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원태인 대체 영건 일 냈다' 황준서 지운 완벽투…'9회 강민호·김재혁·이성규 쾅쾅쾅!' 삼성, 한화 완벽 제압[대전 게임노트]
[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삼성 라이온즈가 24살 영건 이승민의 호투에 힘입어 시범경기 첫 승을 신고했다. 이승민은 한화 이글스 최고 기대주 황준서의 스포트라이트를 뺏을 만큼 좋은 투구 내용을 보여줬다.
삼성은 10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KBO리그' 한화와 시범경기에서 6-1로 이겼다. 9일 한화와 개막전에서 2-6으로 질 때 장단 5안타에 그치며 잠잠했던 타선이 달아올랐다. 삼성 타선은 장단 13안타를 몰아치면서 팀 3안타에 그친 한화를 제압할 수 있었다. 9회 강민호와 김재혁, 이성규가 홈런 레이스를 펼치며 삼성 원정 응원팬들의 어깨에 힘을 실어줬다.
# 선발 라인업
삼성: 김현준(우익수)-김성윤(중견수)-구자욱(좌익수)-데이비드 맥키넌(지명타자)-오재일(1루수)-전병우(3루수)-류지혁(2루수)-김재성(포수)-김영웅(유격수) 선발투수 이승민
한화: 최인호(좌익수)-요나단 페라자(중견수)-안치홍(1루수)-노시환(3루수)-채은성(지명타자)-문현빈(2루수)-임종찬(우익수)-이도윤(유격수)-최재훈(포수), 선발투수 황준서
# 원태인 대체자? 이승민은 그 이상을 해냈다
한화 타선은 이날 깜짝 등판한 삼성 선발투수 이승민에게 고전했다. 원래는 삼성 국내 에이스 원태인이 등판할 예정이었는데, 투수 파트에서 조금 더 휴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등판 일정을 미뤘다. 그러면서 대체자가 필요해졌고 좌완 이승민을 낙점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9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승민의 10일 선발 등판을 예고하면서 "원래는 원태인이 선발 등판할 계획이었는데, 한 템포 정도 쉬어 가야 할 것 같아서 우선 이승민이 선발로 들어가는 것으로 갑자기 바뀌었다. 원태인 몸에 특별히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 투수 파트 쪽에서 하루 이틀 정도 더 쉬었으면 했다. 작년에 많이 던지기도 했고, 날씨도 (쌀쌀한) 영향이 있어서 그렇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승민은 한화 기대주 황준서에게 쏟아졌던 스포트라이트를 다 뺏을 만큼 안정적인 투구를 펼쳤다. 3⅓이닝 43구 1피안타 무4사구 무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2㎞, 평균 구속은 139㎞로 구위가 빼어난 유형은 분명 아니었는데, 한화 타자들은 낯선 투수와 마주해서인지 좀처럼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이승민은 직구(28개) 위주의 투구를 하면서 슬라이더(8개)와 커브(7개)를 섞었다.
이승민은 11타자를 상대하면서 딱 한번 출루를 허용했다. 1-0으로 앞선 2회말 2사 후 문현빈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다. 황준서처럼 삼진을 잡는 다이내믹한 피칭은 아니었지만, 이승민은 척척 범타를 유도하면서 맞혀 잡는 피칭의 정석을 보여줬다.
# 슈퍼루키 황준서, 포크볼 위력 자랑한 KKKK
한화가 자랑하는 슈퍼루키 황준서의 대전 마운드 데뷔전이었다. 한화는 2024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장충고 좌완 황준서를 지명하면서 계약금 3억5000만원을 안겼다. 황준서는 프로 데뷔에 앞서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평가전에 나설 '팀 코리아' 명단에 드는 등 잠재력과 실력을 모두 인정 받고 있다.
