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전 후 첫 해상 통한 가자지구 구호품 보급 시작…실효성엔 의문
미국도 가자지구 임시 항구 건설 돌입
NYT “고비용·모호한 관리 주체” 지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이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에 빠진 가운데 개전 후 처음으로 바닷길을 통한 구호품 보급 작전이 9일(현지시간) 시작됐다. 미국 정부도 가자지구 임시 항구 건설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하지만 선박을 활용한 구호품 전달이 공중 낙하만큼이나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국제구호단체 ‘오픈 암스’ 등은 키프로스 라르나카 항구에서 가자지구로 보낼 200t 규모의 생필품 선적 작업을 마무리했다. 외신들은 이스라엘 당국과의 조율이 끝나면 이르면 10일 출항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해상을 통한 첫 구호품 전달 사례다.
가자지구에 임시 부두를 지어 해상으로 구호품을 나르겠다는 미국 정부의 구상도 구체화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중동을 담당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임시 항구 건설에 필요한 장비가 곧 가자지구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일 국정연설에서 가자지구 임시 항구(JLOTS·합동 해안양륙 군수지원) 계획을 밝히며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지원 양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구호 전문가들을 인용해 “바다를 통해 가자지구에 필요한 구호품을 전달하는 방식엔 엄청난 장애물이 존재한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우선 가자지구 해안 특성상 대형 선박이 접선하기 어렵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NYT는 “가자지구 연안은 큰 바지선이 이용하기엔 너무 얕다”며 “수십만 명의 배고픈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필요한 대형 화물을 운반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시간과 비용도 문제다. 미국이 제안한 JLOTS는 기존 항만을 사용할 수 없을 때 이를 대체하는 일종의 ‘떠다니는 부두’ 개념인데,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8일 브리핑에서 “건설에만 최장 60일이 소요되며, 하루 1000명 이상의 미군이 투입된다”고 밝혔다. NYT는 세부 내용을 보고받은 서방 외교관을 인용해 “전체 비용은 6개월에 걸쳐 수천만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전했다.
구호품 관리를 누가 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도 해결해야 한다. NYT는 “임시 항구와 트럭 호송대 안전을 누가 책임질지 불분명하다”며 이스라엘군이 배치될 가능성이 있지만, 유엔 일부와 팔레스타인 측에서 이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AFP통신에 따르면 스웨덴 정부는 이날 하마스 연계 의혹이 제기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자금 지원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지난 1일 지급을 보류한 5000만유로(약 721억원)를 전달하겠다고 선언했고, 캐나다 역시 지난 8일 기부 방침을 확인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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