍼파인 등)는 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 반도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유리 패널 등에 들어간다. 박 회장은 "우리 제품은 1g당 가격이 100만원 정도인 데 비해 사람 피부에 바르는 연고나 화장품에 들어가는 최고급 품질의 수산화알루미늄 제품은 가격이 10배인 1g당 1000만원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목표는 일단 1g당 200만원, 300만원인 제품을 개발하고 장기적으로 최고급 품질의 제품을 생산해 1등 기업과 격차를 좁혀가는 것"이라며 "대주·KC그룹의 미래는 소재산업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목표를 이루려면 연구개발 인력과 고급 기술인력을 채용해야 하고 공장도 신설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주·KC그룹은 2025년 케이씨를 주식시장에 상장하려고 준비 중이다.
대주·KC그룹에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계열사가 또 있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배터리 프레임을 제조하는 대주코레스다. 알루미늄 배터리 프레임은 미세한 뒤틀림에도 화재가 발생할 수 있어 용접 시 0.001㎜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대주코레스는 2년이 넘는 연구를 거쳐 기술력을 인정받아 현대차·기아에 독점적으로 제품을 납품할 뿐만 아니라 여러 해외 자동차 회사에도 납품했다. 하지만 지난해 공장에 화재가 발생해 생산물량이 뚝 떨어진 상태다.
박 회장은 "우리가 납품을 못 하는 사이 경쟁사들이 그 시장을 많이 빼앗아갔다"며 "우월한 기술력을 앞세워 다시 시장 점유율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주·KC그룹은 대주코레스도 내년 주식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박 회장이 사업을 시작한 뒤 지키고 있는 가장 중요한 철칙은 '한 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로 정리할 수 있다. 소중한 인생을 낭비하기 싫다는 이유다. 박 회장은 하루에 다섯 시간 이상 취침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기의 철학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박주봉 회장
△1957년 전남 장흥 출생 △용문고, 한세대 대학원 졸업 △1988년 대주개발 대표 △2001년 케이씨 회장 △2004년 한국철강구조물협동조합 이사장 △2011년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2018년 중소기업 옴부즈만(차관급)·한국무역협회 부회장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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