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의료공백 장기화에 병원은 '아슬아슬'
지역 의대 교수들 "제자들 징계 땐 보직사임 등 집단행동" 예고
(전북=뉴스1) 임충식 강교현 김경현 기자 =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공백이 계속되고 있다. 벌써 20일째를 맞고 있지만 전북에선 아직 전공의들의 뚜렷한 업무 복귀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사태 장기화로 현장에 남은 의료진의 피로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문제는 상황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강경방침에 지역 전문의와 의대 교수들까지 집단행동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는 등 의대 증원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수업거부에 나선 전북대, 원광대 의대생들의 학교 복귀도 요원하기만 하다.
◇ 현장에 남은 의료진들 "한계 임박"…시민들은 '걱정과 우려'
10일 오전 전북 원광대병원 1층 로비. 외래 진료가 없는 휴일을 맞은 병원은 대체로 한산했다. 20여개의 접수처와 수납처 셔터도 내려져 있는 모습이었다. 평소 환자들로 가득했던 진찰실 앞 대기 공간도 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수술실이 모여있는 외래병동 곳곳에서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일부 의료진들은 진료일지를 들고 어디론가 바쁘게 달려가는 모습이었다.
이날 병원에서 만난 의료진들은 '피로감과 압박감'을 호소했다.
수술실 앞에서 만난 의사 A 씨(30대)는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은 틈틈이 휴식을 취해 그나마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심리적인 부담이 너무 큰 상황"이라며 "내가 쓰러지면 환자들이 진료를 못 받게 된다는 생각에 압박감에 시달린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나 더 버텨야 할 가슴이 답답하다"고 전했다.
병원 내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식사를 때우던 의사 B 씨(30대)는 "퇴근은 꿈도 못 꾼다"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는 "머리를 마지막으로 언제 감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며 "반복된 당직과 진료로 나 자신을 챙기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하루하루가 고되다. 버티고 있지만 심적으로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고 토로했다.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도 깊은 우려를 표했다.
간병인 C 씨(60대)는 "전공의들이 떠난 병원에서 밤낮없이 환자를 위해 자리를 지키는 의사 선생님을 보면 안쓰럽다"며 "이 사태가 하루빨리 끝나 남아서 고생하신 분들이 마음 편히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전북대병원의 경우 3월 신규 임용된 인원을 포함한 전공의 수는 총 206명(인턴 52명, 레지던트 154명)이다. 하지만 소수 인원을 제외한 대다수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업무를 중단한 상황이다. 원광대병원은 현재 전공의 126명 중 90여명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련병원인 예수병원도 70여 명의 전공의가 이탈한 상태다.
정부는 최근 이들 병원 현장 점검을 통해 전공의 이탈 현황을 파악했으며, 지난 5일부터 각 병원 소속 전공의에게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도 발부하고 있다.
◇ 지역 의대 교수들 "증원 반대…제자들 집단행동 지지" 전공의뿐만 아니라 의대생들의 반발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게다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정부의 면허정지 등 징계가 시작되면서 의과대학 교수들까지 보직사임 등 집단행동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현재 전북대에서는 의대생 669명 가운데 646명이 휴학 의사를 밝히고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 원광대의 경우 473명 중 453명이 휴학계를 제출했다. 일단 전북대는 3주 휴강, 원광대는 개강 1주 연기로 급한 불은 껐지만, 대규모 유급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말을 아껴왔던 전북지역 의대 교수들도 최근 침묵을 깼다. 전북대, 원광대 교수들은 지난 6일과 7일 연이어 성명서를 내고 '제자들이 피해를 당하게 되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전공의에 대한 징계가 이뤄지면 교수들이 보직 사임 등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이미 원광대 의대에서는 학장을 포함해 5명의 교수가 보직 사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 관계자는 “제자들이 피해를 보는데 가만히 있는 스승은 없을 것”이라며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실제 전공의들에 대한 징계가 이뤄지면 전북지역 의대 교수들도 보직 사임 등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교수들까지 의료현장에서 벗어나면 사실상 병원 업무는 마비된다.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kyohyun21@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전처, 김병만 명의로 사망보험 20개 가입…수익자도 그녀와 양녀 딸" 충격
- 괌 원정출산 산모, 20시간 방치 홀로 사망…알선업체 "개인 질병, 우린 책임 없다"
- 격투기 선수 폰에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 수십개…경찰, 알고도 수사 안했다
- 토니안 "상상초월 돈 번 뒤 우울증…베란다 밑 보며 멋있게 죽는 방법 생각"
- 절도·폭행에 세탁실 소변 테러…곳곳 누비며 공포감 '고시원 무법자'
- 김태희, ♥비·두 딸과 성당서 포착…"꿈꾸던 화목한 가정 이뤄"
- 14만 유튜버 "군인들 밥값 대신 결제" 말하자…사장님이 내린 결정 '흐뭇'
- 박나래 "만취해 상의탈의…이시언이 이단옆차기 날려 막아"
- 최현욱, SNS '전라 노출' 사진 게시 사고…'빛삭'에도 구설
- 12억 핑크 롤스로이스에 트럭 '쾅'…범퍼 나갔는데 "그냥 가세요"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