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PA 간호사 제도화…간호법 제정 가능성도 열어둔다
대통령실이 진료보조(PA) 간호사 법제화를 위해 관련 법을 정비하면서 간호법 제정안 재추진 가능성도 열어 두겠다고 10일 밝혔다. 간호법 제정안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려보낸 뒤 폐기된 법안이다. 간호법 제정안 정비로 가닥이 잡히면 정부와 의사들과의 갈등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간호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입장이 수시로 바뀐다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정부의 목표는 국민들이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적절하게 받을 수 있도록 의료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PA 간호사와 관련해 현행 의료 체계에서 어떤 방향으로 제도화할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PA 간호사는 관행적으로 전공의 업무 일부를 대신해왔는데 현행 제도상은 불법이라 처벌 대상이다. 정부는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의료공백이 발생하자 이를 메우는데 PA 간호사를 적극 활용하면서 차제에 이를 제도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범사업은 이미 시작됐다. 윤 대통령이 지난 6일 “간호사(PA)는 시범사업을 통해 전공의의 업무 공백을 메우고 법적으로 확실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고, 다음날 보건복지부는 시범사업 지침을 발표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관련 제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정비될지는 구체화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일단 PA 간호사 업무를 제도화한다는 방향을 잡은 뒤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고위 관계자는 “의료법, 간호사법, 간호법 제정까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한 쪽으로 무게가 쏠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의사 수 증원과 PA 간호사 법제화 등으로 전공의 중심의 현행 의료진료 체계를 전문의 중심으로 바꾼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의료공백을 막는데 간호사들의 협조가 절실한 만큼 간호업계의 숙원인 간호법 제정안에도 전향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의사들을 향한 압박 카드로 활용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간호법 제정안을 재추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으면 의사단체와의 전선은 확대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해 5월 간호법 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유관 직역간 과도한 갈등”, “사회적 갈등과 불안감이 직역간 충분한 협의와 국회의 충분한 숙의 과정에서 해소되지 못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는 의사 단체의 반발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돼 간호 단체로부터 ‘공약 파기’ 비판을 받았다.
이후 10개월만에 의사 증원을 둘러싸고 정부와 의사들간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현재는 정부와 의사, 간호사 단체들의 관계는 뒤바뀐 상황이다. 간호법 제정안 재추진으로 정부 입장이 선회하면 직역 갈등 조정과 함께 윤 대통령의 입장이 ‘오락가락’ 한다는 비판도 불거질 수 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총선상황실장은 지난 8일 입장문에서 “공약했다가, 거부했다가, 다시 추진한다니 막장 코미디 수준의 국정운영에 과연 철학이 있는지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해 간호법 제정안 통과를 주도한 민주당은 간호법 재추진은 환영하면서 “의료대란 상황이니 ‘간호법’을 즉각 처리하자”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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