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께 힘 돼주길”…유튜버 버릇 못 고치는 인재개발원장

이유진 기자 2024. 3. 1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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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인재교육티브이(tv)’에 올라온 ‘전쟁 예감, 충격적인 메시지’ 영상 속 김채환 인재개발원장의 모습. 유튜브 갈무리

[한겨레 프리즘] 이유진│오픈데스크팀장

“보수 언론들마저도 윤(석열) 대통령님을 돕는 척 흉내만 내면서 뒤통수를 노리고 있는 것을 못 느끼시겠습니까? 지금 가장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실 그(윤 대통령)에게 힘이 돼주실 분은 바로 여러분, 동료 시민들입니다.”

4월 총선을 34일 앞둔 지난 7일 공무원 교육기관인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인재개발원) 공식 유튜브 채널 ‘인재교육티브이(tv)’에 올라온 ‘전쟁 예감, 충격적인 메시지’라는 제목의 영상 말미에 나온 김채환 인재개발원장의 발언이다.

새로 찍은 영상인가 했더니, 그건 아니었다. 지난달 10일 게시했던 28분가량의 영상을 12분가량으로 줄인 ‘편집본’ 영상이었다. 보고 또 봐도 시간이 아깝지 않은 주옥같은 내용이라는 건가. 이 영상을 채널의 ‘킬러 콘텐츠’로 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고백건대, 나는 김 원장의 영상을 이렇게 빨리 다시 볼 수 있으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을 두고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김 원장 개인 유튜브 채널 영상이 지난달 14일께 알려지면서 얼마나 큰 파문이 일었는지 생각해보면 말이다.

“현금성 자산만 40억이 넘는 김 여사의 눈에 300만원짜리 핸드백이 들어왔겠냐”와 같은 김 원장의 발언에 여론이 들끓었고 보수 쪽에서마저 “오히려 윤 대통령 부부에게 큰 누를 끼치는 주장”(정옥임 전 새누리당 의원)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여기에 김 원장이 직접 강연자로 나서 윤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띄우고 홍보하는 영상들이 국가기관 공식 유튜브와 김 원장의 개인 유튜브에 동시에 게시된 사실까지 알려지자, 정치권에서는 공무원의 정치 중립 의무 위반을 지적하며 윤 대통령에게 김 원장의 경질을 요구하고 나섰다.

고백건대, 당시 나는 그가 내심 고마웠다. 지난달 김 원장 관련 한겨레 기사에는 댓글이 3천개(네이버 기준)가 달릴 정도로 독자 반응이 뜨거웠다. 디지털에서 특히 소구력 있는 ‘킬러 콘텐츠’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의 해답을 조금이나마 찾을 수 있었달까.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경질 요구는 무시됐고 김 원장은 해당 논란 이후에도 부지런히 양쪽 채널에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인재개발원이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7월3일 윤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김 원장은 같은 달 12일 유튜버 활동 겸직 허가를 신청해 6일 뒤인 18일 인사혁신처장으로부터 이를 허가받았다. 과거 21대 총선 ‘부정선거설’이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좌파들의 강요로 죽음에 이르렀다’ 등의 극단적인 주장을 콘텐츠로 삼은 유튜버 활동으로 지명 당시부터 논란에 휩싸였던 김 원장이지만 애초에 그는 유튜버로서의 정체성을 잠시라도 버릴 생각이 전혀 없었던 셈이다.

마지막으로 고백건대, 최근 나는 김 원장 개인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기 시작했다. 인재개발원의 해명대로라면 세금 한푼 들이지 않고 김 원장이 직접 기획·편집해 지난달 26일 인재개발원 공식 유튜브와 김 원장 개인 유튜브에 업로드한 영상에서 그는 전공의 집단행동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박근혜 정부 때 온갖 거짓말과 유언비어가 온 국민들을 그야말로 돌아버리게 했다. (중략) 지금 우리는 어쩌면 또 한번의 그때와 같은 생난리를 유난스럽게 치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평화적 수단으로 불의한 국가권력을 심판한 국민들을 ‘돌아버렸다’ 폄하하고 공공연히 탄핵을 부정하는 주장이 국가기관 공식 유튜브에서 흘러나오는 현실이 2024년을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이다. 잠시 기사화를 고민하다가 아차, 싶었다. “탄핵은 굉장히 오래된 이야기”라는, 지난 7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과 함께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고 박 전 대통령을 구속했던 당사자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 판국이니. 다음 ‘새 영상’ 알림을 기다리는 마음이 복잡하다.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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