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성차별적 헌법 개정 국민투표서 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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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전 헌법에 규정된 여성의 역할과 가족의 정의를 현대적으로 재정립하기 위해 아일랜드가 개헌에 나섰지만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
'세계 여성의 날'이던 지난 8일 실시된 아일랜드 국민투표 결과를 보면, 투표자의 과반이 개헌에 반대표를 던졌다.
성차별적 표현이 담긴 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지 꼭 1년 만에 치러진 개헌 국민투표 결과를 낙관해 온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와 아일랜드 정부로서는 당혹스런 결과를 받아든 것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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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전 헌법에 규정된 여성의 역할과 가족의 정의를 현대적으로 재정립하기 위해 아일랜드가 개헌에 나섰지만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 이번 투표는 보수적인 가톨릭 문화의 영향이 이어지던 아일랜드에서 다양성이 확대되는 한 장면으로 여겨졌으나, 예상 밖 결과가 나왔다.
‘세계 여성의 날’이던 지난 8일 실시된 아일랜드 국민투표 결과를 보면, 투표자의 과반이 개헌에 반대표를 던졌다. ‘결혼에 기반한 가족 단위’를 결혼하지 않은 커플이나 한부모 가정을 포괄하는 “지속성 있는 관계”로 확대하는 개헌안은 전체 투표자 48만7564명 중 약 67.7%가 반대했다. 여성의 가정 내 의무를 명시한 조항을 폐기하고, 돌봄을 하는 구성원엔 다른 가족들도 포함된다는 내용을 새로 더하는 안은 투표자 39만53명 중 74%가량이 반대했다.
개정 대상이었던 헌법 조항은 1937년 로마 가톨릭의 영향력 하에 제정된 것이다. 성차별적 표현이 담긴 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지 꼭 1년 만에 치러진 개헌 국민투표 결과를 낙관해 온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와 아일랜드 정부로서는 당혹스런 결과를 받아든 것이기도 했다. 에이피(AP) 통신은 리오 총리가 투표 결과를 인정하며 “국민들이 ‘찬성(Yes)’ 표를 던질 수 있도록 확신을 주는 건 정부의 책임이었지만, 정부는 이에 실패했다”고 말했다고 10일 보도했다.
다만 이번 투표 결과는 혼란을 주는 개헌안 내용과 일관성 없는 선거 캠페인 등에 부결 원인이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뉴욕타임스는 “일각에선 개헌안 내용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반면 다른 쪽에선 내용이 너무 광범위하다는 흠을 잡았다”고 했다. 가령 가족을 “지속성 있는 관계”로 정의할 때 그 범위가 너무 넓고, 돌봄 제공자를 가족 구성원으로 명시해 국가의 돌봄 역할은 등한시했다는 지적이다. 아일랜드 사회민주당의 홀리 케언스는 “유권자들은 가족의 정의를 바꾸는 개정이 상속권 등에 미칠 영향이 무엇일지 혼란스러워했고, 돌봄과 관련해서도 (국가의) 의지가 부족해보여 국민투표에서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아일랜드 일간지 아이리쉬 타임스(IT)가 보도했다.
앞서 아일랜드는 1995년 국민투표로 이혼을 합법화했고, 2015년엔 세계 최초로 동성결혼을 가능토록 한 헌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2018년에는 국민투표로 ‘낙태금지법’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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