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승진 심사서류 `변조` 직원 징계하곤 승진 결정...항우연, 도대체 왜?

대전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경

누리호 발사 성공의 주역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최근 진행된 '승급 심사'에서 가점을 얻기 위해 증빙자료를 변조해 제출한 사실을 알고도 해당 직원을 승진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항우연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인사위원회는 해당 직원의 서류 변조 사실이 적발돼 경고 처분을 받았음에도 승급 대상자에서 제외하지 않아 심사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인 반성, 수상점수 미반영 등이 승급 결정 과정에서 면죄부를 준 이유다.

10일 항우연에 따르면 항우연 소속 A연구원은 이달 선임급에서 책임급 승급 심사를 앞두고 가점을 받기 위해 자신이 포함된 단체가 받은 상을 개인상으로 변조해 승급심사 증빙서류로 제출했다.

항우연 내부규정에 따르면 승급 심사 시 단체상이 아닌 개인상만 포상실적에 포함돼 가점이 주어진다. A연구원은 이 점을 고려해 단체상 수상자에 포함된 다른 사람의 이름을 지우고, 자신이 단독으로 받은 상처럼 변조했다. 이후 인사 부서에서 서류 변조 사실을 확인했고, 해당 직원은 다시 변조한 내용을 무단 삭제하려다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부서는 기관장에 관련 사실을 보고했고, 감사부는 기관장 지시에 따라 조사를 벌여 해당 직원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다. 이후 인사위원회는 이 직원에 대한 경고 처분 적정성과 승급 심사 포함 여부를 검토했다. 그러면서 감사부의 감사처분요구서와 전문가 법률자문 결과 등을 토대로 인사위원회의 경고 처분이 적정했다고 판단하면서도 승진 심사 배제는 이중처벌이라는 이유로 대상에 포함시켰다.

항우연 관계자는 "승급 심사 대상 포함 여부를 놓고 인사위원 간 갑론을박이 치열하게 오갔다"며 "해당 직원이 변조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점, 가점 신청을 자진 회수한 점, 수상 실적이 승진평가 점수에 반영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결국 승급 심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후 진행된 승급 심사에서 해당 직원은 승진 하한 점수를 초과해 최종 승진 대상자에 포함됐다.

이와 관련, 항우연 내부에선 인사위원회가 해당 직원의 부정 행위를 인지하고도 면죄부를 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항우연 한 관계자는 "승급 심사에서 유리한 점수를 얻으려고 서류를 변조한 직원을 경고 처분하면서 심사 대상자에 포함시킨 결정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ADD의 경우 서류 변조 사실을 인지한 후 경찰에 고발 조치를 한 것과 달리, 항우연은 사실상 업무방해 혐의에 해당하는 직원을 비호하고 승진까지 시킨 이유가 뭐냐"고 부당성을 지적했다. 앞서 ADD는 지난달 직원이 승진에서 유리한 점수를 얻기 위해 토익성적표를 위조해 제출한 것이 들통나자 기관 차원에서 수사기관에 해당 직원을 고발 조치했다.

또다른 항우연 관계자는 "노조의 입김과 기관장의 의중을 반영해 인사위원회가 결정을 내린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기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면서 "신상필벌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기관에서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정정·반론 및 추후 보도문>승급 심사자료 변조 논란 항우연 직원, "무혐의"로 밝혀져 본 신문은 지난 2024년 3월 11일과 18일 디지털타임스 IT과학면과 3월 10일, 17일 인터넷 디지털타임스 ICT과학면에 <승급 심사자료 변조 직원 승진…'공정성 논란' 쏘아올린 항우연>, <항공우주硏 연구자, 승진 서류 변조로 '경찰 고발'> 등 제목의 기사에서 A연구원이 승급심사에서 가점을 받기 위해 단체상을 개인상으로 변조 후 증빙서류로 제출하여 최종 승진됐다고 보도하면서 항우연이 공정성 논란을 빚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공문서 변조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 잡습니다. 공문서 변조와 관련해 대전유성경찰서 수사 결과, 항우연이 A연구원을 상대로 고발한 사안은 지난 6월 13일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을 받았음을 알려드립니다. A연구원은 "승진과 상관없이 대외에서 상장을 수상하였다는 사실만을 신고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공동 수상자의 의사와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외부인의 성명만을 삭제했을 뿐, 단체상임을 표시해 제출한 것"이라고 알려왔습니다. 또한 "대외포상신고서의 오기를 수정하고 첨부 자료를 변경하기 위해 내부 안내 절차에 따라 부서장의 결재를 득하여 전산 의뢰서를 제출하였기에 변조 및 무단 삭제가 아니었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