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은행원 사활 거는 KPI에 ELS 반영 제각각...판매량 많은 銀, KPI 반영비중 높았다
은행권 KPI 판매기준 살펴보니 '제각각'
A은행, 5개 지표 통해 ELS 판매실적 반영
B은행, 1050점 중 ELS 판매실적 23.59점 반영
기초자산별 판매한도 없어 '쏠림 가능'
2019년 이후 금융당국 감시·감독도 미흡
[파이낸셜뉴스]은행들이 15조원 이상의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을 팔았던 배경에는 투자상품 판매량이 실적으로 직결되는 성과체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00점가량의 은행 핵심성과지표(KPI)에 H지수 ELS와 관련된 점수가 10점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원들이 KPI 2~3점에 사활을 거는 것을 고려하면 H지수 ELS 판매량을 높이는 방향으로 KPI가 설계돼 있었다는 분석이다.
■銀, KPI 배점 높았을 때 ELS 더 팔았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H지수 ELS를 포함한 투자상품 판매량을 영업점 KPI에 반영했다. 은행권 H지수 ELS판매잔액은 15조3000억원으로 올해 만기 도래하는 13조2000억원 가량은 지난 2021년 팔린 금액이다. 이 시기 은행들의 KPI에서 ELS 판매실적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2년, 2023년에 비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KB국민은행은 2021년 △핵심고객 가치증대 △고객자산 총운용자산(AUM) △개인고객 가치증대 △위험조정이익 △신규&시너지이익 등 총 5개 지표를 통해 ELS 판매실적을 KPI에 반영했다. 상반기에는 KPI 950점 중 ELS 관련 점수가 12.64점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총 90점을 차지하는 개인고객 가치증대 지표 중에서는 ELS 비중이 3.46%였다. 전체 KPI에서 H지수 ELS가 차지하는 비중은 1.33%였다.
하반기에는 총 1020점 중 H지수 ELS 관련 득점이 10.03점으로, KPI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98%로 집계됐다. 상반기와 비교해 득점과 비중 모두 줄어든 것인데, 이는 H지수 ELS 판매량과 같은 추이다.
2022년에는 KPI 중 '개인고객 가치증대' 지표 배점이 줄어들자 H지수 ELS 판매실적도 눈에 띄게 줄었다. 개인고객 가치증대 지표는 2021년 90점에서 2022년 상반기 50점으로, 하반기에는 60점으로 줄었다. 국민은행 H지수 ELS 실적포인트는 2021년 상반기 11만175점→하반기 5만5908점→2022년 상반기 2만6389점→하반기 2만3536점으로 감소했다. 개인고객 상품실적 목표 달성률을 평가하는 지표 배점이 줄어들 때 H지수 ELS 판매실적도 함께 감소한 것이다.
신한은행에서는 2021년 △자산관리 △조정 세전이익 항목에 H지수 ELS 판매실적을 반영했다. 상반기 1030점 중 13.65점, 하반기엔 11.54점이 H지수 주가연계신탁(ELT)을 판매해 얻을 수 있었던 점수다. 2022년에는 KPI 개편으로 △투자자산AUM △고자산고객 관리 △조정 세전이익 △영업활동수익(개인영업)으로 ELT 판매실적을 반영하는 KPI 항목이 4개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2022년 상반기 KPI 총 1050점 중 23.59점, 하반기 7.11점이 ELT 판매실적과 관련된 득점으로 집계됐다.
다른 은행에서도 모두 ELS 판매실적은 KPI에 반영했다. 하나은행에서는 2022년 하반기 KPI 중에서 투자자산 AUM이 차지하는 점수가 20~30점으로, 펀드·신탁·방카슈랑스 잔액을 합산해 평가했다.
우리은행에서는 KPI 중 2021년 하반기와 2022년 상반기 자산관리상품 지표 배점이 총 50점이었다. H지수 ELT를 포함해 펀드·신탁 등에 대해 고객 단위 상품군별 납입 금액에 따라 포인트를 부여하는 식이었다. NH농협은행은 2021년 총 1000점 중 △신규비이자(30점) △자산관리(30점)을 각각 KPI에 반영했다. H지수 ELF 상품은 비이자수익, 자산관리 항목에 모두 잡히는 만큼 은행원들로서는 KPI 점수를 높이기 위해 판매 유인이 높았던 것이다.
■당국 銀 투자상품 수시검사 충분했나...4년간 7건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이 지난 2019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당시 제도개선책으로 발표했던 '상시감시·감독 강화'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방안에 따라 각 은행은 구조화 상품 판매 시 2019년 11월 말 은행별 잔액 안에서만 판매가 가능했다.
하지만 손실 구간에 진입한 H지수 관련 상품 등은 기초자산별 판매한도가 없어 특정 상품에 대한 '쏠림'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구조였다. 윤창현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이 지난 2019년부터 은행별 투자상품 불완전판매 관련 수시검사를 나가 문책 이상의 조치를 내린 건 총 7건에 그쳤다. 2019년 DLF 사태 당시 하나, 우리, 한국씨티은행에 수시검사를 나갔고 2020년 신한, 우리은행을 검사했다. 2021년에는 농협은행에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2022년에는 신한은행에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수시검사를 해 4년 동안 5개 은행에 대해서 수시검사를 진행했다.
금융당국은 2019년 11월 "고위험상품 투자자 리스크 점검회의를 정례화하고 금융투자상품 판매에 대한 상시검사·현장검사를 강화하겠다"며 "문제가 된 2개 은행이 자체 도입한 투자자 보호방안을 타 은행들로 확산 유도하고, 은행 경영실태평가 시 KPI의 적정성을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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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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