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지고 5060 뜨고…車시장 큰손 바뀐다  

박성수 시사저널e. 기자 2024. 3. 1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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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구매량에서 30대는 하락세, 40대 보합, 50대 상승세
포니·갤로퍼 등 1970~80년대 추억 부활도

(시사저널=박성수 시사저널e. 기자)

최근 저출산이 우리 사회 인구구조의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한발 먼저 우려됐던 문제점이 바로 고령화다. 당장 내년에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1000만 명으로 늘어나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구조 변화는 산업 부문에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일반 대중의 재산 목록 중 부동산 다음으로 가격이 높은데,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젊은 세대의 경제적 부담 가중과 고령화 사회가 겹치면서 갈수록 구매 연령층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완성차 기업들도 50대 이상 중장년층을 겨냥한 신차 출시 및 마케팅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고령 인구가 많아지면서 자동차 구매층도 30·40대 에서 50대로 옮겨가고 있다. 사진은 서울스퀘어 벤츠 전 기차 충전소 ⓒ연합뉴스
갤로퍼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것으로 알려진 신형 싼타페 모습 ⓒEPA 연합

고금리·고물가에 30대 신차 구매 줄어

고령 인구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자동차 구매층도 50대 이상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기존에는 30·40대가 자동차 시장을 이끌었던 데 비해 최근에는 50·60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신차 구매는 118만6664대로 전년 대비 8.7% 증가했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50대가 33만6021대로 가장 많았으며, 성장률도 12.4%로 평균치를 크게 웃돌았다. 60대는 21만6188대로 전년 대비 19.7%, 70대는 4만8366대로 전년 대비 19.1% 늘어나며 성장을 견인했다. 이에 비해 30대와 40대는 전년 대비 2%대 성장에 그쳤다. 작년 30대의 구매는 22만1693대로 전년 대비 2.9% 늘어났고, 40대는 28만6630대로 전년 대비 2.7% 증가했다. 20대는 7만7766대로 0.8% 증가에 불과했다. 즉, 50대 이상이 자동차 시장 성장을 이끈 셈이다.

젊은 층이 주도했던 수입차 시장에서도 연령층이 차츰 올라가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많은 판매를 기록한 연령층은 40대로 5만5056대, 점유율 33.7%(법인차 제외)를 차지했다. 50대 판매량은 3만8738대로 점유율 23.7%를 차지했으며, 60대는 1만7328대로 점유율 10.6%를 기록했다. 5060세대 비중이 34.3%로 2030세대(4만8178대, 29.4%)에 비해 5%포인트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결과는 수입차 성장을 이끌어온 30대 구매력이 약화했기 때문이다. 2013년 30대의 수입차 구매는 3만5676대로 점유율 37.9%를 차지했으나 10년 후인 2023년엔 24.9%로 13%포인트나 하락했다. 반면 50대 이상 수입차 구매는 2013년 2만4260대로 25.8%에 불과했으나, 2023년엔 점유율이 36.7%까지 올랐다. 젊은 층의 자동차 구매 감소는 고금리의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상대적으로 현금이 부족한 2030세대의 경우 차를 구매할 때 대부분 할부를 이용하는데, 최근 금리 상승으로 인해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신차 구매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2030의 신차 구매가 줄고 5060의 구매가 늘어나면서 자동차 보유대수에서도 차이가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국내 자동차 보유대수는 총 2207만여 대로 집계됐다. 이 중 50대가 631만여 대(점유율 28.6%)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 2015년만 하더라도 40대가 530만여 대(29.1%)로 가장 높았으나 작년엔 24.7%로 약 4%포인트 하락해 2위로 밀려났다. 30대는 오히려 보유대수가 더 줄어들었다. 2015년 30대는 341만여 대를 보유했으나, 2023년엔 329만여 대로 3.6% 감소했다. 같은 기간 40대는 3.18%, 50대는 19.17%, 60대는 70.68%, 70대는 62.26% 증가하며 고연령층으로 갈수록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처럼 자동차 시장의 고령화가 계속되면서 기업들도 50대 이상 중장년층을 위한 신차 개발 및 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 통상적으로 고령층의 경우 젊은 세대보다 대형차, 고급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데, 이에 따라 기업들도 해당 차급의 비중을 높이는 추세다. 또한 이들 차급의 경우 수익성도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일석이조'인 셈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형차 판매는 47만7219대로 전체 판매(174만9729대)의 26.7%를 차지했다. 8년 전인 2015년 대형차 점유율(16.7%)과 비교하면 10%포인트 상승했다. 2019년 현대자동차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 출시를 기점으로 대형차 판매가 크게 늘어났으며 기아 카니발, GM 트래버스 등 대형차들이 나오면서 시장이 커졌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아반떼를 타던 사람이 돈을 모아 쏘나타로 갈아타고, 나중에 그랜저를 사는 것처럼 보통 신차로 갈아탈 때는 이전보다 차급이 올라가기 마련"이라며 "이는 결국 나이가 들수록 젊었을 때보다는 상위급 차를 사는 것이기 때문에 중장년층으로 갈수록 대형차 선호도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중장년층 겨냥한 맞춤형 전략도 늘어

차량 실내 인테리어 고급화와 편의 사양이 늘어나는 것도 중장년층을 겨냥한 판매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국내외 완성차 기업들은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실내 가죽이나 우드 등 고급 소재 비중을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차량 판매 현황을 보면 과거 젊은 세대들이 주로 구매하던 기본 옵션인 '깡통차' 판매는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며 "상위 트림 및 풀옵션 바로 아랫단계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대차가 포니, 갤로퍼 등 1970~80년대 차량을 복원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차 첫 순수 전기차인 '아이오닉5'는 현대차 첫 양산차인 포니를 현세대 감각에 맞춰 디자인했다. 또 작년에 출시한 신형 싼타페도 과거 현대차 첫 SUV 갤로퍼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2030 시장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갑이 얇은 2030세대를 겨냥해 나온 현대차 캐스퍼의 경우 이미 큰 성공을 거뒀으며, 올해는 전기차인 캐스퍼 EV 출시도 준비 중이다. 기아도 올해 소형 전기차 EV3를 비롯해 EV4, EV5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전기차 라인업을 출시하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저변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제네시스의 경우 MZ세대 공략을 위해 최근에는 젊은 감성의 디자인을 더하며, 타깃 연령층을 낮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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