황준서는 만원 관중 앞에서도 씩씩하게 자기 공을 던졌다. 3이닝 57구 5피안타 1사사구 4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직구(35개) 위주로 던지되 포크볼(15개)을 적극적으로 섞어 던지면서 삼성 타선을 요리했다. 커브는 7개를 던졌는데 볼이 6개라 보여주는 공 정도에 그쳤다. 대신 포크볼은 위력이 있었다. 이날 잡은 삼진 4개 가운데 3개의 결정구로 포크볼이 통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6㎞까지 나왔고, 평균 구속은 142㎞대로 형성됐다.
1회 시작이 좋았다. 황준서는 선두타자 김현준을 헛스윙 사진으로 돌려세우고, 김성윤을 3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면서 빠르게 2아웃을 잡았다. 까다로운 타자인 구자욱에게 중전 안타를 맞긴 했지만, 삼성 새 외국인 타자 맥키넌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한화 팬들을 열광하게 했다. 김현준과 맥키넌의 헛방망이를 이끈 결정구가 모두 뚝 떨어지는 포크볼이었다.
2회 장타를 허용하는 바람에 실점했다. 황준서는 1사 후 전병우에게 좌월 2루타를 얻어맞았다. 앞서 재미를 봤던 포크볼이 전병우의 방망이에 제대로 걸렸다. 다음 타자 류지혁을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1사 1, 2루 위기에 놓였고, 김재성에게 2루수 오른쪽 애매한 코스에 떨어지는 적시타를 허용해 1-0이 됐다.
실점하자 황준서는 더 집중해 타자와 싸웠다. 계속된 1사 1, 2루 위기에서 김영웅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으며 숨을 골랐다. 2사 1, 2루 김현준 타석 때 2루주자 류지혁이 3루를 훔치며 흔들어도 자기 페이스를 유지했다. 황준서는 김현준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면서 이닝을 매듭지었다.
황준서는 안타를 한번 허용했던 타자에게 또 얻어맞는 경향을 보였다. 3회초 1사 후 구자욱에게 우익수 오른쪽으로 빠지는 2루타를 내줬고, 4회초에는 선두타자 전병우에게 좌익수 왼쪽 안타를 맞았다. 추가 실점은 없었으나 황준서는 두 타자와 승부에서 밀렸던 이유를 복기할 것으로 보인다. 황준서는 4회초 선두타자 전병우를 내보내면서 투구 수가 57개에 이르는 바람에 4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이후 장민재가 황준서의 공을 이어 받았다. 1사 1루에서 김재성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1사 1, 2루 위기에 놓였으나 김영웅을 중견수 뜬공, 김현준을 투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황준서의 추가 실점을 막았다.
5회부터는 김서현(1이닝)-김기중(2⅔이닝 1실점)-한승주(⅓이닝)-김범수(⅔이닝 4실점 3자책점)-이충호(⅓이닝)가 이어 던졌다.
# 맥키넌 쐐기타+9회 강민호·김재혁·이성규 쾅쾅쾅!…불펜은 릴레이 쾌투
1점차 아슬아슬한 리드 상황에서 맥키넌이 해결사 임무를 톡톡히 해줬다. 7회초 삼성은 적극적으로 뛰는 야구를 했다. 선두타자 김지찬은 볼넷으로 출루한 뒤 2루 도루에 실패했지만, 김성윤은 1사 후 유격수 오른쪽 내야로 출루한 뒤 2루 도루에 성공했다. 1사 2루에서 김헌곤이 3루수 땅볼에 그쳐 2사 2루가 됐는데, 맥키넌이 좌전 적시타를 날리면서 2-0으로 거리를 벌렸다. 임무를 마친 맥키넌은 대주자 김재혁과 교체됐다.
맥키넌은 9일과 10일 시범경기 2경기에서 5타수 3안타를 기록하며 좋은 감각을 자랑하고 있다. 박진만 감독은 매키넌의 타격감과 관련해"캠프 때는 타격 밸런스가 자기 원하는 대로 안 잡혔다. 그래서 그제(8일) 우리가 이동하는 날이라 휴식일이었는데도 혼자 실내에 나와서 배팅 연습을 하더라. 그만큼 착실하고 또 준비도 철저하게 하는 것 같다. 어제(9일) 2안타를 쳤으니까 앞으로 점차 실전 감각을 조금 더 찾으면 우리 팀이 원하는 장타까지 생산할 수 있는 그런 도움이 되는 타자가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9회에는 한화 좌완 김범수를 상대로 홈런쇼를 펼쳤다. 1사 후 김성윤의 대타로 나온 강민호가 홈런쇼의 서막을 알렸다. 김범수의 초구 시속 146㎞짜리 직구를 공략해 좌월 솔로포로 연결했다. 비거리는 120m, 점수는 3-0으로 벌어졌다.
