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한미·OCI 통합, 창업주 유지 따르는 길"

강민성 2024. 3. 1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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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 든 장·차남, 돌아오길 기대"
정통성 강조 "경영권 표대결 자신"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한미그룹 제공

"OCI와의 통합 결정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고, 창업주인 고 임성기 회장의 뜻을 이어받고자 하는 결정입니다."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의 이종결합이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치닫는 가운데 고 임성기 회장의 부인인 송영숙(사진)한미그룹 회장이 목소리를 냈다. 송 회장은 지난 8일 언론들과 만나 "제 생각이 곧 임성기 회장님 생각과 같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송 회장은 이날 자신이 주도한 한미그룹과 OCI그룹 통합에 반기를 든 장·차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미래전략 사장과 임종훈 한미약품 그룹지원 사장에 대해 섭섭함을 나타냈다. 현재 임종윤·종훈 형제는 어머니인 송 회장과 누이인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추진한 OCI홀딩스와의 합병을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한미사이언스가 OCI홀딩스와의 통합을 위해 실시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금지해 달라는 내용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두 형제가 OCI와의 통합에 대해 앞서 알지 못했고 다른 방안에 대한 사전 논의도 없었다고 밝힌 데 대해 송 회장은 "한미사이언스는 상장사다. 아들이라고 하더라도 이사회 멤버가 아닌 이상 미리 알릴 수 없다"며 "발표 후 차남에게는 설명했지만 상황이 급박하게 진행되다 보니 장남에게는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송 회장은 임 회장의 사후 한미그룹이 해온 변화는 가족 간의 협의를 통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이 돌아가신 후 둘째아들이 '어머니께서 회장 자리에 오르시라'고 가족과 친인척들이 있는 자리에서 제안했고, 가족과 한미 경영진 모두 찬성해서 그렇게 했다"고 했다. 또 "상속세 문제로 고민할 때 첫째 아들이 '펀드에 지분을 넘기는 것은 회사를 파는 것이고 한미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것이니 절대 안 된다'고 여러 차례 조언했다. 그래서 한미를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찾은 것이 OCI와의 대등한 통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OCI와의 통합은 신약개발을 위한 많은 도전들을 더욱 가속화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며 "서로를 지키면서 더 큰 발전을 위해 나아갈 수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이고, 이종산업 기업 간의 결합이어서 오히려 리스크가 훨씬 적다"고 강조했다.

송 회장은 그러면서 자신이 남편인 고 임성기 회장과 함께 한미약품을 사실상 만들어 왔다고 강조했다. "한미약품 탄생 전 약국을 운영할 때부터 약사들 밥을 먹여 가며 함께 했고, 한미약품 빌딩이 서 있는 이 자리의 터를 볼 때부터 동행하는 등 회장님이 모든 것을 저와 상의했다"고 밝혔다.

북경한미약품을 세워 중국에 진출할 때도 대지 마련부터 함께 했고, 남편은 그런 자신을 밖에서는 '송 실장'이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사실상 비서실장 역할을 했다는 것으로, 송 회장은 자신이 "반(半)창업주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자신의 경영 역량과 관련해선 "회장을 맡은 3년 동안 회사가 50년 역사 이래 최고의 실적을 올렸으면 그걸로 보여준 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실제 한미약품그룹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1조2479억원 매출과 125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한미약품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1조4909억원, 2207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2%와 39.6% 증가했다.

송 회장은 가족간 분쟁에 대해 "길게 가서는 안될 것 같다. 스스로 깨닫고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합이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상속세로 인한 위험이 모두 사라진다며, 통합 결정 승복을 전제로 "자식들 것(상속세)까지 내가 다 내 줄 수 있다"고 했다. 자신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 한미 지분을 많이 가진 아들들이 그룹을 이끌게 될 수 있다고도 했다.

한미사이언스 지분의 약 12%를 보유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캐스팅보트로 지목되는 가운데 송 회장은 "신 회장님도 (OCI와의 통합 결정이) 한미의 미래 가치를 더욱 높이는 최선의 방법임을 잘 알고 계실 것"이라며 "사흘 전에도 만날 만큼 교류가 잦고, 공감대를 갖고 있다"며 표 대결 승리를 자신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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