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 ‘낙동강 벨트’ 분석···수성이냐 탈환이냐[총선 D-30]
수성이냐, 탈환이냐.
4월 총선, 부산·울산·경남(PK) 지역 최대 격전지는 이번에도 ‘낙동강 벨트’다. 낙동강 물줄기와 접한 이곳 지역의 승패가 PK 지역 전체 판세에 영향을 미친다.
낙동강 벨트는 부산 북구와 강서구, 사하구, 사상구와 경남 김해, 양산 지역을 가리킨다. 이번 총선에선 부산 북·강서 지역의 분구로 기존 9개 지역구에서 10개 지역구로 의석이 하나 더 늘었다. 그만큼 전선은 확대됐고, 중요성은 커졌다.
안정 속 수성 원하는 민주당, 중진 ‘자객 공천’ 승부수 띄운 국민의힘
보수 지지세가 높은 영남이지만 낙동강 벨트는 달랐다. 김해가 고향인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후 양산에 정착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영향이 크다. 김해, 양산 지역에 신도시가 들어서고 젊은 층 인구 유입이 이어지면서 현 야권에 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20대 총선과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 전신 정당에 연거푸 5 대 4로 승리했다.
수성과 탈환이라는 양당의 서로 다른 입장은 총선 공천 양상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민주당은 4년 전 후보 9명 중 7명이 이번 총선에도 그대로 나선다. 현역 의원 5명도 돌발 변수 없이 공천을 받았다. 지난 선거전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이들보다 나은 후보를 찾기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은 불출마를 선언한 장제원 의원을 제외하고 김도읍·조경태·윤영석 등 현역 의원 3명만 제 자리를 지켰다. 나머지는 모두 새 얼굴이다. 서병수·조해진·김태호 등 PK 타 지역 중진 의원들을 대거 낙동강 벨트에 포진시켰다. 지역 탈환을 위한 승부수다.
북강서 분구로 인한 지역구 개편은 중대 변수다. 기존 북강서갑·을 2개 지역구가 북갑·을과 강서 3개 지역구로 개편됐다.
북강서갑에서 재선에 성공한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지역구 개편으로 타격이 작지 않다. 지난 총선까지 꾸준한 표밭이던 만덕1동이 북을 지역구로 떨어져 나갔다. 경쟁자도 만만찮다. 해운대에서 내리 4선, 부산시장 재선에 지난 총선에서 부산진갑에 차출돼 민주당 김영춘 전 국토해양부 장관을 꺾은 서병수 의원이 상대다.
북강서 선거구 개편, 누가 웃을까
북강서을에서 3선을 한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북을과 강서 사이에서 고민하다 강서를 택했다. 지난 총선 김 의원은 북구 지역에서 압승했지만 강서에서는 상대적으로 고전했다. 젊은 층 인구가 많은 명지신도시 지역 득표율이 50%를 밑돌았다. 상대인 변성완 민주당 후보는 부산에서 행정부시장과 시장 권한대행을 지낸 정통 관료출신이다.
사하갑은 부산대 총학생회장 출신끼리 대결이 성사됐다. 현역인 최인호 민주당 의원과 17대 총선 부산진을에서 당선됐던 이성권 국민의힘 전 의원이 맞붙는다. 지난 총선에서 불과 0.87%포인트 차로 승패가 갈린 격전지다.
3선의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사상에선 김대식 경남정보대 총장이 빈 자리를 채운다. 장 의원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인사다. 민주당에선 20·21대 총선에서 장 의원에게 연거푸 패했던 배재정 전 의원(19대 총선 비례대표)이 세 번째 도전에 나선다.
사하을에서는 지역 5선인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정치 신인인 이재성 민주당 후보에 비해 앞선다는 평가다.
북을에서 민주당은 정명희 전 북구청장을 단수공천했다. 국민의힘은 박성훈 전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 이수원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 등이 4인 경선을 치른다.
전략공천 후폭풍 국민의힘, ‘문명 갈등’ 고민 떠안은 민주당
경남 김해와 양산은 부산 낙동강 벨트 이상으로 여당쪽 험지로 분류된다. 최근 2차례 총선에서 민주당은 이곳 4개 지역구 중 양산갑을 제외하고 3곳을 석권했다.
민주당은 4월 총선에서 기존 3곳을 수성하고, 내친 김에 양산갑까지 가져오겠다는 목표다. 4년 전 영입인재로 출마했던 이재영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이 이번 선거에도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과 대결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후보가 4년 동안 착실히 지역에서 기반을 닦았다. 선거 이후로 물금신도시 인구도 많이 유입이 됐다. 충분히 해볼 만 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8년 만의 대역전을 노린다. 밀양·창녕에서 3선을 한 조해진 의원을 김해을, 거창과 김해 등지에서 3선을 했고 경남지사를 지낸 김태호 의원을 양산을에 투입하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태호 의원과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맞대결하는 양산을 선거는 전국적인 주목을 받는 승부처로 부상했다.
경남 지역 낙동강 벨트의 변수는 공천 후폭풍이다. 결은 다르지만 양당 모두 고민이 없지 않다. 김태호 의원과 조해진 의원을 ‘자객 공천’한 김해와 양산에선 기존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이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지난 5일 김해시청에서 예정이던 조해진 의원 지지 회견은 지역 당원들이 막아서면서 무산됐다.
민주당은 여의도발 ‘친명(친이재명)’ 대 ‘친문(친문재인)’의 갈등 여파에 지역 민심까지 출렁이는 것을 우려한다. 김해·양산은 전국 어느 곳보다 문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동하는 지역이다. 공천 파동에 실망한 친문 민심을 투표장까지 끌어들이는 것이 과제가 될 수 있다. 선거 막판 절실한 당 지도부의 고공 지원 효과 또한 현재로선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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