1사 후 김헌곤이 2루수 정은원의 땅볼 송구 실책으로 출루하자 김재혁이 홈런 레이스에 가세했다. 볼카운트 1-0에서 김범수의 슬라이더를 공략해 좌월 투런포로 연결했다. 외야 관중석 상단을 때리는 큼지막한 홈런이었다. 이어 강한울의 대타 이성규가 좌월 솔로포로 백투백 홈런을 완성하면서 6-0 완승에 쐐기를 박았다.
삼성 불펜은 이승민의 호투 이후 무실점으로 이어 던지며 한화 타선에 불이 붙지 않도록 꽁꽁 묶었다. 장필준(1이닝)-이상민(1이닝)-이재익(1이닝)-양현(⅔이닝)-김태훈(1이닝)-우완 이승현(1이닝 1실점)이 이어 던졌다.
한화는 2회말 문현빈 이후 추가 안타 없이 고전하다 8회말에야 팀 2번째 안타가 터졌다. 선두타자로 나선 채은성의 대타 김강민은 중견수 뜬공에 그쳤지만, 정은원이 우익수 왼쪽 안타를 쳐 물꼬를 트는 듯했다. 한화 팬들은 모처럼 터진 안타에 큰 환호를 보냈다. 그러나 김택연이 헛스윙 삼진, 하주석이 중견수 뜬공에 그치면서 득점에 실패했다.
9회말 한화는 박상언의 안타와 이명기와 김인환의 볼넷으로 만루를 만든 덕분에 영패는 면했다. 황영묵이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쳐 6-1로 쫓아갔으나 더는 따라붙지 못했다.
# '류현진 효과' 또 1만2000석 매진…그러나 9회, 대거 집으로 향했다
시범경기가 맞나 싶다. 한화는 9일과 10일 삼성과 시범경기 개막시리즈 2경기 모두 매진(1만2000석)을 기록했다. 시범경기 매진은 선수들도 생경한 풍경이다. 한화는 김성근 감독이 부임했던 2015년 3월 7일과 3월 8일 LG 트윈스와 시범경기에서 2차례 매진을 기록한 적이 있다. 하위권 탈출을 노리는 한화에 새바람을 일으킬 명장을 직접 지켜보려는 대전 야구팬들의 응원 열기가 뜨거웠다.
9년이 흐른 지금은 류현진이 대전 야구 부흥을 이끌고 있다. 류현진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메이저리그 10년 커리어를 마감하고, 지난 2월 한화와 8년 총액 170억원에 계약하면서 전설의 귀환을 알렸다. 류현진은 오는 12일 대전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라 9일과 10일은 등판 계획이 없었지만, 한화 팬들은 더그아웃에 있는 류현진이라도 보겠다는 일념으로 주말 야구장 나들이를 선택했다. 류현진은 그런 팬들의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 9일 경기 뒤 경기장 앞에 모인 팬들을 대상으로 미니 사인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화 포수 이재원은 "내 홈런보다 팬분들이 오늘(9일) (경기장을) 가득 채워 주셔서 더 깜짝 놀랐다. 포스트시즌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크게 놀랐고, 투수 김민우는 "시범경기 매진은 처음 봤다. 다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조금 놀랐다. 너무 많은 팬들이 오셔서 참 감사했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8회까지는 한화의 반격을 기대하며 관중석이 가득 찼지만, 9회 삼성이 홈런 3방으로 4득점 빅이닝을 만들자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한화는 1만2000명 만원 관중의 응원 열기에 보답하지 못해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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