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최후의 기리시탄 유적 그 역사의 현장 속으로 … 천주교 성지순례를 가다
김래원 출연 도시어부 촬영장소
낚시·골프·트레킹 명소 즐비해
붕하면서 78석 규모의 쌍발 프로펠러가 달린 터보프롭 봉바르디에 Q400이란 소형 항공기가 하늘을 난다. 후쿠오카공항에서 나가사키현 고토열도로 가는 길이다. 잠깐 졸았다 기내방송에 눈을 떠보니 수려한 경관의 리아스식 해안이 기내 창밖으로 펼쳐져 있다. 하늘을 파랗고 바다는 투명하다. 섬들은 브로콜리를 흩뿌려놓은 듯하다. 그 풍경이 정겹다. 이곳은 일본 나가사키현 사세보에서 서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고토열도의 후쿠에다. 고토열도나 후쿠에는 사실 여행가들에게도 낯선 지명이다. 흡. 제대로 알고 보면 빼어난 자연경관과 함께 매력적인 먹거리가 풍부한 나가사키의 또 다른 숨겨진 여행명소다. 우리에겐 도시어부 고토열도 편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래원 최재환이 출연해 대물 낚시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실제 고토열도는 전갱이와 고등어어업 그리고 진주양식이 발달해있다.
고토열도를 주목하는 데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천주교 신자에서 고토열도는 평생 꼭 한번은 가봐야 할 성지다. 17세기부터 19세기가지 2세기 이상에 걸친 기독교 금교 정책으로 인해 필사적으로 신앙을 지키려 했던 기리시탄의 희생이 고스란히 남겨진 기도의 섬이기 때문이다. 성당 주변에는 송이채 지는 수많은 붉은 동백꽃나무가 애잔함을 더해준다.
최후의 기리시탄 유적지
고토열도는 나가사키현 서쪽의 동해와 동중국해 경계에 위치한다. 제주도에서 약 180km 떨어져 있어 맑은 날엔 육안으로도 바라보인다. 후쿠에섬을 비롯해 히사카섬, 나루섬, 와카마쓰섬, 나카도리섬 등 5개 주요 섬을 포함해 모두 140개 섬으로 구성됐다. 곳곳에 다수의 천주교교회가 있고 모두 기리시탄의 영향이 짙게 배어 있다. 1868년 메이지 유신 이후 사라진 기리시탄의 집단이 최후로 남아 있던 곳이다.
일본에 기독교가 전해진 것은 1549년.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성인에 의해 전해졌다. 1550년 나가사키 히라도섬을 시작으로 시마바라, 아마쿠사 지방으로 확산되어 갔다. 하지만 1614년 금교령이 내려지고 박해가 시작됐다. 현상금 제도, 후미에(성화 밟기), 불교 입적제도 등의 탄압이 가해졌다. 신자들은 박해를 피해 불상에 가깝게 성모 마리아상을 빚기도 하고 음식을 담는 그릇 바닥이나 물병 등에 장식처럼 십자가를 새겨 놓기도 했다고 한다. 쌀 포대를 새끼로 묶을 때 십자 매듭을 지어 십자가로 썼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신부 없이 숨어 천주교 신앙을 지킨 초기 천주교 신자를 잠복 기리시탄(가쿠레 기리시탄)이라 부른다.
49개 성당 2018년 세계유산 등록
고토열도 5개 섬에만 모두 49개의 성당이 있다. 이는 나가사키현 전체 성당 수 129개에 비하면 무척 많은 수다. 고토열도의 기리시탄 역사성을 잘 알 수 있다.
미즈노우라 교회는 1880년 선교사의 지도를 받아서 세워진 최초의 교회였다. 지금 건물은 1938년 일본의 대표적인 교회 건축가인 데쓰가와 요스케에 의해 건축된 것이다. 로마네스크, 고딕, 일본풍 건축이 혼합된 백악의 아름다운 목조교회다.
이모치우라교회는 1897년 창건된 고토 최초의 벽돌건축 교회다. 1924년 증축했고 1988년 개보수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고풍스러운 외관이 멋스럽다. 이곳에는 일본 최초의 루루도의 샘이 있다. 1858년 베르나데트 수비루라는 소녀가 루루도 산속에서 동굴을 발견했는데 그 동굴에서 성모 마리아를 만났다고 한다. 동굴의 이름을 기적의 동굴, 이때 만난 성모 마리아를 루루도의 성모라고 부른다. 당시 수비루는 성모의 말을 따라 동굴 안에서 샘을 발견했고 그 샘을 마신 후 지병인 천식이 나았다고 한다. 그 후 이 루루도의 샘물은 성스러운 샘물로 알려졌다.
도자키 성당은 1880년 마르만 신부에 의해 임시 성당이 세워진 후 1908년 개축된 것이다. 붉은 고딕 양식의 성당은 일본식 기와를 얹어 색다르다. 1974년 나가사키현 문화재로 지정됐다. 히사카지마 섬 동쪽 해안에 위치한 고린 마을에는 옛 고린 성당과 새 고린 성당이 나란히 세워져 있다. 옛 고린성당은 인근 하마와키성당을 재건축할 때 생긴 교회 부재를 뗏목으로 옮겨와 지은 것이다 일본식 목조에 기와지붕으로 완전한 일본 가옥 형태의 외관이 독특하다.
나루시마 섬 나루항에서 약 20분 떨어진 에가미 마을에는 하연 벽과 파란 색 창문의 인테리어로 시선을 사로잡는 에가미천주당이 있다. 데쓰카와 요스케의 목조교회 가운데 최고봉으로 손꼽히는 건물이다.
아름다운 대자연과 레저 천국
후쿠에섬 고토에는 볼거리도 많다. 우오즈카사키공원 전망대, 마도바타 원형밭, 다카하마해안, 오세자키 등대 등이 대표적이다. 다카하마 해안은 해수욕장과 끝없이 펼쳐진 얕은 바다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곳이다. 오세자키 등대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세워진 백아의 등대다. 유명한 일본 영화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동중국해로 저무는 노을이 아름답다. 주차장에서 등대까지는 왕복 1시간 정도의 트레킹이 가능하다.
골프명소로도 유명하다. 봉곳하게 솟은 온다케 옆에 펼쳐진 18홀 코스의 고토CC가 그곳이다. 대부분 코스에서 바다가 조명되고 대자연을 맘껏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로케이션으로 유명하다. 후쿠에 공항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전기환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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