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고려아연·한미약품 등 주총서 오너家 난타전 예고
'조카의 난·동업자 분쟁' 등 이슈
행동주의펀드는 삼성물산 흔들기
尹정부 '기업 밸류업' 반영 관심
국내 상장사들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가운데, 일부 기업들은 경영권과 주주환원 등을 놓고 치열한 표 대결을 예고해 관심을 끈다. 올해도 '조카의 난'을 겪고 있는 금호석유화학을 비롯해 70여년간 동업 관계를 맺어온 고려아연-영풍은 배당·자사주 소각과 정관 변경 등을 놓고 날카로운 장외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갈등 역시 주총 표 대결로 이어질 전망이어서, 보기 드문 오너가(家) 간 힘 겨루기가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20일)를 비롯한 상장사들은 이달 주총을 열고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 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의 안건을 상정한다. 배당이 포함된 재무제표 승인의 경우 정부가 한국 증시의 저평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 중인 만큼 각 기업들이 어떤 주주가치 제고안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현대차는 작년 기말 배당금을 역대 최대인 보통주 기준 1주당 8400원으로, 기아는 5600원으로 각각 책정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1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7936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기로 했고, 삼성물산도 자사주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조원 이상 규모를 소각할 예정이다. HD현대건설기계, SM엔터테인먼트 등도 각각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들은 주주환원 강화, 이사 선임 등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내놓으며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오너가 세력 다툼도 이번 주총의 관전 포인트다. 오는 22일 주총을 예고한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박찬구 회장과 조카인 박철완씨 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박씨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은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이사회 결의가 없어도 주총 결의만으로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하고, 내년까지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는 안 등을 주주제안으로 제시했다.
이에 금호석화는 자사주 50%를 3년간 분할 소각하고,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 목적으로 추가 취득한다며 일반주주 표심 잡기에 나섰다. 그러자 차파트너스는 "50%의 자사주를 남겨두는 결정으로 총수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제3자에게 처분 또는 매각될 수 있다는 시장과 주주들의 우려가 여전하다"며 각을 세웠다.
고려아연과 영풍도 오는 19일 고려아연 주총에서 표 대결을 예고한 상태다. 고려아연은 작년 사업연도에 대해 전년보다 5000원 축소된 보통주 1주당 1만5000원을 배당하기로 하고, 신주 발행시 외국 합작법인만을 대상으로 제한하는 현재 정관을 삭제하는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이에 동업 관계인 영풍은 '배당금 원상복귀'와 정관 삭제를 반대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상호간 "먼저 신의를 깼다"고 주장해 치열한 장외 설전을 펼치고 있다.
아직 주총 날짜를 공지하지 않은 한미약품그룹의 경우 OCI그룹과의 통합을 놓고 경영권 갈등이 불거졌다. 통합 결정 과정에서 배제된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창업주의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차남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는 각각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의 각자 대표이사로 직접 경영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고, 자신들을 포함한 6명을 한미사이언스 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보냈다.
이에 한미그룹 측은 "임 사장이 경영권 분쟁 상황을 만들어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채무를 해결하는 등 개인 이익에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밖에 시티오브런던 등 행동주의 펀드 5곳이 연합해 삼성물산에 배당 증액과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고 있고,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에 사외이사 2명과 사내이사 1명을 후보로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했다. KT&G는 이번 주총에서 차기 사장 후보인 방경만 총괄부문장(수석부사장)의 대표이사 사장 선임안을 처리할 예정인데, 최대주주인 기업은행과 행동주의 펀드 FCP가 다른 사외이사를 내세우며 연합하고 있어 표 대결이 예상된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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