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날부터 '39회 위반' 피치 클락, 투수들은 당장 힘들지만…"야구 인기 위해서라면 해야 한다"
[OSEN=대전, 이상학 기자] 메이저리그를 따라 프로야구 KBO리그도 올해 피치 클락을 전격 도입했다. 메이저리그는 지난해 스피드업을 위해 투수가 정해진 시간 안에 공을 던져야 하는 피치 클락을 도입, 경기당 평균 시간이 3시간4분에서 2시간40분으로 24분이나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
KBO도 올해 전반기 동안 피치 클락을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투수는 누상에 주자가 있을 때 23초, 없을 때 18초 이내로 투구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볼로 처리된다. 타자는 피치 클락이 8초가 표기된 시점까지 타격 준비를 완료해야 하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스트라이크가 부여된다. 또한 피치클락 규정의 적용을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투수가 견제 시도, 견제구를 던지는 시늉 등 주자가 있을 때 투수판에서 발을 빼는 경우 부과되는 ‘투수판 이탈’이 타석당 3차례까지 제약 없이 허용된다.
지난 9일 2024 KBO리그 시범경기 첫 날 전국 5개 구장에서 총 39회의 피치 클락 위반이 나왔다. 투수 위반이 14회, 타자 위반이 25회. 타자들의 위반이 많긴 했지만 경기력에 더 큰 영향을 받는 쪽은 투수들이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10일 대전 한화전 시범경기를 앞두고 인터뷰에서 전날 선발투수 이호성에 대해 “캠프 때 피치 클락에 대해 준비한다고 했는데 아직 급한 것 같다. 호흡을 제대로 하지 않고 급하게 던지다 보니 초반에 힘을 많이 소진했다”고 평가했다.
삼성 5선발 후보로 경쟁 중인 우완 이호성은 이날 3⅓이닝 8피안타(2피홈런) 2볼넷 3탈삼진 4실점으로 패전을 안았다. 3회까지 1실점으로 잘 막았지만 4회 이재원에게 솔로포, 요나단 페라자에게 투런포를 맞는 등 힘이 떨어진 모습 보였다. 1회 피치 클락을 의식한 나머지 너무 힘을 쓴 영향이 있었다.
박진만 감독은 “4회에 힘이 떨어진 것도 피치 클락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초반에 자기도 모르게 쉼호흡을 안 하고 바로 던지면서 힘을 많이 썼다. 2회부터 여유를 찾긴 했는데 젊은 선수이다 보니 피치 클락에 더 많이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봤다.
이날 이호성의 공을 받은 삼성 포수 강민호도 “투수가 마운드에서 숨이 차는 모습이 보였다. 이호성 선수도 피치 클락이 힘들었다고 하더라”며 “포수 입장에서 조금 더 여유 있게 투수에게 공을 던져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수가 잡는 순간부터 피치 클락이 시작되니 공 한 번 닦아주면서 투수가 숨고르기 할 수 있게 시간을 벌어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피치 클락을 두고 현장에서 여러 의견들이 나오고 있지만 박진만 감독의 경우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봤다. 박 감독은 “경기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분명 단축시켜야 되는 것 맞다. 앞으로 야구가 계속 인기를 끌려면 너무 길어지는 것보다 짧아지는 게 낫다. 지금은 준비 과정이고, 언젠가 꼭 피치 클락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타자들도 아직 적응이 타석에 들어서는 시간이 촉박한지 피치 클락 위반이 많았다. 박 감독은 “미국보다 한국 타자들의 루틴이 길긴 길다. 그 부분을 줄여야 한다. 조금만 준비를 빨리 하면 되기 때문에 크게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강민호도 “첫 경기가 피치 클락으로 정신 없이 돌아간 것 같은데 큰 거부감은 없었다. (경기 진행이) 굉장히 빨리빨리 돌아간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타자로서 피치 클락에 대해 “앞 타자가 치는 순간 타석에 들어가면 될 것 같다. 앞 타자 결과를 보고 (대기 타석에서) 한 번 스윙하고 들어가니 시간이 촉박했는데 타격하는 순간 걸어가면 충분히 내 루틴을 지킬 수 있을 것 같다”고 긍정적인 의견을 냈다.
KBO는 시범운영 중에는 피치 클락 위반 시 볼·스트라이크 제재 대신 구두 경고만 부여한다. 투수판 이탈 제한 규정 또한 적용되지 않는다. 위반에 따른 제재 적용 여부와 시점은 전반기 운영 결과를 면밀히 검토한 후 추후 확정될 예정. 퓨처스리그에서는 위반에 따른 제재를 포함해 피치 클락 규정이 전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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