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학교 가기 싫어요…함께 불안해 하지 말고 격려해주세요
새로운 학기를 시작하는 3월은 어린이들에겐 도전과 적응의 시기다. 처음으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에 들어간 아이들이 등원·등교를 거부하는 모습도 곧잘 나타나 양육자에겐 걱정과 한숨이 늘어나는 때이기도 하다. 물론 매일 아침마다 어르고 달래며 아동들을 데리고 집을 나서야 하는 어른들의 스트레스 역시 무시할 순 없지만, 당사자인 아이의 마음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부터 우선 발견하고 해결해야 사태가 더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정신건강에 관련된 질환이나 장애가 원인으로 자리 잡고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사회성을 적절히 키울 기회를 만들어줘야 보다 쉬운 적응을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3세 이전의 영유아가 처음으로 양육자와 떨어져 보육기관으로 향했다면 분리 불안을 보이는 것은 자연스럽다. 아이들이 태어나 6~7개월이 되면 부모 같은 주 양육자를 알아보면서 심리적 안정을 찾기 때문에 떨어져 혼자 있는 상황을 불안해하며 잠시도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분리 불안은 생후 7~8개월쯤 시작해 14~15개월에 가장 심해지고, 3세까지 지속된다.
이 때문에 이 시기의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인 보육기관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등원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아이 눈앞에 양육자들이 보이지 않아도 자신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고 있으며 안전한 상태라는 점을 차근차근 가르쳐줄 필요가 있다. 아이 마음이 자라나는 데는 그만큼 시간이 필요하므로 이들에게는 일관된 반응을 보이며 의연한 태도로 안정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안재은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이들이 분리 불안을 보이고 등원을 거부할 때 엄마가 더 불안해하고 힘들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 경우 엄마의 불안이 아이의 불안을 더욱 악화시키게 되므로 안정된 태도로 아이의 안식처가 되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엄마가 불안하면 아이 불안 더 심해져
시간 정해 헤어지고 만나는 습관 필요
친구들과 관계 어려움 겪는지 파악을
학교 생활 대화 시간 갖는 것도 ‘도움’
증상 심하다면 놀이·면담치료 고려를
당장은 떨어져 있어도 다시 부모를 만날 것이라는 믿음이 잘 형성되면 아이들은 새로운 상황에서 주도적으로 적응할 수도 있게 된다. 이를 도울 수 있는 구체적 방법으로 먼저 일정한 시각에 맞춰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일상의 습관을 만들어두는 것이 좋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인사하고 헤어진다는 점을 강하게 인식시키는 것이다. 아이를 데리고 오면서는 떨어져서도 잘 생활해낸 점을 세심하게 칭찬·격려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한 가정이나 어린이집에서 늘 보는 사람들 외에 친척이나 이웃, 다른 무리의 또래 아이들과 접할 기회를 늘려 다양한 관계를 형성하게 해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분리 불안 증상을 뚜렷하게 보이지 않더라도 새롭고 낯선 공간과 주변 사람들에게 적응하기까지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경우엔 미리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주변을 방문해 보거나, 등원하는 길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다. 보육기관에서의 생활 시간표에 맞춰 미리 일과를 연습해 아이가 앞으로 지낼 환경을 쉽게 예측할 수 있게 돕는 과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또한 평소 잘 등원하던 아이가 갑자기 등원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신체건강에 문제가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말에 여행을 다녀왔거나 불규칙한 일과를 보낸 후 소진된 에너지가 재충전되지 않았거나 몸이 어딘가 아픈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안재은 교수는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과 상호작용을 하는 데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단체활동에서 아이가 어떻게 적응하고 지내는지, 또래관계는 어떤 편인지도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부터는 친구 관계도 점점 더 복잡해지는 한편 학업을 잘 따라가는지도 어린이 마음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자리 잡는다. 특히 초등학교 1학년은 사회성 발달에 중요한 시기여서 또래집단 내에 속할 수 있는지가 심리적인 발달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만일 이 시기의 아이가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거나 부모와 떨어지는 걸 극도로 불안해한다면 빠르게 아이의 마음이 건강한지를 파악하고 도와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감정의 조절은 결국 학습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친구와의 관계가 서툴러 생각대로 되지 않는 초등학생은 등교를 힘들어하게 되기 쉽다. 자신감이 부족해 먼저 친구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혼자 노는 경향이 있는 어린이는 같은 반 친구들 중 관심사를 공유하거나 성향이 비슷한 친구를 찾아 일대일 놀이시간을 정기적으로 갖게 하면 도움이 된다. 반면 성격이 밝아 먼저 말도 잘 걸고 쉽게 친구가 되지만 관계를 오래 유지하지 못하는 아이 중에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지 못하고 자기 이야기만 하거나 친구의 사소한 장난에도 크게 반응해 싸우는 아이가 많은 편이다. 이런 아이에게는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고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법,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를 받아들이는 법, 놀이의 규칙을 알려주고 차례를 기다리는 법을 확실하게 지도해야 한다.
또래 친구와의 관계를 쉽게 맺지 못하거나 오래 유지하지 못하는 아이는 다른 원인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나 고기능 자폐증 등이 있다면 가정에서의 행동 수정 외에 전문적인 치료를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사회상의 변화 때문에 이런 증상을 보이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의 입장과 감정, 생각을 이해하는 사회적 인지 능력이 부족한 경우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형제나 동네 친구들과 어울리는 기회가 적다보니 이런 인지 기능을 자연스럽게 학습할 기회가 적어졌기 때문”이라며 “이런 아이들에겐 학교에서 일어났던 일에 관해 그때 아이의 기분은 어땠고 상대방은 어떻게 느꼈을 것 같은지 등을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가지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초등학교 입학을 전후해서도 분리 불안은 계속해서 나타날 수 있다. 양육자의 과잉보호나 간섭 때문에 아이가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행동도 제대로 하기 어렵게 키웠다면 분리 불안장애의 위험도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이 심하거나 오래 지속되는 경우 놀이치료나 아이를 안심시켜주고 불안한 마음을 읽어주는 면담치료 등이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된다. 김효원 교수는 “부모와 아이의 분리가 어려운 경우에는 가족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며 “증상이 매우 심하면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와 같은 약물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으니 불안의 정도가 심하고 오래 지속될 때는 전문가를 찾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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