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소금빵이 제일 맛있는 집이래요” 외국인 MZ, 이제 명동·인사동 말고 성수로 간다[머니뭐니]

2024. 3. 1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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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성수동 직접 가보니
외국인 10명이 베이커리 오픈런
각종 팝업스토어·음식점에 관광객 몰려
성수동 외국인매출 100% 넘게 증가
지난 1일 연휴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2기에 위치한 ‘베통 플래그십’에는 추운 날씨에도 국내외 방문객들이 소금빵을 먹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홍승희 기자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한국엔 좋은 음식(Nice food), 좋은 장소(Nice place)가 다 모여있어요. 인스타그램을 통해 한국에서 소금빵이 제일 맛있는 성수동 카페를 찾아왔어요”(Teri, 30세, 홍콩출신)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2가에 위치한 ‘핫플(핫플레이스의 줄임말)’ 성수 베통 플래그십에는 매일 오전 10여명의 외국인들이 ‘오픈런’에 뛰어든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국에서 제일 소금빵이 맛있는 곳으로 소문났기 때문이다. 기온이 부쩍 내려간 삼일절 연휴, 헤럴드경제가 찾은 이 빵집에는 유아차를 끌고 온 중국인부터 홍콩인 부부까지 다양한 외국인들이 소금빵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게에서 6개월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직원 김모(28)씨는 “방문객의 25~30%는 늘 외국인인데, 출신 국가는 일본을 포함해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다양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매출 1000% 넘게 늘어난 성수동…직접 가보니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해외 방문객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명동·가로수길·홍대 등 전통 상권이 위축되고 ‘성수동’이 대체 지역으로 뜨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중에서도 MZ(밀레니얼+Z)세대가 주로 SNS를 통해 유입되며 서울 상권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10일 BC카드가 서울시 내 성수동 일대 매출액 및 매출건수를 집계한 결과 지난 2023년 성수동의 외국인 매출액은 지난 2019년 대비 107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의 매출액을 수치 100으로 봤을 때 1171까지 그 수치가 폭등한 것이다. 매출건수의 경우 같은 기간 1034% 성장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가장 매출액이 늘어난 업종은 음식점이었다. 4년간 음식점의 매출액과 매출건수는 각각 1239%, 1739% 성장했다. 베이커리, 브런치, 퓨전 한식 등 외국인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음식을 파는 상권이 많아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에도 버거집 보이드앤헝그리·미국식, 닭요리 전문점 계십니까, 이자카야집 진도켄, 한식집 일상당미, 프렌치 맛집 루덴 등 각종 음식점들이 새로 오픈하며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개되고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팝업스토어에서 외국인들이 옷을 고르고 있다. 홍승희 기자
인스타그램에 개재된 성수동 소개글.[인스타그램 갈무리]

그 다음 매출액이 늘어난 업종은 의류와 잡화를 판매하는 쇼핑 부문이었다. 쇼핑 매출액은 1139% 성장했으며 매출건수도 890%나 증가했다. 최근 각종 팝업스토어의 ‘성지’로 떠오르며 2030 젊은 세대가 맘껏 쇼핑할 수 있는 곳으로 자리 잡은 결과다. 이날 기준 현재 성수동에서는 패션브랜드 파르벵, 반도체기업 인텔, 명품브랜드 발렌티노 뷰티, 화장품브랜드 마몽드 등의 팝업스토어가 진행되고 있다.

더 이상 중국에만 의존 않는 관광산업

관광객들의 구성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9년까지만 해도 코로나 전 외국인 매출 비중은 중국 관광객이 절반에 육박하는 등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정 국가에 관광 산업이 의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더 다양한 출신의 관광객들이 성수동을 찾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한 외국인들은 SNS를 통해 인플루언서들이 다녀간 곳을 찾아 성수동에 온다.

BC카드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성수동 매출액 중 중국인의 비중은 53.5%에 달했다. 그 다음 높은 국가가 일본(13.7%)이었으며, 미국(7.1%), 홍콩(8.4%), 대만(6.8%) 순이었다.

하지만 코로나의 영향을 받던 2021년 중국 관광객이 줄고 미국인이 매출액의 42.9%를 차지하는 등 변화에 구성이 생기기 시작했다. 영국과 캐나다도 각각 2.0%, 2.6%를 차지하게 되면서 관광객 구성이 다변화하기 시작했다.

엔데믹이 선언된 2023년에는 중국인의 매출액이 39.3%로 회복했지만, 홍콩, 대만, 미국인들의 매출액도 각각 11.3%, 15.9%, 6.1%를 기록하는 등 매출액 비중이 골고루 분포된 양상을 보였다.

BC카드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이후 중국인들이 돌아왔지만, 그간 특정 국가에 의존했던 관광산업이 다양한 국가로 확대 전환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이날 성수동의 또 다른 유명 카페 ‘어니언 성수점’을 찾은 세 명의 프랑스 대학생들은 코로나19 이후 색다른 경험 및 체험을 위해 한국으로 교환학생을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근처 한양대학교 공과대학에서 교환학생을 하고 있다는 Mathilge(22세)는 “한국에 온 지 일주일 차”라며 “같은 학교 학생이 성수동에 좋은 레스토랑과 쇼핑거리가 모여있고, 또 인생네컷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고 추천해줬다”고 말했다.

성수동 길을 걸어가고 있는 외국인들. 홍승희 기자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각종 레저, 사진촬영 등 체험형 관광이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9년 미국인들의 체험형 관광 매출 비중은 0%였지만, 2023년 그 비중이 6%까지 증가했다. 중국인들의 체험형 업종 소비 매출 역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성수동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홍모(60세)씨는 “대형 브랜드들은 자본력을 앞세워 체험형 ‘핫플’을 계속 생산해내고 있다”며 “자영업자들 역시 외국인들을 유치하기 위해 아이디어 싸움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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