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30]여야, 포퓰리즘 총선공약 봇물…재원 마련 ‘물음표'
파격적 저출생 공약 제시…여 11조원·야 28조원 소요 추산
무료 점심·현금성 지원책·세재혜택 약속…"현실성 의문"
[서울=뉴시스] 이종희 최서진 김경록 기자 = 여야가 4·10 총선을 앞두고 저출생, 고령화, 철도 지하화, 소상공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장밋빛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최소 수억에서 최대 수십조에 이르는 정책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은 의문부호를 남겨 놓아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되는 철도 지하화를 총선 공약으로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1월31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철도 지하화 카드를 꺼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를 찾아 지상 철도로 갈라진 동서로 갈라진 도심을 바라보며 지하화를 약속했다.
국민의힘은 수원역~성균관대역, 영등포역~용산역, 대전역 인근 철도를 먼저 지하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국민의힘 발표 하루 뒤인 2월1일 신도림역을 찾아 철도 지하화 공약을 발표했다. 광주·부산·대구·수도권 도시철도를 비롯해 경인선, 경부선 등 일반 철도도 지하화 대상이라고 했다.
여야가 제시한 철도 지하화 공약은 큰 차이가 없다. 지상 철로를 지하로 옮겨 소음·분진 피해를 막고 이로 인해 생기는 지상 공간에 주거복합 시설과 랜드마크 등을 건설해 구도심을 활성화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여야는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민자 유치를 통해 해결 가능하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밝히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재원 소요 규모에 대해 특별히 밝히지 않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재원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에 "재원을 감안한 공약이고 우리는 실천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민주당은 비용에 대해 80조원 규모라고 했지만 국민의힘과 마찬가지로 민자 유치로 해결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철도 지하화는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주요 공약 중 하나다. 지상 철도 인근 주민의 요구와 구도심 개발 필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구간별 사업성이 다르고 민자 유치 가능성도 낮아 실제 집행까지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결국 이번에도 공염불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민자로 재원을 마련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지하화 하는 공사비는 많이 들지만 실제 얻을 수 있는 지상 공간은 취약 지역"이라며 "필요하다고 해도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지하화가 필요한 구간을 하나하나 세밀하게 검토해 취사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는 국가적 과제로 확대된 저출생 공약도 파격적으로 제시했다.
국민의힘은 부총리급 인구부 신설과 함께 일·가정 양립을 위해 아빠의 유급 출산휴가를 현행 10일에서 1개월로 늘리고, 육아휴직을 자동 개시하도록 법을 개정하는 내용의 저출생 공약을 발표했다.
다양한 지원책도 함께 제안했다. 현재 최저급여에 미치지 못하는 육아휴직 급여 상한은 15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60만원 인상하고, 사후지급금을 즉각 폐지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육아휴직 대체인력지원금을 현행 80만원에서 160만원으로 대폭 인상하고, 경력단절자·중고령 은퇴자 채용시 240만원까지 인상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주거와 자산 형성에 집중한 저출생 대책을 선보였다. 신혼부부에게 가구당 10년 만기 1억원을 대출해주고 자녀 수에 따라 차등 감면하도록 했다. 만약 셋째를 출생하면 원리금을 전액 감면해준다.
또한 2자녀 출산 시 24평 분양전환 공공임대를, 3자녀 출산 시에는 33평 분양전환 공공임대를 제공하는 방안도 함께 제안했다.
하지만 저출생 공약에서도 재원 마련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재원에 해당하는 '저출생대응특별회계'가 11조원 규모라고 밝혔으며, 민주당은 공약이 실현될 경우 28조원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봤다.
여야는 경로당 무료 점심 공약을 나란히 내세우면서도 재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주5일 경로당에 점심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이재명 대표는 “최소 주 5일 정도는 원하는 사람 누구나 경로당에서 점심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주5일 경로당 점심 공약'에 맞불 성격으로 매일 무료로 점심을 제공하겠다고 공약했다. 송언석 공약개발본부장은 예산에 대해 "일시적으로 점심제공 횟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반이 갖춰지는 순서대로 가야 한다. 정확한 예산을 말씀드리긴 곤란하지만 그렇게 많은 금액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국민의힘은 또한 재원 마련이 필요한 현금성 지원 공약도 제시했다.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노사 자율의 '60+ 계속 고용 제도' 도입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년 도달 이후 계속고용을 하는 기업에 근로자 1명당 최대 108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새학기 도약 바우처를 초1부터 고3까지 매학기 초(3월, 9월)에 50만원씩, 총 연 100만원씩 지급하는 약 5조원 규모의 아이돌봄 공약도 제시했다. 기존 교부세 개선 등을 통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재원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세제혜택을 확대하는 공약을 주로 제시했다.
소득세 근로소득세액공제의 기준과 한도를 상향하고, 근로소득자 본인의 체육시설 이용료와 초등학생 자녀의 체육시설·음악·미술학원에 세재혜택을 주는 공약을 발표했다.
또한 미성년자와 65세 이상 가족 구성원에 지출한 통신비에 대해선 세액공제를 신설하고, 각 이동통신사 군인 요금 할인율을 20%에서 50%로 인상하는 내용은 가계통신비 공약도 내놓았다.
여야가 재원 조달 방안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공약을 쏟아내는 것을 두고 표를 노리는 대결에만 몰두한 것이 아니냔 지적이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는 "재원 조달 방안과 같이 제시를 한 것이 아니라면 현실성이 있는지에 대해서 의심이 드는 상황"이라며 "유권자들이 면밀히 따져 현명하게 판단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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