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국가는 보호자가 아닌가 [서울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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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유치원이 '어르신유치원'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보호자를 내세울 수 없는 1인가구 노인들은 국가돌봄을 어떻게 받을까.
가족돌봄이 전제된 보호자 중심의 국가돌봄체제는 보호자의 관심과 정보력, 재력, 인맥에 따라 대상자가 좌우되고 안전과 돌봄을 보장받을 수 있다.
국민의 보호자여야 할 국가는 가장 필요한 순간에 왜 외면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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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란 | 진주 ‘지역쓰담’ 대표
동네 유치원이 ‘어르신유치원’으로 바뀌었다. 2000년대 초반 설립 당시 영어유치원으로 첨단 시설과 원어민교사,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대기자가 줄을 서던 유치원이었다. 2022년 말 폐원을 하더니 공간을 새롭게 고쳐 노인주간보호시설, 흔히들 얘기하는 어르신유치원으로 문을 연 것이다. 그러고 보니 매주 아버지를 뵈러 가는 3번국도 진주-산청 구간의 한 유치원도 언젠가부터 어르신유치원으로 바뀌었다.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가 동네를 바꾸고 있다. 산부인과를 찾기 힘들어졌고 있더라도 대부분 부인병을 진료하고 분만실이 없다. 읍면 단위 초중등학교는 아예 문을 닫거나 통폐합되고 있다. ‘작은학교 살리기’ ‘학교가 마을을 살린다’는 목소리가 무색할 정도다. 최근 들어 어린이집·유치원 등 아동교육시설이 줄고 노인복지시설이 늘어나고 있는 게 부쩍 눈에 띈다. 고령화 사회를 이제야 체감하나 보다. 아니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나 또한 노후대책을 마련할 나이이며, 당장은 ‘아버지를 어떻게 돌볼 것인가’를 궁리하기 때문일 게다.
1939년생 나의 아버지. 산청군에서 20년 가까이 1인가구로 생활했고 2020년부터 노인맞춤 돌봄서비스를 받고 있다. 노인맞춤 돌봄서비스는 일상생활이 가능한 노인이 대상이며 기본은 일주일에 두어 번 생활지도사가 방문 또는 전화를 하고 약간의 물품을 지원한다. 당뇨와 혈압을 앓는 아버지는 지난해 암 진단을 받았고 최근에는 조금씩 기억을 잃어 얼마 전에는 치매안심센터에서 진단을 받았다. 처음으로 건강보험공단에 장기요양인정을 신청했다. 공단에서는 나에게 보호자냐, 어떤 관계냐를 물었다. 보호자가 직접 신청해야 했다. 보호자는 신원을 보증하고 사후를 책임질 사람을 뜻했다. 병원, 치매안심센터, 행정복지센터에서 아버지의 보호자가 돼야 했다.
그런데 보호자를 내세울 수 없는 1인가구 노인들은 국가돌봄을 어떻게 받을까. 우리나라 1인가구 비율은 2022년 기준 전체 가구수의 34.5%(197만4000가구), 이 중 노인 1인가구가 9.1%에 이른다. 보호자가 없는 노인은 본인이 장기요양인정을 신청해야 하나. 현장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는 “아직은 본인이 신청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신청하더라도 그 정도면 인지력 있고 일상생활 된다는 이유로 인정받기가 힘들다”며 “보호자 없는 노인은 아무래도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최근엔 지자체에서 보호자 없는 노인을 발굴하고 있다지만…”이라고 말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2008년부터 시행된 국가의 공적 돌봄제도이다. 우리나라는 2025년 만 65살 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의 20%, 즉 5명 중 1명꼴에 해당하는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된다.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를 걱정하는 게 아니다. ‘노인’으로 불리는 국민이 수혜자가 아닌 국민 1인으로 누구나 어디서든 동등하고 지속적인 돌봄을 누릴 방안이 있어야겠다. 가족돌봄이 전제된 보호자 중심의 국가돌봄체제는 보호자의 관심과 정보력, 재력, 인맥에 따라 대상자가 좌우되고 안전과 돌봄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보호자가 없는 노인 1인가구는?
이상하다. 국민의 보호자여야 할 국가는 가장 필요한 순간에 왜 외면하는 걸까. 왜 노인의 보호자가 되지 않는 걸까. 예이츠 시 ‘비잔티움으로의 항해’는 반지성과 자본으로 치닫는 사회를 향해 ‘저곳은 노인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고 말한다. ‘위하다’는 사전적 의미로 이롭게 하거나 돕다, 소중하게 여기다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초고령사회로 치닫는 이곳이 노인을 ‘위하는’ 나라로, 돌봄정책이 단순히 ‘돕다’만이 아닌 ‘소중하게 여기다’로 나아가길 바란다. 국가가 짐 지운 아버지의 보호자인 나에게 새기는 바람이기도 하다. 국가는 나를 보호자라고 한다. 나의 보호자는 국가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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